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지급보증서를 받지 못한 수급사업자가 적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니 대금은 당연히 나올 거라 믿고 넘어가지만, 정작 원사업자의 자금 사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제야 아무 담보도 없이 공사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에게 곧바로 대금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급보증서 미발급이 왜 그 자체로 직접지급 청구권의 근거가 되는지, 실제로 청구권을 행사하려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 원사업자에게 지워진 법정 의무
건설공사를 하도급받은 수급사업자에게 지급보증서는 단순한 서류 한 장이 아니라 법이 강제하는 담보장치입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3조의2 제1항은 건설위탁의 경우 원사업자가 계약체결일부터 30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보증은 지급수단이 어음이면 만기일까지, 어음대체결제수단이면 하도급대금 상환기일까지를 보증기간으로 하며, 대상 금액은 계약금액에서 선급금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같은 조는 수급사업자에게도 계약금액의 100분의 10에 해당하는 계약이행보증 의무를 지우고 있어, 지급보증과 이행보증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서로 맞물려 부담하는 쌍무적 담보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의무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은 수급사업자에게 중요한 방어수단이 됩니다. 하도급법 제13조의2 제9항은 원사업자가 공사대금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 경우 수급사업자는 계약이행보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제10항은 원사업자의 계약이행보증 청구권 자체가 스스로 먼저 지급보증을 이행한 뒤가 아니면 행사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계약 체결 후 30일이 지나도록 지급보증서가 오지 않는데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수급사업자가 적지 않습니다. 지급보증서 미발급은 그 자체로 원사업자의 법 위반이자, 뒤에서 살펴볼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 청구권의 근거가 되는 사유이므로 계약 초기 단계에서부터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공사기간 4개월 이하 — 계약금액에서 선급금을 뺀 금액이 보증 대상.
공사기간 4개월 초과, 기성대가 지급주기 2개월 이내 — 별도 산식으로 산출한 금액이 보증 대상.
보증기간 — 어음 지급이면 만기일까지, 어음대체결제수단이면 하도급대금 상환기일까지.
원사업자가 보증하지 않으면 수급사업자도 계약이행보증 의무에서 벗어남(제13조의2 제9항).
지급보증과 계약이행보증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서로 맞물려 부담하는 담보 구조다 — 원사업자가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으면 수급사업자의 계약이행보증 의무도 함께 풀린다.
지급보증서를 못 받았다면 —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4호가 여는 직접지급 청구권
지급보증서를 받지 못한 수급사업자에게 법이 마련해 둔 대응 수단이 하도급법 제14조가 정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제도입니다. 제14조 제1항은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시공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는 사유 네 가지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4호가 바로 지급보증서 미발급과 직결되는 조항으로, 원사업자가 제13조의2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를 직접지급 사유로 규정합니다. 원사업자의 자금난이 실제로 드러나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애초에 법이 정한 담보장치 자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직접지급을 요구할 근거가 열리는 것입니다.
이 제도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의 신용과 자력에 기대어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지급보증이라는 담보조차 없는 상태에서 원사업자가 부도나거나 대금 지급을 미루면 수급사업자가 입는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하도급법은 이런 상황에서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로부터 곧바로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는 우회로를 열어줌으로써, 원사업자의 일반채권자보다 수급사업자를 우선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제14조 제1항이 정한 나머지 사유들, 즉 원사업자의 지급정지·파산(제1호),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3자 간 직접지급 합의(제2호), 하도급대금 2회분 이상 미지급(제3호)과 나란히 놓고 보면, 지급보증서 미발급을 근거로 한 제4호 청구는 원사업자의 자금 사정이 실제로 악화되기 전 단계에서부터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선제적인 방어수단입니다.
제1호 — 원사업자의 지급정지·파산 등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제2호 —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3자가 직접지급에 합의한 경우.
제3호 —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2회분 이상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제4호 —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급사업자가 직접지급을 요청한 경우.
지급보증서 미발급은 원사업자의 자금난이 현실화되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 초기부터 확인 가능한 근거다.
