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가장 억울한 피고인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조직의 자금 흐름 끝단에 놓인 사람입니다.
정상적인 회사에 취직해 대표자의 지시에 따라 일했을 뿐인데, 어느 날 회사에서 취급하던 현금 중 일부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직원이 현금을 직접 만졌다는 사실, 돈을 계수했다는 사실, 대표자에게 액수를 보고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아 범행을 알고 가담한 것이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 의뢰인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뢰인은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수년 전 일반적인 구직 절차를 밟아 중고 전자기기를 매입해 해외로 수출하는 무역업체에 입사했고,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으며 제품 검수, 포장, 거래내역 정리 등의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회사는 실제 사업장을 운영하며 물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수출하는 정상 기업이었습니다.
문제는 회사에서 부수적으로 이루어지던 환전 업무였습니다. 의뢰인은 대표자의 지시를 받아 외부에서 반입된 현금을 세어 금액을 확인한 뒤 보고하곤 했습니다. 평소 주된 업무는 아니었으나, 직원의 입장에서 대표자가 지시하는 업무를 몇 차례 보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수사기관이 회사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회사로 유입된 현금 중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혼입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의뢰인을 단순 직원이 아닌 피해금 세탁 과정의 핵심 가담자로 판단했고, 결국 의뢰인은 보이스피싱 사기 및 사기방조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금을 직접 세었다는 점, 현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평소와 다른 낯선 정황을 목격했다는 점, 대표자에게 액수를 지속 보고했다는 점 등 외형적 사정만 보면 결코 방어가 쉽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며 가장 먼저 주목한 지점은 전혀 달랐습니다. ‘돈을 세었다’는 물리적 행위와 ‘그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임을 알았다’는 주관적 인식은 법리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외형적 행위뿐만 아니라 행위 당시 피고인이 무엇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엄격히 증명되어야 합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으려면 단순히 범죄 결과물과 접촉한 수준을 넘어, 취급하는 자금이 범죄 수익임을 명확히 알고 조직원들과 암묵적으로라도 범행을 실현하려는 공모 의사가 존재해야 합니다.
저는 사건의 프레임을 ‘현금을 세었는가’에서 벗어나 ‘의뢰인이 실제로 무엇을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중심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먼저 의뢰인의 입사 경위부터 세밀히 소명했습니다. 고액 알바나 단기 고수익 유혹에 이끌려 들어간 것이 아니라, 정식 구인 사이트의 채용공고와 면접을 거쳐 정상 입사했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회사는 실재하는 사업장이었고, 의뢰인은 출근 후 제품 시리얼 번호와 외관 상태를 확인하고 수출 포장을 진행하는 등 실질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급여 역시 범죄 수익 분배가 아닌 일반적인 직장인 수준의 고정 급여였습니다.

이러한 점은 매우 결정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범죄를 목적으로 결성된 위장 조직에 들어간 사람과, 정상 기업에 취업해 대표자의 지시로 일부 부수 업무를 수행한 일반 직원은 고의를 판단하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어 사내 메신저와 통화 내역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의뢰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조직원과의 은밀한 연락, 자금 출처 논의, 단속 회피를 위한 은어 사용 등이 발견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압수한 방대한 포렌식 자료 어디에도 범죄를 암시하는 대화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메신저의 대화는 오직 기기 매입, 검수 현황, 수출 출고 일정 등 일상적인 업무 보고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는 수사기관이 광범위한 계좌 추적과 전자정보를 확보했음에도 ‘보이스피싱 자금’이나 ‘경찰 단속 대비’에 관한 단서가 전무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입증 부족이 아니라, 피고인에게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결정적 정황임을 재판부에 강력히 피력했습니다.
의뢰인의 회사 내 직급과 권한의 한계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대표자와 일반 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현금을 다루었다는 이유만으로 대등한 형사책임을 질 수는 없습니다. 대표자는 거래처 선정, 의심 거래 중단, 자금 집행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만, 일반 직원에게는 그러한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의뢰인은 환전 업체를 고르거나 현금 반입을 거절할 권한이 없었고, 자금의 최종 종착지는 물론 외부 거래처의 실체조차 알 수 없는 위치였습니다. 단순히 대표자의 지시에 따라 계수기를 작동해 숫자를 확인해 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공간적 근접성’과 ‘기능적 행위지배’를 엄격히 분리하여 변론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 있었다고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며, 범죄 실행의 본질적 기여 여부로 책임을 판단해야 합니다. 의뢰인이 출근하지 않더라도 다른 직원이 계수기를 다루면 그만이었으므로, 의뢰인의 단순 계수 행위가 범죄 성립을 좌우하는 핵심적 역할이 될 수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검찰이 문제 삼은 의심 정황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대응했습니다. 현금 전달책의 행동이 다소 이례적이었고 의뢰인 역시 낯설게 여긴 정황이 있었으나, 저는 ‘이상함을 느낀 것’과 ‘보이스피싱 피해금임을 확정적으로 안 것’을 엄밀히 구별했습니다. 낯선 거래 방식을 의아하게 여겼다는 사실만으로 구체적인 조직적 사기 범죄를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수년간 정상 영업을 이어온 회사에서 직원이 대표자의 지시를 사내 업무의 연장선으로 신뢰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변호인의 주장을 전면 수용했습니다.
법원은 회사의 실질적인 무역 영업 사실, 정상적인 채용 절차와 급여 수준, 범죄 공모를 입증할 내부 자료 부재, 지시를 수행한 직원에 불과하여 거래 구조나 자금 출처를 통제할 지위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뢰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자금세탁을 분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면 ‘돈을 만졌다’, ‘계좌를 빌려주었다’, ‘지시대로 전달했다’는 겉모습만으로 이미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의 결론은 관여하게 된 구체적 경위, 지시 체계, 당시 알 수 있었던 정보의 범위, 취득한 대가의 성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자금 흐름에 얽힌 사건에서는 외형적 행위보다 ‘미필적 고의의 유무’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입니다. 억울함을 단순 구두로만 호소해서는 안 되며, 채용공고,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메신저 로그, 실무 자료를 체계적으로 엮어 본인의 행위가 정당한 업무 수행이었음을 객관적 구조로 입증해야 합니다.
저는 형사사건을 수임하면 겉으로 불리해 보이는 정황을 무조건 외면하지 않고, 그 행위가 법률상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본질부터 다시 분석합니다. 돈을 다루었다는 사실과 범죄 수익임을 알았다는 사실의 차이, 업무를 보조했다는 사실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사실의 차이를 치밀한 법리와 증거로 밝혀내는 것이 형사전문변호사의 역할입니다.
현재 보이스피싱 수거·전달·환전·자금세탁 혐의로 입건되었거나 재판을 앞두고 계신다면 섣불리 포기하지 마십시오. 회사의 지시를 따른 직원에 불과했거나 자금의 출처를 전혀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즉시 기록 검토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논리 뒤에 숨은 법리적 간극을 찾아내어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겠습니다. 형사사건의 초기 대응부터 공판 변론까지, 제가 사실관계와 증거관계를 직접 검토하여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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