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나 검찰이 절차를 어겨가며 확보한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다툼이 더 치열한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위법하게 수집된 최초 증거를 실마리 삼아 그 뒤에 얻어낸 2차 증거, 즉 파생증거까지 함께 배제되는지의 문제입니다. 증거 하나만 위법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로 이어진 수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파생증거가 배제되는 원칙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계가 어디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란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와 그 취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증거의 내용이 진실인지, 신빙성이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수집 절차 자체가 위법하면 그 증거를 재판에 아예 쓰지 못하게 막는 규정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문제 삼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수사기관이 절차를 어기고 얻은 증거라도 결과만 맞으면 재판에서 인정된다면, 위법한 수사를 막을 실질적인 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진술증거가 아닌 압수물 같은 물적 증거는 성질이나 형상이 변하지 않는 한 수집 절차의 위법 여부와 무관하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런 태도를 바꿔, 물적 증거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했다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진술증거뿐 아니라 압수물·전자정보 등 물적 증거 전반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장 없이 이뤄진 압수수색 또는 영장 기재 범위를 벗어난 압수
피압수자·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전자정보 압수수색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진술
위법한 체포·구속 상태에서 이뤄진 채증·진술 확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그 증명력과 무관하게, 애초에 재판에 쓸 자격이 없다는 것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핵심이다.
파생증거(2차적 증거)란 무엇인가 — 독수과실이론의 기본 구조
파생증거 문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위법하게 수집한 최초 증거(1차적 증거) 자체가 아니라, 그 증거를 실마리로 삼아 이후에 추가로 확보한 증거(2차적 증거)까지 배제해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이 논리를 흔히 독수과실이론(독이 든 나무의 열매 이론)이라 부릅니다. 뿌리가 오염된 나무에서 열린 열매도 오염되어 있다고 보듯, 위법하게 수집된 최초 증거에서 파생된 2차 증거도 같은 위법성을 이어받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위법하게 압수한 장부에서 특정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그 계좌번호를 근거로 별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내역을 확보했다면 이 거래내역이 파생증거입니다. 또는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얻어낸 진술을 통해 범행도구가 숨겨진 장소를 알아내고 그 도구를 압수했다면, 그 도구 역시 파생증거에 해당합니다. 만약 파생증거를 별개의 절차로 취급해 증거능력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수사기관은 최초 위법 수사로 실마리만 확보한 뒤 그 실마리를 근거로 겉보기에만 적법한 절차를 다시 밟아 증거를 우회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실효성을 지키려면 최초 증거뿐 아니라 그로부터 이어진 파생증거까지 원칙적으로 배제 대상에 넣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 인과관계의 희석과 단절
다만 파생증거를 예외 없이 전부 배제하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지나치게 희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최종 판단할 때 살펴야 할 구체적인 고려요소를 제시했습니다.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려는 권리·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입니다.
이 요소들을 낱개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1차적 증거 수집 당시의 모든 사정과 그 이후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사정 전체를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특히 핵심은 최초 위법과 파생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얼마나 희석되었는지, 혹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이어져 있다면 파생증거도 배제되지만, 그 사이에 개입된 사정으로 인과관계가 옅어졌다면 예외적으로 증거로 쓰일 여지가 생깁니다.
1차적 증거를 기초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사정을, 주로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파생증거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 희석·불가피한 발견·독립출처
실무와 학설은 파생증거의 증거능력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상황을 몇 가지 이론으로 정리합니다. 이 이론들은 조문에 그대로 적혀 있지는 않지만, 앞서 본 대법원의 종합적 고려 기준을 구체화하는 틀로 쓰입니다. 어느 이론에 해당하든 결국은 최초 위법과 파생증거 사이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보는 것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희석이론 — 시간 경과나 피고인의 임의적·자발적인 개입행위가 끼어들어 최초 위법과의 인과관계가 옅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불가피한 발견이론 — 위법한 수사가 없었더라도 적법한 절차만으로 결국 같은 증거를 발견했을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는 경우
독립출처이론 — 위법한 수집 경로와 무관하게, 애초부터 완전히 별개의 적법한 경로로도 같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경우
세 이론 모두 예외를 인정받으려는 쪽, 통상 검사 측에 그 사정을 증명할 책임이 돌아간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단순히 "결국 나왔을 증거였다"는 추측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자료로 인과관계의 희석·단절을 뒷받침해야 예외가 인정됩니다.
