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군 복무 중 상관의 지시를 거부했다가 항명죄로 입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시 내용 자체가 위법하거나 부당했다고 주장하는 장병들이 늘면서, 이른바 ‘정당한 명령’의 범위를 둘러싼 다툼이 군사법원 실무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장병분들 중에는 “이런 지시는 명백히 부당하니 안 따라도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으로 지시를 거부했다가, 정작 수사 단계에서는 “왜 명령에 불복종했느냐”는 추궁만 받고 항명 혐의로 입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지시가 다소 불합리하거나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거부의 정당성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처 몰랐던 것입니다.
최근 대법원과 군사법원은 항명죄가 성립하려면 상관의 명령이 적법성을 갖춘 ‘정당한 명령’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습니다. 명령이 명백히 위법하거나 군사상 필요성을 벗어나 개인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면, 이를 거부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항명죄가 어떤 요건 아래 성립하는지, 지시가 부당했다고 주장하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항명죄는 상관의 명령이 ‘정당한 명령’일 때만 성립합니다
위법하거나 명백히 부당한 명령은 애초에 항명죄가 보호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명령’ 자체가 아니라 ‘정당한 명령’이라는 데 있습니다. 상관이 내린 지시라고 해서 무조건 이 조문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시가 적법성을 갖춘 정당한 명령일 때에만 이를 거부한 행위가 항명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성’은 명령의 효율성이나 합리성, 즉 그 지시가 얼마나 그럴듯하고 타당해 보이는지를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로지 적법성, 다시 말해 헌법과 법률·군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고 명령권자의 권한 범위 안에서 내려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거나 불편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명령의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명백히 위법한 명령은 애초에 명령으로서 법적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군의 특성상 신속한 명령 수행이 요구되어 통상적으로는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해 명령 이행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명령이 법규에 명백히 위반되는 경우까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지점은 결국 “그 지시가 정당한 명령이었는가”라는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입니다.
항명죄는 ‘정당한’ 명령을 전제로 하는 범죄이므로, 처벌 여부를 가리기 전에 명령 자체의 적법성부터 검토되어야 합니다.
2. ‘정당한 명령’인지는 적법성과 권한 범위, 기본권 침해 여부로 판단합니다
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군형법 제44조가 말하는 정당한 명령의 의미를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군형법 제44조 소정의 상관의 정당한 명령이란 상관이 그 직무권한 내에서 특정인 또는 특정할 수 있는 다수인에 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발하는 명령으로서 군사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어야 하고, 그 명령이 군사상의 필요성을 넘어 지나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도2233 판결).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국군병원장이 입원 중인 사병에게 내린 수술 명령이, 그 사병이 수술 없이도 군복무를 지장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원장의 권한 범위 내에서 발한 것으로서 군의 전투력 보호에 적합하고 필요한 명령, 즉 정당한 명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명령권자의 권한 범위 안에 있고 군사상 목적에 부합한다면, 개인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끼는 지시라 하더라도 정당성이 쉽게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반대로 상관이 부하에게 다른 병사를 폭행하거나 가혹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것,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며 이를 어기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는 것처럼 그 자체로 범죄가 되거나 군사상 필요성과 무관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시는 정당한 명령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결국 정당성 판단은 ‘명령권자의 권한 범위’, ‘군사상 목적과의 관련성’, ‘기본권 침해 정도’ 세 축을 함께 살펴 이루어집니다.
정당한 명령인지는 적법성과 권한 범위, 기본권 침해 정도로 판단되며, 단순한 불만이나 개인적 불편함은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3. 범죄나 가혹행위를 지시받았다면 거부해도 항명죄가 되지 않습니다
명백히 위법한 지시에는 애초에 복종할 의무가 없습니다.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즉 그 내용 자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이거나 헌법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른 병사에 대한 폭행·가혹행위 지시, 정당한 사유 없는 사적 노무 강요, 규정에 없는 방식의 과도한 얼차려처럼 그 자체로 위법성이 뚜렷한 지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실무에서 까다로운 부분은, 위법성이 이처럼 명백하지 않고 다소 애매한 경우입니다. 단순히 “나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는 주관적 인식만으로는 거부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위법·부당 여부는 그 지시가 내려진 경위, 규정과의 배치 여부, 침해되는 이익의 정도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 판단됩니다. 그래서 위법성이 확신에 이르지 않는 지시라면,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지휘계통을 통한 시정건의나 이의제기 절차를 먼저 밟는 편이 안전합니다. 명령에 대한 단순한 의견 제시나 애로사항의 건의는 반항이나 불복종 자체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이 실무 판단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또한 명령이 다소 무리하거나 관행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만으로는 위법성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군사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는 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이견만으로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느꼈는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위법한지’를 기준으로 사안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백히 위법한 명령이라면 거부 자체는 항명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위법성이 애매한 경우에는 정식 이의 절차를 거쳐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4. 항명죄는 상황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평시라면 3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전시·적전 상황이면 형량이 급격히 무거워집니다.
