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채권자 앞으로 지상권까지 함께 설정해준 경우, 대출을 다 갚고 근저당권을 말소했는데도 지상권 등기만 등기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 지상권을 실무에서는 "담보지상권"이라 부르는데, 형식은 지상권이지만 실질은 담보가치를 지키기 위한 부수적 장치이기 때문에 처리 방식을 두고 혼란이 생깁니다. 근저당권만 없애면 되는지, 지상권 말소는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지, 채권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실제로 자주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담보 목적으로 설정된 지상권이 피담보채권 소멸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등기부에 남은 지상권을 정리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담보지상권이란 — 지상권을 근저당권과 함께 설정하는 이유
지상권은 민법 제279조에 따라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하는 물권입니다. 원래는 실제로 건물을 짓거나 나무를 심어 토지를 사용·수익하려는 사람이 설정받는 권리인데, 실무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지상권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개인 채권자가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할 때, 채무자가 나중에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짓거나 다른 용익권(전세권·임차권 등)을 설정하면 경매 시 낙찰가가 떨어져 담보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근저당권과 동시에 채권자 앞으로 지상권까지 설정받아 두는 관행이 자리 잡았고, 이렇게 설정된 지상권을 통상 담보지상권이라 부릅니다.
담보지상권은 채권자가 실제로 토지를 사용하려는 의사 없이, 오직 제3자의 용익권 설정이나 건물 신축을 막는 '자리 지키기' 용도로만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료를 정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소액으로만 정하는 경우가 많고, 존속기간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나 변제기와 맞물려 정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계약서 자체에 "채무 담보를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한다"는 문구가 명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문구 없이 근저당권설정계약서와 지상권설정계약서가 같은 날 나란히 작성되는 방식만으로 담보 목적임을 알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담보지상권은 채권자가 토지를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3자의 용익권 설정이나 건물 신축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저당권과 함께 설정하는 지상권이다.
지상권은 원래 부종성 없는 물권이다 — 그런데 왜 함께 사라지나
저당권은 민법 제369조에 따라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이 시효의 완성 기타 사유로 인하여 소멸한 때에는 저당권도 소멸한다"고 명문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저당권의 부종성이라 부르는데, 피담보채권이 없어지면 그 채권을 담보하던 저당권도 당연히 함께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반면 지상권은 민법 제279조부터 제290조까지 규정된 독립한 용익물권으로, 애초에 피담보채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지상권은 존속기간이 만료되거나 지료 연체로 인한 소멸청구 등 별도의 사유가 있어야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고, 저당권처럼 다른 채권에 딸린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 통설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담보지상권은 등기부상으로는 여느 지상권과 다를 바 없는 독립한 물권으로 공시되어 있지만, 실질은 근저당권의 담보가치를 지키기 위한 부수적 장치에 불과합니다. 형식(등기부에 독립하여 존재하는 지상권)과 실질(근저당권에 딸린 담보 목적물)이 어긋나는 상황에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변제로 소멸했을 때 이 지상권도 함께 소멸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오랫동안 실무의 쟁점이었습니다. 지상권 자체에는 법률상 부종성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지상권도 저당권처럼 부종한다"고 넘겨짚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법원 2011다6342 판결 — 담보 목적 지상권도 피담보채권에 부종한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1다6342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근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의 당사자들이 그 목적이 된 토지 위에 차후 용익권이 설정되거나 건물 또는 공작물이 축조·설치되는 등으로써 그 목적물의 담보가치가 저감하는 것을 막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여 채권자 앞으로 아울러 지상권을 설정하였다면, 그 피담보채권이 변제 등으로 만족을 얻어 소멸한 경우는 물론이고 시효로 소멸한 경우에도 그 지상권은 피담보채권에 부종하여 소멸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출을 다 갚아 근저당권이 없어졌다면 지상권도 함께 없어진다는 것이고, 심지어 채권자가 시효 관리를 소홀히 해 피담보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사라진 경우에도 결론은 같습니다.