청구권이 실제로 발생하는 시점 —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의 의미
제14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더라도 지급보증서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발주자에 대한 청구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4다38678 판결은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이 정한 사유 중 3자 합의(제2호)와 달리, 제1호·제3호·제4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에 비로소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지급보증 의무 불이행이라는 사유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급사업자가 그 사유를 근거로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요청하는 의사표시를 실제로 해야 비로소 권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가 실무에 주는 함의는 명확합니다. 지급보증서를 못 받았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청구권은 잠재적인 상태로만 머물 뿐 구체화되지 않습니다. 직접지급을 요청할 때는 계약서 사본, 지급보증서 미발급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발급 요청 공문과 회신 내역 등), 실제 시공을 완료한 부분에 상당하는 기성 내역을 함께 제시해 요청의 대상과 범위를 특정해야 합니다. 청구 대상은 어디까지나 수급사업자가 실제로 시공을 완료한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정되며, 아직 시공하지 않은 부분까지 미리 직접지급을 요청할 수는 없습니다.
지급보증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한 직접지급청구권은 사유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발생하지 않는다 —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명시적으로 요청한 시점에 비로소 발생한다.
직접지급의 효과 — 발주자와 원사업자, 두 채무가 동시에 사라진다
직접지급 요청이 유효하게 이루어지면 그 효과는 단순히 발주자가 돈을 하나 더 지급해야 한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은 그 범위 안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와, 원사업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함께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원사업자에게 지급할 공사대금 채무 중 직접지급한 만큼을 원사업자에게 별도로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되어 이중지급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금을 받아 원사업자의 자력 악화 위험에서 벗어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 효과는 직접지급 요청이 발주자에게 도달한 이후의 미지급 대금에 대해서만 작동합니다. 발주자가 이미 원사업자에게 정상적으로 지급을 마친 부분까지 소급해서 이중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수급사업자로서는 원사업자가 지급보증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즉시 직접지급 요청을 진행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시간을 끄는 사이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기성대가를 계속 지급해 버리면, 그만큼 직접지급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급보증 의무의 예외 — 모든 건설하도급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급보증서를 안 준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원사업자에게 지급보증 의무 자체가 없는 경우가 있어 확인이 먼저입니다. 하도급법 제13조의2 제1항 단서는 원사업자의 재무구조와 공사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보증이 필요하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하도급법 시행령 제8조)이 정하는 경우에는 지급보증 의무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원사업자의 신용평가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우량하거나,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조기에 안전하게 지급하는 상생결제 방식의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가 면제 대상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원사업자가 지급보증서를 주지 않을 때는 먼저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서 특약사항이나 발주자가 사용하는 표준하도급계약서 조항에 지급보증 면제 근거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살펴보고, 명시된 근거가 없다면 원사업자에게 서면으로 면제 사유의 소명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면제 사유가 확인되지 않는데도 지급보증서 발급을 미루고 있다면, 그때부터는 제14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직접지급 청구권 행사를 준비할 명확한 근거가 생깁니다.
원사업자의 신용평가등급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하도급대금 상생결제 등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
계약 잔여기간·기성률·잔여대금 등에 비추어 보증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면제사유 소멸 후 재보증 국면).
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 지급보증서 발급이 지연된다면 직접지급 청구권 준비 대상.
다른 직접지급 사유와 비교하면 왜 유리한 카드인가
제14조 제1항이 정한 네 가지 직접지급 사유는 실제로 활용하기 쉬운 정도가 서로 다릅니다. 제1호의 지급정지·파산 사유는 원사업자의 자금 사정이 실제로 파탄에 이르러야 성립하므로, 그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활용할 수 없습니다. 제3호의 2회분 이상 미지급 사유는 대금이 실제로 두 차례 이상 밀려야 요건이 갖춰지므로, 이미 상당한 금액이 연체된 뒤에야 손을 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2호의 3자 합의는 발주자와 원사업자가 합의에 응해줘야 하는데, 원사업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불리해지는 합의에 순순히 응할 유인이 크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지급보증 의무 불이행을 근거로 한 제4호는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유입니다. 대금이 실제로 밀리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지급보증서가 애초에 발급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요건을 충족합니다. 수급사업자로서는 공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급보증서 발급 여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 향후 대금 미지급 위험에 대비한 카드를 미리 확보해 둘 수 있다는 점에서, 네 가지 사유 가운데 가장 조기에 활용할 수 있는 방어수단입니다.
