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조합이나 지역주택조합에서 시공자 선정, 사업비 증액, 관리처분계획을 둘러싸고 조합원들 사이 갈등이 커지면서, 총회결의 자체의 효력을 다투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조합원분들 중 상당수는 "이미 총회에서 다수결로 통과된 건데 이제 와서 뒤집을 수 있겠나", "정족수는 형식적인 것일 뿐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던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까지 끝난 뒤에야 하자를 문제 삼으려 하면, "이미 절차가 다 끝났다"는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조합 총회결의의 하자를 다투는 방법과 시점에 대해 인가·고시 전후로 소송의 형태 자체가 달라진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고, 소집절차나 정족수의 하자라도 그것이 결의의 근간을 흔드는 정도인지에 따라 무효와 취소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조합 총회 결의에 어떤 하자가 있을 때 무효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다투려면 어떤 절차와 시점이 중요한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총회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항이 정해져 있고, 이를 벗어나면 결의 자체가 효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정관과 도시정비법이 총회 의결사항으로 못박은 사항은, 조합장이나 대의원회가 대신 정할 수 없습니다.
재건축·재개발조합이나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장 한 사람이나 소수의 집행부가 사업 전체를 좌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 제1항은 정관 변경, 자금의 차입과 상환방법, 예산안과 사용내역, 시공자·설계자 선정, 정비사업비 분담내역,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 조합의 해산 등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기는 지점은 대의원회의 권한입니다. 조합원이 100명 이상이면 조합원 10분의 1 이상으로 대의원회를 구성해 총회의 권한 일부를 대행하게 할 수 있지만(제46조), 정관 변경이나 조합 해산처럼 대통령령으로 대행이 금지된 사항까지 대의원회가 임의로 처리했다면 그 결정은 애초에 총회 의결이라는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미 대의원회에서 통과됐으니 문제없다", "조합장이 급하다고 해서 서면으로만 돌렸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이 총회 의결을 요구하는 사항을 다른 절차로 대신 처리했다면, 그 자체로 결의의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나중에 다투었을 때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관과 도시정비법이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정한 사항을 다른 절차로 대신 처리했다면, 그 결정은 애초에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2. 소집 통지나 정족수를 어긴 정도에 따라 결의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통지 하나를 빠뜨린 경우와, 애초에 적법한 소집권자가 소집하지 않은 경우는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2조는 총회를 소집하려는 자가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회의의 목적·안건·일시·장소와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사항을 조합원에게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공자 선정처럼 중요한 안건은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출석해야 하고, 창립총회나 시공자 선정 취소 등은 20% 이상 직접 출석해야 하는 등 서면결의서만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별도 요건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지가 조금 늦었다거나 극히 일부 조합원에게만 누락된 경우처럼 경미한 절차 위반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결의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지·정족수의 하자가 결의를 무효로 만들 정도인지는 그 하자가 조합원의 의사결정과 결의 내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살펴 판단됩니다.
반면 하자가 결의의 근간 자체를 흔드는 경우, 즉 애초에 소집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임의로 모임을 소집했거나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을 모아 놓고 결의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대법원은 법인 아닌 사단의 총회에 대해서도 이런 하자를 무겁게 다뤄왔습니다.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하여 소집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원 아닌 자들이 모여서 개최한 집회에 불과하여 법률상 부존재로 볼 수밖에 없는 총회결의는 유효한 결의로 다룰 수 없다(대법원 1983. 3. 22. 선고 82다카1810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는 종중을 비롯한 법인 아닌 사단의 총회에 폭넓게 적용되어 왔고, 정비사업조합처럼 조합원으로 구성된 단체의 총회에도 마찬가지 기준이 준용됩니다. 즉 통지가 다소 부실했던 정도라면 취소 사유에 그칠 여지가 크지만, 소집 권한 자체가 없거나 정족수를 현저히 밑도는 상태에서 밀어붙인 결의는 무효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사소한 통지 지연은 취소 사유에 그칠 수 있어도, 소집 권한이나 정족수 자체를 갖추지 못한 결의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3. 관리처분계획처럼 인가·고시를 거친 사항은 총회결의만 따로 떼어 무효를 다툴 수 없습니다
인가·고시 전이라면 결의 자체를, 인가·고시 후라면 계획 전체를 다투어야 합니다.
정비사업조합의 총회결의 중에서도 사업시행계획서나 관리처분계획처럼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하는 사항은 다투는 방법이 다릅니다. 인가·고시가 나기 전이라면 총회결의 자체의 무효를 다투는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인가·고시가 이루어진 뒤에는 그 관리처분계획이 이미 행정처분으로서 효력을 갖게 됩니다.
여기서 실무상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의에 하자가 있었으니 그 부분만 무효라고 인정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인가·고시가 끝난 뒤에도 총회결의만 따로 떼어 무효확인을 구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방식의 소송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총회결의의 하자를 이유로 하여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하고, 그와 별도로 행정처분에 이르는 절차적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한 총회결의 부분만을 따로 떼어내어 효력 유무를 다투는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같은 취지는 그 뒤로도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다97737 판결과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2두24481 판결도 인가·고시 이후에는 관리처분계획 자체를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총회결의 부분만 따로 확인의 소로 다툴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결국 관리처분계획이나 사업시행계획에 관한 총회결의라면, 인가·고시 전에 신속하게 하자를 지적하고 필요하다면 효력정지를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가·고시가 이루어진 뒤에는 다투는 소송의 형태 자체가 바뀌어 버려, 뒤늦게 총회결의만 문제 삼는 방식으로는 구제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관리처분계획 등 인가·고시를 거치는 사항은, 인가·고시 전에 결의 자체를 다투지 않으면 이후에는 계획 전체를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4. 하자가 결의의 근간에 관련될수록, 그리고 다투는 시점이 이를수록 무효 인정 가능성이 커집니다
정비사업비가 10% 이상 늘어나는 경우처럼, 법이 더 무거운 정족수를 요구하는 사항일수록 하자의 무게도 커집니다.