실제 적용 사례 — 위법한 체포 이후 채뇨절차와 압수영장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3611 판결은 파생증거 판단의 실제 적용례를 잘 보여줍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던 피의자가 경찰서 동행을 거부했는데도 영장 없이 강제로 데려간 사안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강제연행이 형사소송법상 강제처분 법정주의를 어긴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그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요구해 이뤄진 1차 채뇨절차와 그 결과로 얻은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별도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한 2차 채뇨절차와 그 결과인 소변 감정서에 대해서는, 절차 위반의 내용과 경위, 영장이라는 적법한 절차가 개입된 사정, 그 밖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함의는 분명합니다. 최초 위법의 정도가 결정적으로 크지 않고, 그 이후 법원의 영장 심사라는 독립된 적법절차가 실질적으로 개입했다면, 그 지점에서 인과관계가 상당 부분 단절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영장 자체가 최초 위법 사실을 근거로 발부된 것이라면 이런 단절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자백과 파생증거 — 법정 진술의 임의성 문제
파생증거 문제는 진술, 특히 자백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수사기관이 위법수집증거를 들이대며 얻어낸 피의자 진술은 그 자체로 파생증거이자 임의성이 문제 되는 진술이어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자주 다투는 지점은, 수사 단계가 아니라 공판정에서 피고인 스스로 한 자백까지 파생증거로 볼 수 있는지입니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이미 확보되어 있는 위법수집증거라면 장소와 시점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법정으로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즉 법정 진술의 형식적 임의성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자백을 이끌어낸 실질적 원인이 무엇인지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법수집증거를 제시받은 상태에서 사실상 부인하기 어려운 압박을 느껴 자백에 이른 것이라면, 그 자백도 위법수집증거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스스로 판단해 한 자백이라면, 그 사이에 개입된 임의적 의사결정이 인과관계를 끊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자백이 이뤄진 시점과 장소가 아니라, 그 자백을 실제로 이끌어낸 계기가 무엇이었는지입니다.
실무에서 다투는 법 — 변호인의 대응 전략과 유의점
파생증거 배제를 다투려면 무엇보다 절차의 타임라인을 정교하게 재구성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체포·연행 시각, 압수수색 착수 시각, 영장 청구·발부 시각, 참여권 고지 여부 등을 순서대로 정리해 최초 절차의 위법성과 그 이후 이어진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 측에 있으므로, 그 증명이 충분한지를 조목조목 짚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실무상 유효한 전략입니다.
체포·압수수색 당시의 시각·경위를 기록·진술로 최대한 빨리 확보해 둘 것
영장이 최초 위법 사실을 근거로 발부된 것인지, 독립된 소명자료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할 것
수사기관 진술뿐 아니라 법정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까지 함께 다툴 것
증거목록에서 어떤 증거가 어떤 증거로부터 파생됐는지 계보를 표시해 둘 것
실제 재판에서는 이런 다툼이 공판준비절차 단계의 증거의견 제출 시점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을 받으면, 각 증거가 최초 압수·체포와 어떤 시간적·논리적 순서로 이어지는지부터 표로 정리해 두면 어느 지점에서 인과관계를 다툴 수 있는지가 뚜렷해집니다. 법원이 파생증거 배제를 받아들이면 그 증거는 물론이고 그 증거를 토대로 작성된 감정서·수사보고서 등도 함께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어, 사건 전체의 증거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위법수집증거와 파생증거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위법수집증거는 수사기관이 절차를 어기고 직접 확보한 최초 증거를 말하고, 파생증거(2차적 증거)는 그 위법한 증거를 실마리로 삼아 추가로 얻어낸 증거를 말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최초 증거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증거도 원칙적으로 배제 대상으로 봅니다. 다만 파생증거는 인과관계의 정도에 따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최초 증거보다 상대적으로 넓습니다.
Q.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나중에 영장을 받으면 문제없나요?
A. 영장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고, 최초 위법의 정도와 영장 발부에 이르는 경위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대법원 2012도13611 판결처럼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1차 채뇨는 배제되었지만, 그 뒤 압수영장에 의한 2차 채뇨와 감정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결국 영장이라는 적법절차가 최초 위법과 얼마나 단절되었는지가 관건입니다.
Q. 법정에서 한 자백도 파생증거로 배제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자백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이미 확보된 위법수집증거라면, 법정이라는 장소·시점의 차이만으로 인과관계가 끊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태도입니다. 자백의 형식적 임의성뿐 아니라 그 자백을 이끌어낸 실질적 원인까지 살펴야 합니다.
Q. 파생증거 배제를 주장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체포·압수수색 등 최초 절차의 위법성을 뒷받침하는 시각·경위 자료와, 그 이후 이어진 수사 단계들이 최초 위법과 어떤 인과관계로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타임라인 정리가 중요합니다.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 측에 있으므로, 그 증명이 충분한지를 다투는 것이 실무상 전략입니다.
Q. 모든 파생증거가 다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던데, 기준이 뭔가요?
A. 희석이론, 불가피한 발견이론, 독립출처이론이 대표적인 예외 기준입니다. 시간 경과나 개입행위로 인과관계가 옅어졌거나, 위법수사가 없었어도 어차피 발견되었을 것이거나, 애초에 완전히 별개의 적법한 경로로도 확보 가능했던 증거라면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사건마다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서 이뤄지므로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Q. 파생증거가 배제되면 그 사건 자체가 무죄가 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파생증거가 배제되더라도 그와 무관한 다른 적법한 증거로 공소사실이 증명될 수 있다면 유죄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파생증거 배제로 남는 증거가 부족해지면 무죄 또는 공소기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실무상 드물지 않습니다.
맺음말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최초 증거 하나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그로부터 이어진 2차 증거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인과관계의 희석·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파생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합니다. 희석이론·불가피한 발견이론·독립출처이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결국 핵심은 최초 절차 위반과 이후 증거수집 사이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구체적 사정으로 증명하는 싸움입니다.
파생증거 다툼은 수사 초기 절차의 사소한 기록 하나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체포·압수수색 당시의 시각과 경위를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지방법원과 수원지검 관할 사건에서도 이런 절차적 다툼이 판단을 뒤집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 만큼, 절차 위반이 의심된다면 초기 단계에서부터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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