대금이 실제로 밀리기를 기다려야 하는 다른 사유들과 달리, 지급보증서 미발급은 계약체결 후 30일 안에 확인 가능한 가장 이른 단계의 방어수단이다.
직접지급을 요청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자료
직접지급 요청은 구두로 언급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발주자가 요청의 근거와 범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서면으로, 가급적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요청서에는 하도급계약의 당사자와 계약금액, 지급보증서 발급을 요청했던 경위와 원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실제로 시공을 완료한 부분에 상당하는 기성금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기재해야 합니다.
원사업자와 체결한 하도급계약서 및 특약사항.
지급보증서 발급을 요청한 공문과 원사업자의 회신(또는 무응답 경위).
시공을 완료한 부분을 증명하는 기성내역서·작업일보·감리확인서 등.
발주자에게 보낼 직접지급요청서(내용증명) 초안과 발송 증빙.
발주자가 직접지급 요청에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절차와 별도로 발주자를 상대로 한 직접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소송으로 가더라도 앞서 정리한 자료, 특히 지급보증서 미발급 사실과 직접지급 요청이 발주자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청구의 성패를 좌우하므로, 요청 단계에서부터 자료를 꼼꼼히 갖춰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급보증서를 못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발주자에게 바로 청구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4호는 지급보증 의무 불이행에 더해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 비로소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서면으로 직접지급을 요청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원사업자가 지급보증 면제 대상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A. 신용평가등급이 우량하거나 상생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 하도급법령이 정한 면제 사유에 해당하면 애초에 지급보증 의무 자체가 없어 제4호를 근거로 한 직접지급 청구는 어렵습니다. 이 경우 2회분 이상 미지급 등 다른 사유의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Q.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이미 대금을 다 지급했다면 소용없나요?
A. 직접지급의 효과는 요청이 도달한 이후의 미지급 대금 범위에서 발생하므로, 이미 정상적으로 지급이 끝난 부분까지 소급해서 다시 받아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급보증서 미발급을 확인한 즉시 요청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발주자가 직접지급 요청을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요?
A.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신고하거나 발주자를 상대로 직접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때 지급보증서 미발급과 직접지급 요청 도달 사실을 뒷받침하는 서면 자료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Q. 아직 시공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미리 직접지급을 요청할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직접지급청구권은 수급사업자가 실제로 시공을 완료한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에 한해 인정되므로, 향후 시공 예정 부분까지 포함해 미리 요청할 수는 없습니다.
Q. 요청 이후에 원사업자가 뒤늦게 지급보증서를 발급하면 청구권이 없어지나요?
A. 직접지급을 요청한 시점에 이미 발생한 청구권은 그 이후 원사업자가 뒤늦게 지급보증서를 발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소급해 소멸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후 대금 처리 방식은 발주자·원사업자와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는 원사업자가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안에 마쳐야 하는 법정 의무이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수급사업자에게 발주자를 상대로 한 직접지급 청구권의 문을 열어줍니다. 다만 그 문은 저절로 열리지 않습니다.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4호가 정한 대로 수급사업자가 명확하게 직접지급을 요청해야 비로소 청구권이 구체화되고, 그 범위도 실제 시공을 완료한 부분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지급보증서가 오지 않는다고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면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고 해당하지 않는다면 계약서와 기성 내역, 지급보증 요청 경위를 정리해 직접지급 요청서를 준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수원을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는 중소 건설업체 간 하도급 거래가 많은 만큼, 지급보증서 미발급으로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계약 초기 단계에서부터 대응 방향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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