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형사책임도 없을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형사사건에서는 결과를 적극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고의범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미필적 고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필적 고의와 과실의 차이가 중요해집니다.
미필적 고의란 무엇일까요?
미필적 고의를 쉽게 설명하면,
결과가 반드시 발생한다고 확신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결과가 생길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행동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런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는가”
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 가능성을 인식했고, 그럼에도 행동을 계속했는지가 함께 문제됩니다.
미필적 고의와 과실은 어떻게 다를까요?
확정적 고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알고 이를 의도한 경우입니다.
미필적 고의는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행동한 경우입니다.
반면 과실은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않아 결과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실제 형사사건에서는 특히 미필적 고의와 과실의 경계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당시 당사자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위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 무조건 미필적 고의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있었다는 것과, 당사자가 실제로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받아들였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실제로 발생했다고 해서
“결과가 생겼으니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라고 거꾸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당사자가
“그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고의가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미필적 고의 여부는 당사자의 말 한마디가 아니라 행위 당시와 전후의 구체적인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게 됩니다.
미필적 고의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고의는 사람의 내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당시 생각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진술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드러난 여러 사정을 함께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당시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위험을 알게 된 뒤에도 행동을 계속했는지
결과를 피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행동 전후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등이 중요하게 검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러 한 것이 아닙니다.”
라는 주장과 법적으로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한 것뿐 아니라,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고의 여부는 피고인의 진술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나타난 행동의 형태와 당시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미필적 고의 역시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범죄의 주관적 요소입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면 단순한 의심만으로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 사건에서도 미필적 고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가 자주 문제되는 사건 중 하나가 사기 사건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빌린 뒤 결국 갚지 못한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상대방을 속여 돈을 받을 생각이었던 경우와,
돈을 받을 당시에는 변제할 생각과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사정이 악화되어 갚지 못한 경우는 동일하게 볼 수 없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속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당시 재산상태
기존 채무
변제 가능성
돈을 받은 경위
상대방에게 어떤 설명을 했는지
이후 실제 변제 노력을 했는지
등을 종합해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처음부터 사기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 고액알바·보이스피싱 사건에서도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정상적인 해외취업이나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사건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처음부터 범죄조직에 가담할 목적이 있었는지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정상적인 업무와 다른 점을 인식했는지
범죄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그런 사정을 알게 된 이후에도 업무를 계속했는지
등이 고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불법일 가능성을 알 수도 있었다.”
는 사정만으로 미필적 고의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실을 실제로 인식하고 있었는지와 이후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별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미필적 고의는 사기죄에만 적용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고의 여부가 문제되는 여러 형사사건에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폭행이나 상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재산범죄에서 자신의 행위와 관련된 불법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가 문제되는 경우 등에서도 검토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범죄마다 고의의 대상과 구성요건은 다릅니다.
따라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가”
부터 단순하게 판단하기보다 해당 범죄에서 어떤 사실에 대한 고의가 필요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면 고의가 부정될까요?
형사조사를 앞두고
“일부러 한 게 아니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필적 고의가 쟁점인 사건에서는 단순히 “몰랐다”, “원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범죄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하고도 행동을 계속했다는 객관적인 정황이 있다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과가 중대하다는 이유만으로 고의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당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사정이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취했던 행동이 있다면 이 역시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조사에서 어떤 표현을 골라 말할지가 아니라 당시의 실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실무에서 보는 핵심 포인트
미필적 고의 사건에서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
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수사기관과 법원은 당시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위험을 인식한 뒤 어떤 행동을 했는지, 결과를 피하려는 조치가 있었는지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반대로 실제 피해가 크거나 결과가 중대하다는 이유만으로 고의를 쉽게 추정해서도 안 됩니다.
따라서 고의 여부가 쟁점이라면 사건 발생 전후의 대화, 업무 내용, 거래자료, 행동 과정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당시의 인식 상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필적 고의도 고의로 처벌되나요?
네.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면 형법상 고의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고의범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결과를 원하지 않았는데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결과를 적극적으로 원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행동했는지를 함께 보기 때문입니다.
Q. 미필적 고의와 과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결과 발생 가능성에 대한 당사자의 인식과 태도가 중요한 차이입니다.
미필적 고의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감수한 경우이고, 과실은 필요한 주의를 다하지 못해 결과가 발생한 경우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Q. “몰랐다”고 진술하면 고의가 없어지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사자의 진술뿐 아니라 행동 당시와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형사사건에서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것과 법적으로 “고의가 없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결과를 적극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이를 감수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행동했는지, 위험을 인식한 이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자료를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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