도시정비법 제45조는 모든 안건에 같은 정족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안건은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지만, 사업시행계획서와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는 출석 조합원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하고, 정비사업비가 애초 예산보다 10% 이상 늘어나는 경우에는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이처럼 법이 가중된 정족수를 요구하는 사항일수록, 그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결의는 하자의 무게도 커집니다. 단순히 출석 조합원 기준으로 과반수를 넘겼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해당 안건이 전체 조합원 기준의 가중정족수를 요구하는 사항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시점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같은 하자라도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전에 문제를 제기했다면 결의 자체의 무효를 비교적 폭넓게 다툴 수 있지만, 인가·고시가 끝난 뒤에는 앞서 본 것처럼 항고소송이라는 별도의 절차와 제소기간의 제약을 받게 됩니다.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는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를 뒤집기가 현실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중정족수가 요구되는 안건일수록 하자의 무게가 커지고, 인가·고시 전에 움직일수록 무효를 인정받을 여지도 커집니다.
5. 총회결의의 하자를 다투려면 이런 순서로 준비해야 합니다
고소·기소 절차가 아니라 소송과 가처분 절차이므로, 자료 확보와 시점 판단이 승패를 가릅니다.
정비사업조합이나 지역주택조합의 총회결의를 다투는 절차는 형사 고소와는 다릅니다. 고준용 변호사가 사무실을 둔 수원 지역의 사례만 보아도, 통상 ①조합에 서면으로 하자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재의결이나 소명을 요구하는 절차 → ②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관할 법원(조합 임원 선임·해임 등 내부 운영에 관한 사항은 수원지방법원 민사부,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처럼 인가·고시를 거쳐 행정처분이 된 사항은 관할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절차 → ③본안 판단이 늦어지는 사이 사업이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 ④가처분과 본안에서 하자가 인정되면 조합이 절차를 다시 밟아 재의결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조합을 상대로 한 소송은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과 달리, 총회 회의록과 서면결의서·위임장 원본이 조합 사무실에 있어 조합원 개인이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나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 등을 통해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절차의 출발점이 됩니다.
총회결의의 하자가 의심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합 정관과 총회 회의록, 소집통지서, 서면결의서·위임장을 확보해 실제 통지 시점과 정족수 충족 여부를 확인합니다.
문제된 안건이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처럼 관할 행정청의 인가·고시를 이미 거쳤는지, 아직 거치지 않았는지부터 확인해 다투는 소송의 형태와 시점을 정합니다.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를 함께 검토해 본안 판단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막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비사업 총회결의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결의 자체의 무효를 다툴지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항고소송으로 갈지, 그리고 가처분을 병행할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조합 총회에서 이미 다수결로 통과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제 와서 뒤집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문제 제기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관리처분계획처럼 인가·고시를 거치는 사항은 그 시점을 넘기는 순간 다투는 방법 자체가 바뀌어 버려,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결의를 밀어붙여야 하는 조합 집행부 입장에서도 절차를 꼼꼼히 지켜야 나중에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반대로 결의에 이의를 제기하는 조합원 입장에서도 무조건 무효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그 하자가 결의의 근간을 흔들 정도인지, 가중정족수가 적용되는 안건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승산이 있습니다.
저는 조합 집행부의 총회 준비 과정을 자문한 사건과, 조합원을 대리해 총회결의의 하자를 다툰 사건 양쪽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하자라도 다투는 시점과 안건의 성격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결의를 다툴 수 있는 시점은 생각보다 짧게 지나갑니다. 인가·고시 전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총회 소집 통지를 못 받았는데, 그것만으로 결의가 무효가 되나요?
A. 통지 누락이 일부 조합원에게만 있었고 경미하다면 취소 사유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다수 조합원에 대한 통지가 함께 빠지는 등 절차의 근간이 흔들렸다면 무효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Q.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이미 났는데, 지금이라도 총회결의만 따로 무효라고 다툴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인가·고시 이후에는 관리처분계획 자체를 항고소송으로 다투어야 하고, 총회결의 부분만 떼어 확인의 소를 구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하지 않습니다.
Q. 서면결의서에 조합원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 대신 서명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본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니라면 그 서면결의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위임 의사가 명확히 확인되는 경우처럼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시공자 선정 총회는 다른 안건보다 요건이 더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A. 맞습니다. 시공자 선정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출석해야 하는 등 서면결의 비중을 제한하는 요건이 별도로 적용되어, 일반 안건보다 절차가 엄격합니다.
Q. 조합장 해임 결의에 하자가 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관리처분계획처럼 행정소송으로 다투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조합장 등 임원의 선임·해임처럼 조합 내부 운영에 관한 결의는 통상 민사소송으로 다투며, 인가·고시를 거쳐 행정처분이 되는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과는 다투는 방식이 다릅니다.
Q. 결의 효력을 다투는 동안 총회에서 정한 대로 사업이 계속 진행되면 어떻게 하나요?
A. 본안 소송 결과만 기다리면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을 함께 신청해 사업 진행을 잠정적으로 멈추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Q. 정비사업비가 애초 예산보다 많이 늘었는데 별도 총회 의결 없이 진행됐다면 문제가 되나요?
A.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비가 10% 이상 늘어나는 경우에는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가중된 정족수가 요구되므로, 이를 거치지 않았다면 하자 여부를 다퉈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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