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서류인 줄 모르고 썼는데 행사죄로 처벌되나요
사건 개요
거래 상대방이나 지인으로부터 위임장, 확인서, 임대차계약서, 졸업·경력증명서 같은 서류를 건네받아 그대로 관공서나 거래처,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일은 일상적으로 벌어집니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집니다. 시간이 지나 그 서류가 실은 누군가 만들어 낸 위조 문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정작 위조한 사람이 아니라 그 서류를 받아 제출했을 뿐인 의뢰인이 위조사문서(또는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그냥 건네받아 냈을 뿐인데 왜 내가 조사를 받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행사죄는 누가 문서를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그 문서를 사용한 사람이 위조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성립 여부가 갈립니다. 실제로 몰랐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몰랐다는 사실은 저절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수사 초기부터 그 '몰랐음'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조된 문서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행사했다면 행사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는 저절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취득 경위와 당시 정황을 구체적인 증거로 재구성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항변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위조사문서행사죄(형법 제234조, 제231조 준용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와 위조공문서행사죄(형법 제229조, 제225조 준용 — 10년 이하의 징역)는 모두 고의범이라는 점입니다. 과실로 위조된 문서인 줄 모르고 사용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으므로, 위조된 사실을 인식(적어도 미필적 인식)하면서 행사했는지가 성립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문제 된 서류가 사문서인지 공문서(등록증·면허증·공정증서원본 등 포함)인지에 따라 법정형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지므로, 서류의 성격부터 정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셋째, 그 문서를 제출받은 상대방(거래처·관공서·금융기관)이 위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 판례상 상대방이 위조임을 알고 있었다면 애초에 '행사'로서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아 구성요건 해당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넷째, 수사기관이 어떤 정황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를 추정하려 하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 중에서도 실무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넷째 지점입니다. 수사기관은 대개 직접증거 없이 "거래조건이 이례적으로 유리했다", "서류 취득 경로가 석연치 않다", "취득 시점과 사용 시점이 지나치게 가깝다" 같은 정황을 모아 미필적 고의를 추정하려 합니다. 이 정황을 하나하나 반박할 자료를 준비하지 못하면, 실제로 몰랐더라도 '몰랐을 리 없다'는 심증에 밀리기 쉽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문서를 받아 쓴 경위를 '몰랐음'의 증거로 재구성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서류를 건네받고 사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막연한 기억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흐름으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정리합니다.
1) 서류를 건네받은 경위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누구로부터, 어떤 경위로, 어떤 목적이라고 설명을 듣고 서류를 받았는지를 문자메시지·카카오톡·이메일·통화 내역 등 남는 형태로 확보합니다. 지인 소개나 통상적인 거래 관계를 통해 받았다는 정황, 서류의 용도가 처음부터 합리적으로 설명되었다는 정황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면, 나중에 "이상한 경로로 얻었으니 몰랐을 리 없다"는 추정을 정면으로 반박할 토대가 됩니다.
2) 외관상 위조를 의심할 만한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직인 모양, 서명 필체, 용지 재질, 발급기관 표기 등에서 일반인의 통상적인 주의로 위조를 알아차릴 수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위조 수법이 정교해 육안으로 식별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면, 문서감정기관의 소견이나 동일 유형 위조 사례의 감식 난이도를 자료로 확보해 '평균적인 주의로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합니다.
3) 진위 확인 절차의 이행 여부 또는 불필요성을 소명합니다.
발급기관 조회, 등기부등본 대조 등 진위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실제로 거쳤다면 그 이행 내역을 자료로 남기고, 거치지 않았다면 해당 거래 유형에서 통상적으로 그런 확인 절차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예: 지인 간 사적 문서, 신속한 처리가 관행인 거래)을 업계 관행이나 유사 사례로 보강해, 확인을 안 한 것이 곧 고의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수사기관의 정황 추정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기
취득 경위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사기관이 미필적 고의의 근거로 제시하는 정황들을 개별적으로 무너뜨려야 무혐의로 이어집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정황증거별로 합리적인 설명과 자료를 준비합니다.
"조건이 유리했다", "절차가 간소했다"는 식의 정황은 그 자체로 위조를 의심할 사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거래 관행, 유사 사례에서의 통상적인 처리 방식과 비교해 해당 조건이나 절차가 이례적인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을 구체적인 비교 자료로 제시하여, 수사기관이 근거로 삼는 정황 하나하나를 반박합니다.
2) 실제 위조를 저지른 사람을 특정해 책임 소재를 구분합니다.
위조 행위 자체는 별도의 인물이 저지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위조 경위와 진술, 처벌 경과를 확인해 의뢰인과 위조자 사이에 공모나 사전 인식 공유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위조 정범의 책임과 단순 행사자의 책임이 뒤섞이지 않도록 합니다.
3) 문서 행사로 발생한 이익의 귀속 관계를 분석합니다.
위조 사실을 알면서 행사했다면 보통 그로 인한 이득을 기대했을 것이라는 게 자연스러운 추정입니다. 반대로 의뢰인에게 위조로 얻을 이득의 동기가 없었거나, 오히려 위조 서류로 인해 손해를 입은 쪽에 가깝다면 이는 고의를 부정하는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거래 구조와 자금 흐름을 분석해 이 점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결론
위조사문서·위조공문서 행사죄는 문서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 사용한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를 묻는 범죄입니다. 그래서 억울하게 얽힌 경우일수록, 그 '몰랐음'을 진술이 아니라 자료로 증명해야 합니다.
수사기관 앞에서 처음 진술하기 전에 취득 경위와 정황 자료를 먼저 정리해 두는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위조된 서류인 줄 모르고 사용한 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어떤 자료를 먼저 확보하고 어떻게 진술을 준비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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