이 판결의 논리는 지상권 조문 자체에 부종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한 결과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근저당권과 지상권을 함께 설정한 당사자들은 애초부터 "담보 목적의 범위 내에서만 지상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입니다. 담보가치 보호라는 목적이 사라지면 지상권을 계속 보유할 근거도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므로, 저당권처럼 법조문상 당연히 부종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해석을 통해 부종적으로 소멸한다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 법리가 적용되려면 그 지상권이 실제로 "담보 목적"으로 설정된 것이라는 사실이 먼저 인정되어야 합니다.
담보지상권의 소멸은 지상권 조문에 부종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당사자가 담보 목적의 범위 내에서만 지상권을 보유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석한 결과다 — 그래서 '담보 목적'이라는 사실 인정이 먼저다.
담보 목적인지 아닌지, 법원은 무엇을 보는가
대법원 2011다6342 판결의 법리를 적용받으려면 그 지상권이 실제로 담보가치 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설정된 것임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법원은 지상권 설정 경위와 계약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 이를 판단하는데, 특정 사정 하나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여러 정황을 함께 봅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과 지상권설정계약이 같은 날 또는 근접한 시기에 함께 체결됐는지,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나 변제기와 연동되어 정해졌는지가 핵심적으로 검토되는 요소입니다.
지료를 정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판단 자료입니다. 실제로 토지를 사용·수익하려는 지상권이라면 통상 지료를 정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담보지상권은 애초에 사용할 의사가 없으므로 지료를 정하지 않거나 명목상 소액으로만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상권자가 실제로 그 토지를 점유하거나 사용한 사실이 있는지도 결정적인 정황입니다. 설정 이후 한 번도 토지를 사용한 적이 없다면 담보 목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설정 시점의 동시성 — 근저당권설정계약과 지상권설정계약이 같은 날 또는 근접한 시기에 체결됐는지.
지료 유무 — 지료를 정하지 않았거나 형식적 소액으로만 정했는지.
실사용 여부 — 지상권자가 설정 이후 실제로 토지를 점유·사용한 사실이 있는지.
존속기간의 연동 — 지상권 존속기간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변제기와 맞물려 있는지.
계약 문언 — 계약서에 "채무 담보를 위하여" 등 담보 목적을 명시한 표현이 있는지.
근저당권은 말소됐는데 지상권 등기만 남아있다면
실무에서 자주 벌어지는 함정은 대출을 완제한 뒤 근저당권 말소등기는 챙기면서도 지상권 말소는 잊는 경우입니다. 근저당권을 말소한다고 해서 등기소가 관련 지상권 등기까지 자동으로 지워주지는 않습니다. 등기는 신청주의가 원칙이라, 근저당권과 지상권은 각각 별도의 말소등기 신청이 필요합니다. 채권자가 대출 완제 시 근저당권 말소서류만 건네고 지상권 관련 서류는 별도로 안내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토지소유자) 입장에서는 지상권이 등기부에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놓치기 쉽습니다.
이렇게 지상권 등기가 방치되면 이후 그 토지를 매매하거나 건축허가·개발행위허가를 받으려 할 때 문제가 불거집니다. 등기부에 지상권자가 남아 있으면 매수인이 권리관계를 의심해 거래를 꺼리거나, 인허가 절차에서 지상권자의 동의나 승낙서를 요구받아 절차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담보 목적으로 설정됐던 지상권이라 실체법상으로는 이미 소멸했더라도, 등기부라는 공부(公簿)상으로는 여전히 살아있는 권리로 표시되어 있는 이 간극이 실무상 가장 큰 함정입니다.
