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만 걸고 계약 포기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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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약금만 걸고 계약 포기했는데 돌려받을 수 있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전에 급한 대로 가계약금부터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상담을 하다 보면 “가계약이니까 마음이 바뀌면 그냥 취소하면 된다”, “정식 계약서에 도장을 안 찍었으니 위약금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가계약금을 보냈다가, 막상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통보하자 상대방이 “이미 계약은 성립했다”며 가계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황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가계약금이 무조건 몰취되는 돈도,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는 돈도 아니라는 전제 위에서, 가계약 체결 당시 목적물·대금 등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명시적 약정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반환 여부를 가리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가계약금만 걸고 계약을 포기한 경우 어떤 기준으로 반환 여부가 갈리는지, 그리고 실제로 돈을 돌려받으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가계약금은 이름이 아니라 계약 성립 여부로 반환 여부가 갈립니다

핵심은 ‘가계약’이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그 시점에 실제로 계약이 성립했는지입니다.

가계약이라는 단어에는 정해진 법적 의미가 없습니다. 실무에서 가계약금이라 부르며 주고받은 돈이라도, 그 돈이 오간 시점에 이미 매매(또는 임대차) 목적물이 무엇인지, 대금이 얼마인지,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지 등 계약의 핵심 내용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었다면, 법원은 이를 정식 계약과 다름없는 것으로 취급합니다.

반대로 매물을 놓고 가격을 조율하는 중이거나, 대출 승인 여부나 입주(이사) 시기 같은 조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자리부터 잡아 두자”는 취지로 소액을 보낸 경우라면, 이는 계약이라기보다 교섭 단계에서 오간 증거금에 가깝습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대법원은 이 합치가 본질적 사항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적어도 장래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합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부 조건이 다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가계약’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 시점에 실제로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2. 매매목적물과 대금 등 핵심 사항이 정해졌다면 매매계약은 이미 성립한 것입니다

잔금 지급시기를 정하지 않고 정식계약서를 쓰지 않았어도, 매매계약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 중요 사항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까지 있었다면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비록 이 사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되었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이처럼 매매계약이 이미 성립한 것으로 인정되면, 매수인이 단순히 마음이 바뀌어 계약을 포기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민법 제565조의 해약금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65조는 당사자 일방이 계약금 명목의 돈을 교부한 때에는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상대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목적물·대금 등 핵심 조건이 이미 합의된 상태에서 가계약금을 건넸다면, 그 돈은 법적으로 단순한 예약금이 아니라 매매계약의 계약금으로 기능하게 되고, 계약을 포기하는 쪽이 이를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매매목적물과 대금 등 핵심 사항이 이미 정해졌다면, 정식계약서를 쓰지 않았어도 매매계약은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명시적 약정이 없다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해약금 약정’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 한, 가계약금이 곧바로 몰취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직 목적물이나 대금 등 핵심 조건이 완전히 정해지지 않은 단계에서 가계약금만 오간 경우는 어떻게 볼까요. 대법원은 최근 임대차 가계약금이 문제 된 사건에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명백한 약정이 없는 한 이를 계약교섭의 기초로 오간 증거금으로 보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했습니다.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

이 사건은 임대차보증금 8억 7천만 원짜리 임대차계약을 앞두고 가계약금 300만 원을 보냈다가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포기한 사안이었는데, 원심은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아 반환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계약서에 “계약을 포기하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취지의 명시적인 문구가 없다면, 함부로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는 매매뿐 아니라 임대차 가계약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법리입니다.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명시적 약정이 없다면, 계약을 포기했다는 사정만으로 가계약금이 곧바로 몰취되지는 않습니다.


4. 특약사항 문구와 계약 파기 사유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가계약금이라도, 계약서 문구와 누구 사정으로 계약이 깨졌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실무에서 결론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가계약서나 문자·메시지에 남은 특약 문구입니다. “매수인(임차인)의 사정으로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가계약금은 반환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명시돼 있다면, 이는 해약금 내지 위약금 약정으로 인정되어 계약을 포기한 쪽은 가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그런 문구 없이 단순히 “가계약금 ○○원 입금 확인”, “계약 예정일 ○월 ○일” 정도만 오갔다면, 앞서 본 대법원 법리에 따라 매수인 측 사정으로 계약이 무산되었더라도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여지가 큽니다.

