안녕하세요. 당신의 권리를 지키는 변호사 정진욱 입니다.
오늘은 수 년간 진행된 공익사업이 변환된 경우 환매권이 발생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1. 사건 개요
가. 배경 사실
의뢰인(피고, 이하 'A 지방자치단체')은 도심 주거환경 개선 및 토지이용 효율화를 목적으로 약 70,000㎡ 규모의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2011년경 원고(이하 'B씨')를 포함한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해당 부지를 공공용지로 협의취득하고 보상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이후 A 지방자치단체는 취득한 부지에서 경계복원측량, 토목공사, 전기공사, 토사반입 등 실질적인 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국책사업(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면서 외부적 사정변경이 발생하였고, 관계 행정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2016년 12월 기존 산업단지 지정을 해제하는 동시에 도시개발구역으로 1차 변경하였습니다. 이후 2019년 12월에는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공주택지구로 2차 변경되어 현재까지 공공주택 건설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나. 원고의 주장
B씨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016년 12월 산업단지 폐지 결정 이전인 2015년 11월경, 이미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의 '그 밖의 사유'로 해당 토지가 사업에 필요 없게 되어 환매권이 발생하였다.
A 지방자치단체는 환매권 발생 사실을 통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B씨는 협의취득일로부터 10년의 환매권 행사기간이 도과하여 환매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
손해액은 환매권 상실 당시 감정평가금액에서 기지급 보상금을 공제한 약 14억 7,000만 원이다.
다. 소송의 특수성
이 사건은 단순한 환매권 행사 소송이 아니라, 환매권 발생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손해배상 청구였습니다. 또한 원고는 소 제기 이후 청구원인을 토지보상법 제91조 제2항(5년 이내 미이용)에서 제1항 제2호('그 밖의 사유')로 변경하는 등 여러 조항을 순차적으로 시도하는 전략을 구사하였습니다.
2. 대응전략 및 변호사의 역할·노력
가. 핵심 쟁점의 정확한 파악
이 사건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환매권 발생 여부
공익사업 변환의 적법성
폐지 지연의 위법성
나.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관계 정립
원고는 '그 밖의 사유'(제2호)를 근거로 2015년 11월경 환매권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본 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업의 '폐지·변경'은 해당 공익사업의 시행을 그만두거나 부분적으로 폐지하는 경우 및 내용적으로 그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는 다른 사업으로 변경되는 경우를 의미하고, '그 밖의 사유'는 사업의 폐지·변경은 없었으나 더 이상 해당 토지를 목적 사업에 제공할 필요가 없게 된 객관적인 사유를 뜻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3. 8. 31. 선고 2020헌바178 전원재판부 결정). 이 사건은 기존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명시적으로 폐지되고 도시개발구역으로 변경된 것이므로, 제1호 '사업의 폐지·변경'에 해당하는 사안이며, 제2호는 제1호가 적용되지 않을 때 비로소 검토될 수 있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전개하였습니다.
다. 공익사업 변환(토지보상법 제91조 제6항) 법리의 적극 활용
본 대리인은 공익사업 변환 법리를 핵심 방어 논거로 삼았습니다.
대법원은 "토지보상법 제91조 제6항은 사업인정을 받은 당해 공익사업의 폐지·변경으로 인하여 협의취득하거나 수용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라도 위 규정에 의하여 공익사업의 변환이 허용되는 다른 공익사업으로 변경되는 경우에는 당해 토지의 원소유자 또는 그 포괄승계인에게 환매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11760, 11777, 11784 판결 등 참조). 또한 "새로 변경된 공익사업을 기준으로 다시 환매권 행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한 환매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1차 변경(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2차 변경(공공주택 특별법에 의한 공공주택지구 편입)은 모두 토지보상법 제4조 제5호의 공익사업에 해당하여 공익사업 변환의 요건을 충족하였고, 이 점은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으로 다툼이 없었습니다.
라. '그 밖의 사유' 발생 시점 주장에 대한 반박
원고는 ① 2015년 11월경 공사·용역계약 해지, ② 피고 내부 공문, ③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을 근거로 환매권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본 대리인은 각 근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습니다.
공사·용역계약 해지: 이는 피고와 계약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에 불과하며, 이로써 곧바로 토지가 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사업의 폐지는 2016년 12월 산업단지 지정 해제 고시에 의해 확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
내부 공문: 공익사업 변환을 위한 A시 내부 부처 간 논의·검토 및 관계 행정기관 대응을 위한 공문으로서, 이를 근거로 피고가 주관적으로 지연을 시켰다고 확대 해석할 수 없습니다 .
시의회 회의록: 시의원이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불과하여 신빙성 있는 증거로 볼 수 없습니다 .
마. 토지 '이용' 사실의 적극적 입증
원고가 초기에 주장한 토지보상법 제91조 제2항(취득일로부터 5년 이내 미이용)에 대비하여, 본 대리인은 A 지방자치단체가 협의취득 이후 실질적으로 토지를 이용하였음을 다양한 증거로 입증하였습니다. 경계복원측량(2012년), 토목공사 착공(2013년), 토사반입 공사, 전기공사 착공(2014년) 등 조사측량 및 준비공사 단계를 넘어 실제 공사가 진행되었음을 구체적인 계약서, 착공계, 준공내역서, 사진 등을 통해 증명하였습니다.
바. 선행 확정판결의 유력한 증거로서의 활용
동일한 이 사건 부지에 관하여 이미 대법원까지 확정된 선행 판결이 존재하였고, 해당 판결에서 공익사업 변환이 인정되어 환매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관계가 확정된 바 있었습니다. 본 대리인은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므로,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8. 2. 24. 선고 97다49053 판결)를 원용하여 선행 확정판결의 구속력을 적극 주장하였습니다.
사. 문서제출명령 신청에 대한 적절한 대응
원고가 공사 진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자, 변호인은 소송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용지매매계약서, 공공용지 취득협의서, 감정평가 관련 자료 등을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한편, C건설의 실제 공사 진행 사실을 입증하는 준공내역서, 공사사진첩 등을 제출하여 오히려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였습니다
3. 사건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년 8월 13일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소송비용 원고 부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① '그 밖의 사유'에 의한 환매권 발생 부정
"2015. 11. 30.자 도시기본계획 변경 공고는 일반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구속력이 없고, 피고가 공사 및 용역계약을 해지한 것은 피고와 계약상대방 사이의 법률관계에 불과하여 이로써 곧바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이 이 사건 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② 사업 폐지 시점의 확정
"A시장의 2016. 12. 26.자 고시에 의해 이 사건 부지에 관한 산업단지 지정이 해제됨에 따라 이 사건 사업이 확정적으로 '폐지'됨으로써 비로소 이 사건 각 부동산이 더 이상 이 사건 사업에 필요 없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공익사업 변환에 의한 환매권 미발생
"A시장의 2016. 12. 26.자 고시에 의해 이 사건 사업이 위 규정에 따른 다른 공익사업으로 변경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으로 다툼이 없고, 원고가 변경된 공익사업을 기준으로 다시 환매권 행사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에게 환매권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④ 폐지 지연 주장 배척
"피고 A가 이 사건 사업의 폐지 및 공익사업의 변환을 동시에 추진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고, 공익사업의 변환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 B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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