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파기됐는데 중개사가 수수료를 다 달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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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파기됐는데 중개사가 수수료를 다 달라고 해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잔금 문제나 사정 변경으로 계약이 깨지는 사례가 늘면서, 계약이 파기됐는데도 중개사가 중개보수를 전액 요구해 다투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 중 상당수는 “계약이 깨졌으니 중개수수료도 당연히 안 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던 경우입니다. 그런데 막상 지급을 거부하면 중개사 쪽에서 “계약은 이미 유효하게 체결됐던 것이니 보수를 내야 한다”며 지급명령이나 소송까지 예고해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계약이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이상, 그 후 당사자의 사정으로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중개보수 청구권 자체에는 영향이 없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예외와 한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내지 않아도 될 돈까지 내거나 반대로 내야 할 돈을 안 내 분쟁을 키우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래에서는 계약이 파기된 경우 중개보수를 실제로 내야 하는지, 예외적으로 면제되는 경우는 언제인지, 그리고 정당한 보수의 한도는 어디까지인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계약이 일단 성립됐다면 그 후 해제되어도 중개보수 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유지됩니다

중개사의 역할은 계약을 성립시키는 데까지이지, 계약의 이행 완료까지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중개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소정의 중개보수를 받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중개업무는 거래 당사자 사이에 매매·임대차 등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도록 알선하는 것을 뜻하고, 계약이 체결된 순간 그 중개행위는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매수인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하거나, 두 당사자가 협의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어느 한쪽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깨지더라도, 이는 전부 계약이 성립된 이후에 발생한 사정입니다. 계약 자체는 이미 유효하게 성립했었기 때문에, 그 뒤의 해제 사유가 무엇이든 중개보수 청구권에는 원칙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계약서에 도장만 찍었지 결국 아무 일도 없었던 셈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적으로는 계약이 일단 성립했다가 나중에 해제된 것과 애초에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전자는 중개보수 청구권이 이미 발생한 뒤의 문제이고, 후자만 중개행위 자체가 미완성된 경우로 다뤄집니다.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이상, 그 뒤 당사자 사정으로 해제됐더라도 중개보수 청구권 자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2. 중개사의 고의나 과실로 계약이 깨졌다면 중개보수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사 책임으로 거래가 무산된 경우에는 보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단서는 개업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중개의뢰인 간의 거래행위가 무효·취소 또는 해제된 경우에는 보수를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유일한 경우가 바로 이 조항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사례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 위반입니다.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가압류 등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설명서에 중요 사항을 빠뜨리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상대방이 계약을 해제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이 예외가 인정되려면 중개사의 고의·과실과 계약 해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중개사가 뭔가 미흡했다”는 정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미흡함이 실제로 계약 해제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점을 등기부등본·확인설명서·계약 경위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계약이 깨진 사정이 순전히 당사자들 사이의 자금 문제나 마음 변화 때문이었다면, 중개사에게 책임을 돌리기 어렵고 원칙대로 보수 지급의무가 유지됩니다.

중개사의 고의·과실로 거래가 무효·취소·해제된 경우에만 보수 지급의무가 없고, 그 밖의 사정으로 깨진 경우는 원칙대로 지급의무가 있습니다.


3. 계약금 몰수나 위약금 지급은 중개보수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위약금을 물어줬다고 해서 중개보수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수인의 귀책으로 계약이 깨지면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몰취되고, 매도인의 귀책이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이 통상적인 약정입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 사이의 손해배상·위약벌 문제로, 계약의 정당한 성립을 알선한 대가인 중개보수와는 발생 근거 자체가 다릅니다.

“계약금을 이미 다 뜯겼는데 중개보수까지 내라는 건 이중으로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억울함은 이해가 되지만, 계약금 처리는 매도인·매수인 사이의 문제이고 중개보수 지급의무는 의뢰인과 중개사 사이의 별개 계약관계에서 발생합니다. 두 청구권이 같은 사건에서 동시에 문제 되더라도 법적으로는 서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계약이 아예 정식 계약서 작성 전 단계, 즉 가계약금만 오간 상태에서 무산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7다243723 판결도 중개대상물에 대한 계약이 최종적으로 완결되지 않은 경우, 중개 의뢰 경위와 처리 경과, 투입된 기간과 노력, 의뢰인이 실제로 얻은 이익 등을 종합해 그 진행 정도에 상응하는 보수를 약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보수 역시 법정 한도를 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금 몰취나 배액상환은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문제이고, 중개보수 지급의무와는 법적 근거가 다른 별개의 청구입니다.


4. 받아야 할 중개보수에도 법정 상한이 있고, 이를 넘는 약정은 그 초과분이 무효입니다

거래금액 구간별 상한요율과 한도액을 넘는 부분은 아무리 약정했어도 무효입니다.