계약이 무산된 원인이 매도인(임대인) 쪽에 있다면 상황은 더 유리해집니다. 목적물·대금 등이 이미 확정되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매도인이 다른 매수인에게 팔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거부했을 때 매수인은 민법 제565조에 따라 오히려 가계약금의 배액을 상환받을 수 있습니다.


5. 가계약금을 돌려받으려면 이런 절차로 준비해야 합니다

감정적인 항의보다, 자료를 갖춘 내용증명과 청구 절차가 먼저입니다.

가계약금 반환은 통상 ①상대방에게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 ②협의가 안 되면 부동산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수원 지역 물건이라면 수원지방법원)에 지급명령 신청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제기 → ③상대방이 이의하면 소송 절차로 이행되어 조정·변론 진행 → ④승소 확정 후에도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청구 금액이 크지 않다면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심판 절차를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계약 성립을 주장하며 다툰다면 목적물·대금 합의 여부, 특약 문구 등을 놓고 본격적인 증거 다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가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기 전에는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 가계약서나 문자·메시지에 매매(임대차) 목적물, 대금, 지급방법, 특약사항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가계약금을 입금한 계좌 내역과 정확한 입금 일시, 금액을 확보합니다.

  3.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시점과 그 경위(누구의 사정인지)를 통화 녹음·문자 등으로 정리해 둡니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 거래 분쟁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면, 계약 성립 여부와 해약금 약정 여부를 냉정하게 따져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과 절차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계약금 문제는 “그래도 계약하려고 했던 사이인데”, “겨우 몇백만 원인데 소송까지 가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계약금을 돌려받으려는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항의하기보다, 계약 성립 여부와 특약 문구를 뒷받침하는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문자, 통화 녹음, 입금 내역이 쌓일수록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대로 가계약금을 받고 계약을 거부당한 매도인·임대인 쪽에서도 “가계약이었으니 문제없다”는 생각만으로는 배액 상환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목적물·대금 등 핵심 조건이 실제로 합의됐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가계약금을 둘러싼 반환 분쟁에서 돈을 돌려받으려는 쪽과 반대로 청구당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서 문구 하나, 통화 녹음 한 줄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계약서를 안 쓰고 계좌이체만 했는데도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계약 성립 여부는 서면 작성 여부가 아니라 목적물·대금 등 본질적 사항에 관한 합의가 있었는지로 판단하므로, 문자나 통화로 이런 내용이 오갔다면 계좌이체만으로도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Q. “계약금 대신 가계약금”이라고만 문자로 남겼는데, 이것도 해약금 약정으로 보나요?

A.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해약금 약정은 계약을 포기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취지가 약정 내용·경위·당사자 의사 등에 비추어 명백히 인정되어야 하므로, 단순히 “계약금”이라는 표현만으로는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Q.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팔아버려서 계약이 깨졌습니다. 가계약금을 배액으로 받을 수 있나요?

A. 목적물·대금 등이 이미 확정되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가능합니다. 민법 제565조에 따라 매도인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면 매수인은 가계약금의 배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가계약금이 소액인데도 소송까지 해야 하나요?

A. 금액이 크지 않다면 지급명령이나 소액사건심판 절차를 이용하면 정식 소송보다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계약 성립을 다투면 증거 정리가 필요합니다.

Q. 부동산 중개인이 “가계약금은 원래 안 돌려받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맞나요?

A. 일률적으로 맞는 말은 아닙니다. 반환 여부는 중개 관행이 아니라 계약 성립 여부와 해약금 약정 여부로 판단되므로, 그런 설명만 믿고 포기하기보다 계약서와 대화 내용을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Q. 정식 계약서를 쓰기 전에 대출이 거절돼서 계약을 못하게 됐습니다. 이것도 제 사정으로 보나요?

A. 대출 승인 여부가 계약의 조건으로 명시돼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출 승인을 조건으로 한다는 특약이 있었다면 대출 거절은 매수인만의 사정으로 보기 어려워 반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Q. 반환 청구 소송에서 어떤 자료가 가장 중요한가요?

A. 가계약 체결 당시 목적물·대금·지급방법이 어떻게 정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문자·통화 내용과, 특약사항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계약서나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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