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고 묵살로 피해가 커졌다면 국가배상 청구 요건과 판단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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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고 묵살로 피해가 커졌다면 국가배상 청구 요건과 판단 기준 

강대현 변호사

위험한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제대로 된 조치 없이 피해가 더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토킹이나 가정폭력처럼 신고가 여러 차례 반복됐는데도 형식적인 대응에 그친 사안, 흉기 난동 현장에 출동하고도 안전조치 없이 자리를 떠난 사안이 실제로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경찰의 대응이 아쉬웠다는 감정만으로 배상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은 그 부작위가 법적으로 "현저히 불합리"했는지를 별도 기준으로 따집니다. 이 글에서는 경찰의 신고 대응 부작위로 국가배상이 인정되는 요건은 무엇인지, 실제 판결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청구 절차와 유의점은 무엇인지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경찰 신고 대응 의무 —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정한 범위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는 경찰관의 직무 범위를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범죄피해자 보호 등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추상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위험이 발생했을 때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 근거 조항들로 연결됩니다. 같은 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는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경찰관이 경고, 억류·피난 조치, 위해 방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 하고 그로 인해 생명·신체에 위해가 우려되며 긴급을 요하는 경우 경찰관이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에게는 현장에 가는 것을 넘어 위험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근거와 수단이 이미 법률상 주어져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 조치들이 대부분 "할 수 있다"는 재량 형식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경찰관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원칙적으로 현장 판단에 맡겨져 있고, 이 재량 자체는 존중받습니다. 그러나 재량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항상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구체적이고 급박한데도 경찰관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재량은 더 이상 무제한이 아니라 특정 조치를 취할 의무로 좁혀질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다음 항목에서 다룰 국가배상 책임의 출발점입니다.

부작위도 국가배상 대상이 된다 — 국가배상법 제2조의 요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이 예정한 배상책임의 요건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핵심은 "직무집행행위"에 적극적인 작위뿐 아니라,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도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 공무원(경찰관 등)의 직무집행행위일 것 — 작위뿐 아니라 부작위도 포함

  •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을 것

  • 법령을 위반했을 것(위법성) — 부작위의 경우 별도 판단 기준 필요

  •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을 것

  • 그 직무행위(부작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

다만 부작위의 위법성은 작위의 경우처럼 곧바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경찰관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는 위법 여부를 말해주지 않고, "그 상황에서 특정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도 하지 않은 것이 법적으로 문제 되는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 다음 항목에서 살펴볼 재량권 수축 법리입니다.

국가배상법상 부작위 책임이 인정되려면 공무원에게 그 상황에서 특정 조치를 취할 작위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이 별도로 인정돼야 한다.

재량권이 영으로 수축하는 순간 — 위법성 판단 기준

대법원 1998. 8. 25. 선고 98다16890 판결은 경찰관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가 정한 위험 발생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안에서, 경찰관이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경찰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불행사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법리는 흔히 재량권의 영으로의 수축 이론으로 불립니다. 평소에는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을 고를지 자유롭던 재량이, 특정 조건 아래서는 사실상 하나의 조치만이 정당한 선택지로 좁혀진다는 뜻입니다.

재량이 이렇게 좁혀지는 조건은 대체로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이 세 조건이 함께 충족되면 경찰관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재량 판단의 실패가 아니라 법적 의무 위반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신고 내용이 막연하거나 위험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경우, 또는 경찰관이 나름의 조치를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막지 못한 경우라면 이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습니다.

  •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절박하고 중대할 것

  • 경찰관이 그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거나 실제로 알고 있었을 것

  • 경찰관이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 조치가 다른 사람의 권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을 것

재량이 위법한 부작위로 평가되려면 위험의 절박성, 예견 가능성, 결과 회피 가능성 세 요소가 함께 인정돼야 한다 —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단순한 재량 판단으로 취급된다.

실제 인정 사례로 보는 판단 기준 — 인천 흉기난동 사건

2021년 11월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흉기를 든 가해자가 아래층 피해자 가족을 공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은 현장에서 가해자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고, 그 사이 피해자는 흉기에 찔려 머리 등에 중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들은 이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피해자 가족이 국가와 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국가와 경찰관에게 약 3억 5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이 보여주는 것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는 것만으로는 직무를 다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흉기를 든 사람이 눈앞에 있고 피해자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은 앞서 본 세 요건, 즉 위험의 절박성과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이 모두 명백하게 드러나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다만 배상 인정 범위는 청구액 전부가 아니라 일부에 그쳤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법원은 사건의 급박성, 현장 상황, 피해자 측 사정 등을 종합해 배상 범위를 조정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했다는 사실만으로 직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 법원은 현장에서 실제로 취할 수 있었던 제지·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 자체를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스토킹·가정폭력 신고 — 반복 신고에도 조치가 미흡했다면

위험 상황이 한 번의 신고로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스토킹·가정폭력 사안에서는 판단 기준이 조금 더 세분화됩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진행 중인 스토킹행위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행위의 제지, 스토킹행위자와 피해자의 분리,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요청 절차 안내 등의 응급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같은 법 제4조는 스토킹행위가 지속·반복될 우려가 있고 예방을 위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 사법경찰관이 직권으로 긴급응급조치(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를 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이는 현장 재량이 아니라 신고를 받은 즉시 이행해야 하는 절차에 가깝습니다.

