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맞은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이 이어지면 치료비 부담과 함께 "이게 정말 예방접종 때문인가"라는 불안이 함께 따라옵니다. 국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실제 신청 과정에서는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해 거부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신청 서류를 어떻게 준비해야 인과관계가 받아들여지는지, 보상금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지, 거부 결정을 받았을 때 어떤 절차로 다시 다툴 수 있는지는 막상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의 구조와 인과관계 판단 기준, 거부 시 불복 방법을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 — 손해배상과 다른 무과실책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1조는 국가가 법에 따른 예방접종 또는 국가가 생산한 예방·치료 의약품을 투여받은 사람이 그 예방접종·의약품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했을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국가배상이나 민사상 손해배상과 다른 점은 국가나 의료진의 고의·과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과정 자체에는 아무 잘못이 없었더라도, 그 접종과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만 인정되면 보상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고 입증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신청인은 자신이 맞은 예방접종과 이후 발생한 질병·장애·사망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하고, 실무에서는 바로 이 부분에서 다수의 신청이 기각됩니다. 접종 시점과 증상 발현 시점 사이의 간격이 길거나, 접종 이력이 여러 개 겹쳐 있거나, 이미 다른 질환을 앓고 있던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지 며칠 만에 신경계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경우, 접종 당시 문진이나 접종 수기에 아무 잘못이 없었더라도 국가보상 신청 자체는 가능합니다. 실무에서 정작 다투어지는 것은 접종 절차의 적법성이 아니라, 그 증상이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감염, 기존 질환의 악화, 다른 약물의 부작용 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결국 신청인이 준비해야 할 것은 접종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밖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입니다.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는 국가나 의료진의 과실을 요구하지 않는 무과실책임이지만, 그 대신 예방접종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신청인이 소명해야 한다.
인과관계 인정 기준 — 대법원이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까지 증명해야 하는지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7두52764 판결은 예방접종과 장애 등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간접적인 사실관계를 비롯한 제반 사정을 종합해 인과관계의 존재를 추단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취지입니다.
판례가 제시하는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방접종과 장애 등 결과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는지
그러한 인과관계가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은지
원인불명이거나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 정도인지
이 세 요소가 함께 인정되면 자연과학적 확증이 없어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다만 이 기준이 신청인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피해자가 해당 장애와 관련된 다른 위험인자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거나, 문제된 예방접종이 오랜 기간 널리 시행되어 왔음에도 그 장애에 관한 보고·신고나 인과관계에 관한 조사·연구가 없다면, 이런 사정 역시 인과관계 판단에서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접종 전부터 유사한 증상의 병력이 있었던 경우라면, 그 병력이 접종과 무관하게 증상을 설명한다는 방향으로 판단될 여지가 커지는 셈입니다.
신청 절차와 준비 서류 — 어디에, 언제까지 내야 하나
예방접종피해 보상 신청은 피해를 입은 사람(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이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 신청서와 진료기록, 진단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보건소가 접수한 자료는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심의에 부쳐지고, 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질병관리청장이 보상 여부와 보상금액을 결정해 신청인에게 통보합니다.
신청기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은 예방접종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신청하도록 정하고 있어, 증상이 뒤늦게 뚜렷해지거나 접종과의 관련성을 뒤늦게 인지한 경우라도 이 기간 안에 신청을 마쳐야 심의 대상이 됩니다.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자료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우선 신청기한 안에 접수부터 해두고 이후 보완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원회 심의는 접수 후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고, 결과 통보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신청 이후에도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제출할 시간적 여유는 있는 편이므로, 진료기록이 여러 병원에 흩어져 있다면 진료기록 열람·복사 절차부터 미리 밟아 두는 것이 심의 지연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접종을 증명하는 예방접종증명서·예진표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진료기록·검사결과지
가능하면 접종과의 관련성을 언급한 진단서·소견서
기왕력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과거 진료기록
보상금의 종류와 산정 기준
보상 결정이 나면 피해 유형에 따라 지급되는 항목이 달라집니다. 질병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전액과, 입원치료를 받은 기간에 한해 1일당 정액으로 산정되는 간병비가 지급됩니다. 장애가 남은 경우에는 장애일시보상금이, 사망에 이른 경우에는 사망일시보상금과 장제비가 지급됩니다.
사망일시보상금은 사망 당시 최저임금법에 따른 월 최저임금액에 240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됩니다. 장애일시보상금은 이 사망일시보상금을 기준으로 장애 정도에 따라 100분의 100, 100분의 55, 100분의 20의 비율로 차등 지급되므로, 같은 예방접종 피해라도 장애등급 판정 결과에 따라 보상금액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망일시보상금은 사망 당시 월 최저임금액의 240배로 정해지고, 장애일시보상금은 이를 기준으로 장애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거부(기각) 결정을 받았다면 — 이의신청과 재심의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보상이 거부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신청인은 심의 결과를 통보받은 뒤 관할 보건소에 이의신청서와 이를 뒷받침할 추가 자료를 제출할 수 있고, 이 자료는 다시 전문위원회의 재심의에 부쳐집니다.