토지 소유자가 말소를 구하는 방법과 입증책임
채권자(지상권자)가 대출 완제 이후에도 지상권 말소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토지소유자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민법 제214조)을 근거로 지상권설정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는 자신의 소유권을 방해하는 등기(이미 실체관계와 맞지 않게 된 지상권 등기)의 말소를 구할 권리가 있고, 법원의 승소 판결을 받으면 지상권자의 협조 없이도 단독으로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소송에서 입증책임은 원고인 토지소유자에게 있습니다. 첫째, 그 지상권이 애초에 근저당권의 담보가치 보호를 주요한 목적으로 설정됐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 둘째, 그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완성 등으로 이미 소멸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설정계약서와 지상권설정계약서, 대출 완제확인서, 근저당권 말소사실증명서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대출을 완제할 때는 근저당권 말소서류뿐 아니라 지상권 관련 해지서류나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까지 함께 요청해 받아두는 것이 이후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지료·존속기간 약정이 있어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상권설정계약서에 지료나 존속기간이 형식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해서 담보지상권의 소멸 법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실질이 담보가치 보호를 주요한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이상, 계약서에 지료 액수나 존속기간이 적혀 있더라도 대법원 2011다6342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계약서 문언이라는 형식보다 당사자들이 실제로 의도했던 목적, 즉 실질이 우선한다는 것이 이 판례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실무에서 채권자 측이 "지상권 존속기간이 아직 남아있다"거나 "지료 약정이 있으니 유효한 용익물권이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원은 그 지상권이 설정 당시 왜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근저당권과 세트로 설정되었고 실사용 사실이 없다면, 존속기간이나 지료 약정이 남아 있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도 단순히 "대출을 다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말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지상권이 애초에 담보 목적이었다는 사실관계를 함께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저당권이 말소되면 지상권도 등기부에서 자동으로 삭제되나요?
A. 아니요. 근저당권 말소와 지상권 말소는 각각 별도의 등기 신청이 필요합니다. 대법원 2011다6342 판결에 따라 담보 목적 지상권은 피담보채권 소멸로 실체법상 소멸하지만, 등기부에서 지워지려면 별도로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신청을 해야 합니다.
Q. 제가 설정해준 지상권이 담보 목적인지 어떻게 판단하나요?
A. 지상권설정계약이 근저당권설정계약과 동시에 체결됐는지, 지료 약정 없이 무상으로 설정됐는지, 지상권자가 실제로 토지를 점유·사용한 사실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실사용 사실이 없고 근저당권과 세트로 설정됐다면 담보 목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지상권자가 말소등기에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근거로 지상권설정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담보 목적으로 설정된 사실과 피담보채권이 소멸한 사실을 증명하면 승소 판결로 지상권자의 협조 없이도 단독으로 말소등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대출을 일부만 갚았는데 지상권도 일부만 소멸하나요?
A. 지상권은 성질상 일부만 소멸한다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피담보채권이 전부 소멸해야 지상권도 함께 소멸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법리이므로, 잔존 채무가 남아 있다면 지상권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Q. 근저당권 채무가 시효로 소멸한 경우에도 지상권이 함께 사라지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 2011다6342 판결은 피담보채권이 변제로 소멸한 경우뿐 아니라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한 경우에도 담보 목적 지상권이 함께 소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Q. 지상권자가 이제 와서 토지를 실제로 사용하겠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애초에 담보 목적으로 설정된 지상권이라면 뒤늦게 사용·수익 의사를 주장해도 그 실질이 바뀌지 않습니다. 법원은 설정 당시의 목적과 정황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사후 주장만으로 지상권의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맺음말
담보지상권은 형식은 지상권이지만 실질은 근저당권의 담보가치를 지키기 위한 부수적 장치입니다. 대법원 2011다6342 판결에 따라 피담보채권이 변제나 시효완성으로 소멸하면 이 지상권도 함께 소멸하지만, 그 실체법상 소멸이 등기부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입니다. 대출을 완제했다면 근저당권 말소서류와 함께 지상권 관련 서류까지 챙겨야 하고, 채권자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담보 목적이었다는 사실과 채권 소멸 사실을 함께 증명해 말소청구소송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광교를 비롯한 수원·경기남부 지역처럼 토지 담보대출과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곳에서는, 오래전 근저당권 설정 당시 함께 등기됐던 지상권이 정리되지 않은 채 수년째 방치돼 있다가 매매나 개발 단계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됩니다. 등기부에 오래된 지상권이 남아 있다면 그 설정 경위와 피담보채권의 소멸 여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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