이런 사안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다툴 때는 신고 이력 자체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신고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됐는데도 매번 형식적인 경고로 끝나고 응급조치·긴급응급조치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위험이 예견 가능했다는 사실이 신고 기록만으로도 뒷받침됩니다. 다만 이런 사안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경찰의 부작위와 최종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개별적으로 증명해야 하므로 신고 접수 시각, 출동 시각, 현장에서 취해진 조치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보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 112 신고접수증·출동기록(신고 시각, 출동 시각, 대응 내용)

  • 스토킹·가정폭력 사건처리보고서, 응급조치·긴급응급조치 이행 여부 확인 자료

  • 이후 발생한 피해에 대한 진단서·수사기록·가해자에 대한 형사판결문

국가배상 청구 절차 — 배상심의회와 소멸시효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설치된 배상심의회(법무부 본부배상심의회와 각 지구배상심의회)에 먼저 신청하는 방법과, 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배상심의회를 반드시 거쳐야 했지만 현재는 임의적 전치로 바뀌어, 신속한 처리를 원한다면 배상심의회를 생략하고 바로 소송을 제기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배상심의회는 별도 비용 부담 없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결론이 나온다는 장점이 있어,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사안이라면 먼저 신청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다는 점도 놓치면 안 됩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고, 국가재정법 제96조에 따라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로 소멸합니다. 두 기간 중 어느 하나라도 먼저 지나면 청구권 자체가 사라지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형사사건이 먼저 진행되고 그 결과를 지켜본 뒤 국가배상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사 절차가 길어지는 사이 3년의 단기시효가 임박할 수 있으므로 시효 기산점을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배상심의회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아니라 임의 절차다 — 다만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이라는 소멸시효는 심의회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된다.

배상 범위와 과실상계 — 전액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작위의 위법성이 인정되더라도 배상액이 청구한 금액 전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 사고로 상실된 소득인 일실수익,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나뉘어 각각 산정되고, 여기에 경찰의 부작위가 피해 발생·확대에 기여한 정도가 반영됩니다. 경찰의 대응이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 가해자의 범행이라는 별개의 고의적 행위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법원은 통상 경찰 측 배상 책임을 손해 전체가 아니라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측 사정도 배상액 산정에 영향을 줍니다. 피해자가 위험을 인식하고도 스스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가해자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는데도 피하지 않은 사정이 있다면 과실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스토킹·가정폭력처럼 피해자가 가해자와 생활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사안에서는 이런 사정만으로 과실을 크게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실무의 대체적 경향입니다. 결국 배상 범위는 사건마다 구체적 사정을 따져 정해지므로, 신고부터 피해 발생까지의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실제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은 했는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국가배상이 인정되나요?

A. 출동만으로는 부족하고, 위험이 절박하고 예견 가능했으며 경찰관이 회피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함께 인정돼야 합니다. 신고 내용이 막연하거나 위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경우에는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스토킹 신고를 여러 번 했는데 매번 서면 경고로만 끝났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112 신고 접수기록과 사건처리보고서를 확보해 신고 횟수와 매번 취해진 조치 내용을 정리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복 신고에도 응급조치·긴급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예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Q. 배상심의회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을 다시 제기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배상심의회 결정은 신청인을 구속하지 않으므로 동의하지 않으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멸시효는 배상심의회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진행되므로 시효 도과에 유의해야 합니다.

Q.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국가배상 청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나요?

A. 네, 두 절차는 별개이므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에 대한 수사기록과 형사판결문은 경찰의 대응 경위와 피해 발생 과정을 증명하는 자료로 국가배상 소송에서도 함께 활용됩니다.

Q. 국가배상 청구를 변호사 없이 직접 진행해도 되나요?

A. 배상심의회 신청은 직접 진행할 수 있지만, 부작위의 위법성과 인과관계를 법리적으로 구성해 다투는 소송 단계에서는 신고 기록·수사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판례 기준에 맞춰 주장하는 작업이 필요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피해가 발생한 지 오래됐는데 지금이라도 청구할 수 있나요?

A.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기간 중 하나라도 지났다면 시효 완성으로 청구권 자체가 소멸하므로 날짜부터 계산해 봐야 합니다.

맺음말

경찰이 신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느껴도, 국가배상은 그 정서적 억울함만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위험의 절박성과 예견 가능성, 결과 회피 가능성이라는 세 요건이 갖춰져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신고 기록과 대응 경위를 구체적으로 확보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인천 흉기난동 사건처럼 법원이 실제로 배상을 인정한 사례들은 하나같이 경찰관이 현장에서 취할 수 있었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뒷받침된 경우였습니다.

소멸시효가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형사 절차 결과를 기다리다 3년의 단기시효를 넘기는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으므로, 국가배상을 고려하고 있다면 신고 접수 시각부터 피해 발생까지의 경위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이 수원 등 경기남부 지역에서 발생했다면 이런 국가배상소송은 원고 주소지 관할에 따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할 수도 있어, 서울까지 오가지 않고도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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