군형법 제44조는 항명이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형량을 세 단계로 나누어 정하고 있습니다. 적전인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되고, 전시·사변 또는 계엄지역에서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 밖의 경우, 즉 통상적인 평시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형량의 폭이 넓습니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사건 대부분은 평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법정형 상한이 3년 이하 징역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지시의 중요도, 항명이 벌어진 경위와 지속 시간, 부대 지휘체계에 미친 영향, 초범인지 여부, 그리고 다른 병사와 함께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다수가 함께 명령을 거부한 경우나 상관에 대한 모욕·폭행 등 다른 혐의가 함께 문제 되는 경우에는 단순 항명 사건보다 처벌 수위가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지시의 위법·부당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거나, 거부에 이르기까지 정식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려 한 정황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이 양형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결국 형량은 ‘항명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그 명령이 얼마나 정당했는지’, ‘거부 경위가 얼마나 신중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5. 항명 혐의로 조사받는다면,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수사 초기에 지시의 위법·부당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항명 혐의 사건은 통상 ①소속 부대 헌병대 등 군사경찰의 조사 → ②관할 군검찰부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③1심 지역군사법원 재판 → ④항소 시 서울고등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2022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평시 군사법원은 국방부 소속의 지역군사법원 체계로 개편되었고, 항소심은 각 군의 고등군사법원이 아니라 민간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항명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령을 받은 경위와 정확한 내용부터 정리합니다 — 누가, 언제, 어떤 방식(구두·문서·단체채팅 등)으로 지시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기록합니다.
명령의 위법·부당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 관련 규정·지침, 유사 사례, 동료 진술, 문자·녹취 등 객관적 자료가 핵심입니다.
지시 거부 당시 지휘계통을 통한 이의제기나 시정건의를 했는지, 했다면 어떤 형식으로 남아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군형사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다면, 명령의 정당성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 아니면 정당성은 인정되더라도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을 최대한 반영할지를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항명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어차피 지시가 잘못된 것이었으니 곧 풀릴 것”이라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명령이었는지는 결국 증거로 다투어야 하는 사실관계의 문제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당시 정황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으기가 어려워집니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다가 항명죄로 처벌 위기에 놓인 장병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그 지시가 왜 정당하지 않았는지를 규정과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지휘체계 유지를 위해 항명을 문제 삼아야 하는 지휘관 입장에서도, 명령이 실제로 권한 범위와 군사상 목적에 부합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항명·명령불복종 사건에서 지시를 거부한 쪽과 지휘 책임을 다투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명령의 정당성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시가 부당했다고 생각되는데 항명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초기 진술 전에 반드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시가 부당했다고 생각해서 거부했는데, 그래도 항명죄가 되나요?
A. 명령이 실제로 위법하거나 명백히 부당했다면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부당하다고 느꼈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권한 범위·군사상 목적·기본권 침해 정도 등 객관적 기준으로 정당성 여부를 다투어야 합니다.
Q. 지시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도 거부할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정당한 명령의 판단 기준을 효율성·합리성이 아니라 적법성으로 보고 있어, 단순히 불합리하다고 느끼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Q. 상관이 다른 병사를 때리라고 지시하면 어떻게 되나요?
A. 그 자체로 범죄가 되는 지시는 정당한 명령이 아니므로, 이를 거부해도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시한 상관에게 별도의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이미 지시를 거부한 뒤인데, 지금이라도 이의제기 기록을 남길 수 있나요?
A. 사후에라도 당시 상황과 판단 근거를 진술서나 소명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거부 당시 실시간으로 남긴 기록(문자, 보고서 등)이 있다면 그 증거가치가 더 큽니다.
Q. 항명죄로 조사받으면 형사처벌 외에 다른 불이익도 있나요?
A. 형사처벌과 별개로 징계 절차가 진행될 수 있고, 진급·보직 등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와 징계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므로 각각 대응이 필요합니다.
Q. 항명죄와 명령위반죄는 어떻게 다른가요?
A. 항명죄는 상관의 개별·구체적 명령에 대한 반항·불복종을 처벌하는 반면, 명령위반죄는 법령이나 훈령 등 일반적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적용되는 등 적용 조문과 요건이 다릅니다. 구체적 사안에서는 어느 죄명이 적용되는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Q.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에서 명령의 위법·부당성을 어떻게 소명하느냐가 이후 군검찰 처분과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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