다만 이의신청은 감염병예방법령에 명문의 근거가 없는 절차여서, 법적으로는 행정심판법상 행정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의신청 단계에서는 처음 신청 때 제출하지 못했던 자료, 예컨대 접종 시점과 증상 발현 사이의 경과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진료기록이나 다른 원인을 배제할 수 있는 검사결과 등을 보강해 제출하는 것이 재심의 결과를 바꾸는 데 중요합니다.
재심의에서 결론이 뒤집히는 사례는 새로운 의학적 소견이나 처음에는 제출되지 않았던 진료기록이 추가된 경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억울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만으로는 심의 결과를 바꾸기 어렵고, 애초 기각 사유로 지적된 지점—시간적 간격이 길다는 점이든, 다른 원인의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든—을 구체적인 자료로 반박하는 것이 재심의의 핵심입니다.
재심의도 거부되면 —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방법
이의신청에 따른 재심의에서도 보상이 거부되면, 이 재심의 통보는 행정청이 추가 자료를 새로 심의해 내린 것이므로 최초 거부처분과는 별개의 새로운 처분으로 취급되어 독립적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됩니다. 신청인은 관할 행정법원에 예방접종피해보상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다툴 수 있습니다.
취소소송에서는 신청 단계에서 제출했던 인과관계 관련 자료가 그대로 쟁점이 되며, 앞서 살펴본 시간적 밀접성·의학적 개연성·다른 원인의 부존재라는 판단 요소를 뒷받침하는 진료기록과 의학적 소견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이라는 취소소송의 일반적인 제소기간도 함께 지켜야 하므로, 거부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기간 계산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이 원칙적으로 처분청에 있다고 하더라도, 실무에서는 신청인이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얼마나 충실히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진료기록감정이나 신체감정을 신청해 의학적 소견을 보완할 수도 있으므로, 재심의 단계에서 확보하지 못한 자료가 있다면 소송 중에도 계속 보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배상청구와의 관계 —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까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과 국가배상청구는 서로 다른 제도입니다. 국가보상은 앞서 살펴본 대로 과실을 요구하지 않는 무과실책임이지만,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는 공무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를 전제로 합니다. 예방접종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뚜렷하게 확인되는 경우라면 국가보상과는 별개로 국가배상청구나 의료진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염병예방법 제72조는 예방접종약품의 이상이나 접종행위자 등 제3자의 고의·과실로 인해 국가가 제71조에 따른 피해보상을 한 경우, 보상액의 범위에서 보상받은 사람이 그 제3자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국가가 대위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상을 먼저 받은 뒤에는 같은 손해에 대해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므로, 국가보상과 손해배상 중 어느 절차를 먼저 밟을지는 개별 사안의 과실 유무와 손해 규모를 따져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방접종 백신 자체에 제조상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거나, 접종 과정에서 의료진이 금기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접종을 진행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 국가보상으로 진료비와 정액 보상금을 우선 받아 두더라도, 제조사나 의료기관의 과실이 명확하다면 그로 인한 추가 손해—일실수입, 위자료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여지가 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방접종 부작용이 의심되면 언제까지 국가보상을 신청해야 하나요?
A.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예방접종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거나 인과관계를 뒤늦게 인지했더라도 이 기간을 넘기면 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자료가 미비하더라도 우선 기한 안에 신청부터 접수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인과관계를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7두52764 판결은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증명까지는 요구하지 않고, 시간적 밀접성과 의학적 개연성, 다른 원인의 부존재 등 간접사실을 종합해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접종 전부터 유사한 위험인자가 있었던 경우에는 이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보상이 거부되면 바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나요?
A. 먼저 관할 보건소에 이의신청을 해 재심의를 받아보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이의신청은 법령상 행정심판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재심의 결과에도 승복할 수 없다면 그 재심의 통보를 새로운 처분으로 보아 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Q. 국가보상을 받으면 병원이나 제약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은 포기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범위는 조정됩니다. 감염병예방법 제72조에 따라 국가가 보상한 금액 범위에서는 그 손해배상청구권을 국가가 대위하므로, 의료진의 과실이 뚜렷하다면 국가보상과 별개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되 중복 회수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해야 합니다.
Q. 기존에 앓던 질환이 있었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판례는 피해자가 관련 위험인자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는지를 인과관계 판단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기왕력이 있는 경우 그것이 이번 증상과 무관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접종 후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몇 달 뒤에 진단을 받았다면 인과관계가 부정되나요?
A. 시간적 간격이 길어질수록 인과관계 인정이 어려워지는 경향은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단까지의 경과를 진료기록으로 구체적으로 소명하고 다른 원인을 배제할 수 있는 검사 결과를 함께 제시하면 인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맺음말
예방접종피해 국가보상제도는 과실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청인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그 대신 인과관계를 소명하는 몫은 고스란히 신청인에게 남습니다. 접종 시점과 증상 발현 시점의 경과, 다른 원인을 배제할 수 있는 자료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추느냐가 심의 결과를 좌우합니다.
신청 단계에서 거부되었다고 곧바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이의신청과 재심의,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각 단계마다 제소기간과 신청기한을 놓치지 않고 자료를 보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원·경기남부 지역에서 이런 절차를 진행 중이라면, 심의 결과를 받은 즉시 다음 단계의 기한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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