중개보수는 거래금액에 시·도 조례로 정한 상한요율을 곱해 산정하고, 구간별로 별도의 한도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주택 매매·교환은 거래금액 구간에 따라 상한요율과 한도액이 나뉘어 있고, 주택이 아닌 부동산(상가·토지 등)은 거래금액의 1천분의 9(0.9%) 이내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가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상한을 넘는 금액으로 약정하거나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중개업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약정은 그 한도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이다(대법원 2007. 12. 20. 선고 2005다3215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계약 당사자가 합의했거나 이미 지급했더라도,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습니다. 계약이 파기돼 중개사가 전액을 요구하는 상황일수록, 그 금액이 거래금액 대비 상한요율·한도액 범위 안에 있는지부터 계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과분이 있다면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지급했다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중개보수 청구권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금액은 법정 상한요율과 한도액을 넘을 수 없고, 초과분은 당연무효입니다.


5. 중개보수 지급을 다투려면 이런 순서로 확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무작정 못 내겠다고 버티기보다, 근거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중개보수 분쟁은 통상 ①중개사에게 지급을 거부하거나 감액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단계 → ②합의가 안 되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관할 시·군·구의 부동산 중개보수 분쟁조정 절차를 이용하는 단계 → ③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중개사가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반대로 의뢰인이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단계(부동산 소재지가 수원 지역이라면 통상 수원지방법원 또는 그 지원이 관할입니다) → ④소송에서 계약 성립 여부, 해제 사유, 중개사의 고의·과실 유무, 보수 산정 근거가 쟁점으로 다뤄지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중개사로부터 보수 지급을 요구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 매매계약서 또는 임대차계약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원본을 확보해 계약이 실제로 유효하게 성립됐는지, 어떤 사유로 해제됐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중개사가 등기부등본·권리관계·중요 사항을 제대로 확인·설명했는지, 확인·설명서 기재 내용과 실제 권리관계가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3. 청구된 금액이 거래금액 대비 법정 상한요율과 한도액을 넘지 않는지 직접 계산해 봅니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전액을 내야 하는지, 감액이 가능한지, 아예 지급의무가 없는지 판단할 수 있고, 변호사와 함께 협의·조정·소송 중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지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계약이 깨진 것만으로도 속상한데 중개보수까지 다투게 되면 “괜히 분란을 키우는 것 아닌가” 싶어 일단 요구하는 대로 내버리거나, 반대로 무작정 안 내겠다고 버티다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수를 요구받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계약이 깨진 마당에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개사 입장에서도, 자신의 잘못 없이 당사자 사정으로 거래가 무산됐는데 정당하게 들인 노력에 대한 대가를 못 받는다면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부동산 중개보수를 둘러싼 분쟁에서 보수 지급을 요구받는 의뢰인 쪽과, 반대로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 중개사 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계약 성립 경위와 해제 사유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지금 요구받은 금액을 그대로 내야 할지, 감액하거나 거부할 근거가 있는지 애매하다면, 그게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금을 받고 계약서까지 썼는데 잔금을 못 치러서 계약이 깨졌습니다. 그래도 중개보수를 내야 하나요?

A. 원칙적으로 내야 합니다.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 이상 중개행위는 이미 완성된 것이고, 그 뒤 잔금 미지급으로 해제됐더라도 이는 계약 성립 이후의 사정이라 보수청구권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Q. 중개사가 등기부등본도 제대로 안 보여주고 근저당이 있다는 말도 안 해줘서 나중에 계약을 해제했습니다. 그래도 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거래행위가 무효·취소·해제된 경우에는 보수 지급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과 계약 해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Q.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했는데 중개보수까지 내라고 합니다. 이중으로 손해 보는 것 아닌가요?

A. 계약금 몰취나 배액상환은 계약 당사자 사이의 위약금 문제이고, 중개보수는 중개행위에 대한 대가라 법적 근거가 다릅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별개의 청구로 봐야 합니다.

Q. 중개사가 부른 금액이 법정 요율보다 높은 것 같은데 그대로 다 내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중개보수 약정은 그 초과 범위에서 무효이므로, 거래금액과 상한요율·한도액을 계산해 초과분은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낸 돈은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아직 정식 계약서는 안 쓰고 가계약금만 오간 상태에서 거래가 깨졌는데도 보수를 달라고 합니다.

A. 중개행위로 계약이 최종적으로 성립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보수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중개사가 계약 성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최종 계약서 작성만 못 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진행 정도에 상응하는 보수를 청구할 여지는 있습니다.

Q. 중개사와 보수 문제로 다투게 되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요?

A. 우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나 지자체의 중개보수 분쟁조정 절차를 이용할 수 있고, 조정이 안 되면 지급명령이나 채무부존재확인소송 등 법원 절차로 넘어가게 됩니다. 청구 금액이 크거나 쟁점이 복잡하다면 초기에 변호사 조력을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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