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전세사기·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잇따르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임대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려는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세입자분들 중 상당수는 “사기로 고소하면 임대인이 겁먹고 바로 돌려줄 것이다”, “형사 고소만 하면 경찰이 알아서 받아준다”는 생각으로 고소부터 서두르십니다. 그런데 막상 고소하고 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못 준 것뿐이지 속인 적 없다”고 버티고, 수사는 몇 달씩 이어지는데 정작 보증금은 그대로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결과만으로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고, 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형사고소가 곧바로 보증금 회수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전략을 잘못 세우면 시간만 흘러갈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임대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이 언제 성립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보증금 회수에는 어떤 절차가 더 도움이 되는지 최근 판례와 실무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보증금을 못 돌려받았다고 곧바로 임대인이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어야 합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에 기해 처분행위(임대차계약 체결·보증금 지급)를 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얻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기망행위, 착오, 처분행위, 그리고 이들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돼야 합니다.
여기서 세입자분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판단 시점입니다. 법원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던 당시를 기준으로 임대인에게 반환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살펴봅니다. 계약 당시에는 반환할 자금이나 계획이 있었는데 이후 경매 낙찰가 하락, 갑작스러운 자금 사정 악화 등으로 결과적으로 갚지 못하게 됐다면, 이는 형사상 사기죄가 아니라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소자본으로 여러 채의 빌라를 매입해 임대하던 임대인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근저당·채무 관계를 미리 설명했고 상당수 세입자에게는 문제없이 보증금을 반환해 온 사정이 인정되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결과적 불이행만으로는 편취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고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반대로 임대인이 애초에 자력이나 소득이 없었고, 신규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반환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숨긴 채 계약을 체결했다면 사기죄가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결국 관건은 “계약 당시 임대인이 이 상황을 알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 위험을 세입자에게 숨겼는가”입니다.
보증금을 못 돌려받았다는 결과만으로는 사기죄가 되지 않고, 계약 체결 당시의 편취 고의가 별도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2. 형사고소만으로 보증금이 곧바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절차의 목적은 처벌이지, 보증금을 대신 받아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사기죄로 고소하면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되면 법원이 유·무죄를 가립니다. 그런데 이 절차는 임대인을 처벌할지를 판단하는 것이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라고 강제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유죄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 판결문 자체가 곧바로 보증금 반환의 집행권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유의할 부분은 무혐의·불기소로 끝나는 경우입니다. 계약 당시 편취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단순 채무불이행”으로 정리되는데, 이 결론은 오히려 임대인 측에게 “속인 게 아니라 못 갚은 것뿐”이라는 근거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고소부터 진행했다가 무고죄로 역풍을 맞는 사례도 있어, 편취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 없이 고소장부터 접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즉 형사고소는 임대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절차는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형사고소는 임대인을 처벌하는 절차이지, 보증금을 대신 받아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3. 그럼에도 형사고소가 실제 회수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압박과 배상명령을 함께 활용하면 회수의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가 보증금을 자동으로 돌려주지는 않지만, 실무적으로는 회수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출석 요구나 조사 통보 자체가 임대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어, 수사 단계에서 합의·변제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둘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의 배상명령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로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형사재판에서 피해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판결과 함께 피해액 배상을 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액수나 인과관계에 다툼이 있으면 배상신청이 각하될 수 있어, 정황 자료가 뒷받침돼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셋째, 수사 과정에서 확보되는 임대인의 진술조서·계좌내역 등은 그대로 민사상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고소로 확보한 자료가 민사 절차의 입증 부담을 줄여주는 셈입니다.
형사고소 자체가 회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압박·배상명령·증거 확보라는 세 갈래로 회수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4. 사기죄로 인정되면 보증금 액수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집니다
보증금이 5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득액, 즉 편취된 보증금 액수가 커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되고,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 한 명이 다수의 세입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입힌 경우, 각 세입자의 보증금이 합산되어 특경법 구간에 들어가는 경우도 실무상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형량이 무거워질수록 임대인 입장에서는 방어에 더 신중해지고, 수사·재판도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처벌 수위와 회수 속도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5. 고소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고소장 접수 전 증거 정리가 회수 전략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임대인 사기 고소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임대차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 ②고소인·피고소인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재판 단계에서는 앞서 본 배상명령 신청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고소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정리하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높입니다.
임대차계약서와 확정일자·전입신고 여부를 확인해 대항력·우선변제권부터 점검합니다.
임대인과 나눈 문자·통화 녹취·계좌이체 내역 등 편취의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 자료를 모읍니다.
형사고소와 별도로 임차권등기명령, 보증금반환청구소송 등 민사적 보전조치를 함께 준비합니다.
형사고소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와 민사를 함께 검토해야 실제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보증금을 못 받은 세입자분들은 “형사 고소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민사적 대응을 미루다가 초기 대응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입장에서는 형사고소와 함께 임차권등기명령·보증금반환청구소송 등 민사 절차를 병행해야 실제 회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임대인 입장에서도, 계약 당시 반환 의사와 능력이 있었음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추지 못하면 단순한 자금 사정 악화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 쪽과, 반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임대인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떤 자료를 어떤 순서로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형사고소가 능사는 아니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회수의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정확히 진단받고 싶으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인을 사기죄로 고소하면 보증금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형사절차는 처벌 여부를 가리는 절차라 보증금을 대신 받아주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 압박으로 합의가 이뤄지거나, 유죄 시 배상명령을 함께 신청하면 회수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임대인이 “돈이 없어서 못 준 것뿐”이라고 하면 사기죄가 안 되나요?
A. 계약 체결 당시 반환 의사와 능력이 실제로 있었다면 사기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애초에 반환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숨기고 계약했다면 사기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같이 진행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형사고소로 확보한 진술조서·계좌내역 등이 민사상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병행 전략이 회수에 유리합니다.
Q. 고소했는데 무혐의로 끝나면 보증금은 아예 못 받나요?
A. 아닙니다. 무혐의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일 뿐, 민사상 보증금반환청구권 자체는 그대로 남습니다. 민사소송이나 임차권등기명령 등으로 별도로 회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무리하게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나요?
A. 편취의 고의를 뒷받침할 정황 없이 고소한 경우, 이후 무고 문제로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고소 전 계약 당시 정황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보증금이 크지 않아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나요?
A. 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형법상 사기죄만 적용됩니다.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가 적용돼 형이 무거워지고, 다수 세입자 피해가 합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배상명령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나요?
A. 사기죄로 기소된 형사재판의 피해자라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액이나 인과관계에 다툼이 있으면 법원이 배상신청을 각하하고 별도 민사소송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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