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처한 상황
의뢰인은 상가를 보증금 3억 원, 월 차임 200만 원에 임차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3,0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 상가에는 제3자 명의의 선순위 전세권 3억 원이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잔금 완료 시 전세권설정등기를 말소한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잔금 지급일을 하루 앞두고 임대인이 내용증명을 보내왔습니다. "진짜 계약 조건은 보증금 3억에 권리금 3억이었고, 임대차계약서는 대출 편의를 위해 급히 쓴 것일 뿐이다. 권리금 합의가 되지 않은 이상 전세권을 말소해 줄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입니다.
사건의 쟁점
계약서에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은 권리금 3억 원 약정을 계약의 내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임대인이 이행기가 되기도 전에 의무 이행을 명백히 거절한 경우 임차인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에 위약금까지 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임대인은 권리금이 먼저 지급되어야 한다며 반소까지 제기했습니다.
변호사의 조력
처분문서인 계약서의 힘을 정면에 세웠습니다. 계약서에는 잔금이 보증금의 90%인 2억 7,000만 원으로 명시되어 있고, 특약은 그 "잔금"의 완료를 조건으로 전세권 말소를 정하고 있으며, 권리금의 액수나 지급조건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주장하려면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는데 "대출 편의로 급히 썼다"는 말 외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점, 임대인이 이행기 전에 이미 명백하고 종국적으로 이행을 거절한 이상 임차인은 최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법리를 논증했습니다.
결과
1심 법원은 임차인의 계약 해제를 인정하여 계약금 3,000만 원의 반환과 계약서상 손해배상 예정액 3,000만 원, 합계 6,000만 원의 지급을 명하고 임대인의 반소는 기각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20가단313871, 2021가단302663 판결). 사건은 항소심에서 1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조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사례가 알려주는 것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조건은 원칙적으로 계약 내용이 아닙니다. "편의상 형식만 쓴 계약서"라는 항변은 자신이 서명한 계약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여지기 매우 어렵습니다. 반대로, 구두로 합의한 조건이 있다면 반드시 계약서나 특약에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순위 전세권이나 근저당이 있는 상가를 임차할 때는 이 사건처럼 "잔금 지급 = 선순위 등기 말소"를 특약으로 걸어 두는 것이 보증금을 지키는 안전장치가 됩니다. 임대차 계약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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