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치기 계좌를 관리했다면 — 자금세탁과 마약공모 분리 방어
환치기 계좌를 관리했다면 — 자금세탁과 마약공모 분리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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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치기 계좌를 관리했다면 — 자금세탁과 마약공모 분리 방어 

김강희 변호사


환치기 계좌를 관리했다면 — 자금세탁과 마약공모 분리 방어


사건 개요


지인의 소개로 "해외 송금을 대신 정리해 주는 일"을 시작했다는 의뢰인들이 있습니다.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국내외 여러 계좌로 들어오는 돈을 받아 정해진 비율로 환전하고, 지시받은 계좌로 다시 내보내는 것입니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국내외 자금을 맞바꾸는 이른바 '환치기'입니다. 건별로 수수료를 받다 보니 몇 달만 지나도 오간 금액이 수억 원 단위로 불어나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수사가 시작된 뒤에 드러납니다. 그 계좌들을 거쳐 간 돈의 상당 부분이 실은 해외 밀수 조직이 마약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오간 대금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은 계좌 관리자를 두 갈래로 겨눕니다. 하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수출입등)의 공동정범이고, 다른 하나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위반(자금세탁)입니다. 의뢰인은 "나는 환전만 했지 마약은 본 적도 없다"고 항변하지만, 그 항변만으로는 두 혐의 중 어느 것도 저절로 갈라지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환전 업무를 관리했다는 사실과 마약 밀수의 공동정범이라는 결론 사이에는 반드시 입증되어야 할 별개의 단계가 있습니다. 그 단계를 법리적으로 짚어 내느냐에 따라, 같은 사안이라도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마주하는 사건이 되기도 하고, 자금세탁 단일 혐의로 방어 범위가 좁혀지는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계좌를 오간 돈이 마약 대금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입니다. 둘째, 그 인식을 넘어 밀수·유통이라는 정범 범죄의 실행에 기능적 행위지배를 나누어 가졌다고 볼 만한 가담이 있었는지—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 그중에서도 공모공동정범 성립의 핵심 요건입니다. 셋째, 설령 밀수 공모가 부정되더라도 계좌 관리 행위 자체가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1항의 불법수익등의 은닉·가장(자금세탁) 구성요건을 독자적으로 충족하는지입니다. 넷째, 두 혐의가 어떻게 갈리느냐에 따른 처벌 수위의 격차—마약류관리법 제58조 제1항의 수출입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고 영리·상습이면 제2항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까지 열려 있는 반면, 자금세탁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이 네 가지는 순서대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계좌를 관리했다는 사실만으로 공모의 존재를 추정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판례는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죄 실행에 대한 의사의 결합기능적 행위지배가 모두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전체 모의 과정이 없었더라도 순차적·암묵적으로 의사가 상통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 증명의 빈틈이 바로 방어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마약 밀수 공동정범의 성립을 정면으로 다투기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할 것은 "계좌를 관리했으니 밀수에도 가담한 것"이라는 수사기관의 도식입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의뢰인의 업무가 정범의 범죄 실행 계획에 실제로 발을 들인 것인지, 아니면 그 바깥에서 용역을 제공한 것에 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나누어 봅니다.

1) 업무의 성격을 '정액 수수료형 대행'으로 특정합니다.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려면 결과 발생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합니다. 건당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 받고 지시받은 금액을 지시받은 계좌로 옮기는 구조였다면, 밀수의 물량·시기·경로 같은 범죄의 본질적 부분에 관한 의사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수수료 지급 내역, 업무 지시 방식, 거래 빈도를 정리해 이 구조를 객관적으로 드러냅니다.

2) 정범과의 의사연락 범위를 통신·거래내역으로 제한합니다.

판례가 요구하는 '의사의 결합'은 막연한 짐작이 아니라 구체적 소통을 근거로 인정됩니다. 메신저·통화 기록을 통해 의뢰인이 주고받은 대화가 환율·금액·계좌번호 같은 환전 업무 자체에 국한되어 있었고, 물건의 종류나 밀수 경로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을 재구성합니다. 이는 공모의 '내용'이 밀수 자체가 아니라 환전 대행에 머물렀음을 뒷받침합니다.

3) '마약 대금이라는 인식'의 시기와 정도를 다툽니다.

공동정범의 고의는 결과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므로, 거래 초기부터 마약 대금임을 알았는지, 아니면 일정 시점 이후 의심을 품게 되었는지는 형사책임의 범위를 가르는 중요한 사실입니다. 거래 개시 시점, 수수료 인상 여부, 특정 시점 이후 거래를 축소·중단하려 한 정황 등을 시계열로 정리해, 최소한 초기 거래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자금세탁 혐의로 방어 범위를 좁히고 형량을 관리하기


밀수 공모가 부정되더라도, 계좌를 관리해 돈의 출처·귀속관계를 흐린 행위 자체는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1항의 불법수익등 은닉·가장에 해당할 여지가 남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하기보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전략적으로 나누어 방어 범위와 형량을 함께 관리합니다.

1) 인정과 부인을 분리해 쟁점을 좁힙니다.

계좌를 통해 자금의 성질·출처를 가장한 사실 자체는 다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자금세탁 부분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정상관계 자료(가담 경위, 강요·궁박 여부, 실제 취득한 수수료 규모, 수사 협조 정도)를 갖추어 양형에 집중하는 대신,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걸린 밀수 공동정범 부분은 끝까지 다투는 방식으로 방어의 무게중심을 옮깁니다. 하나의 혐의를 인정한다고 다른 혐의까지 함께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절차 전반에서 명확히 합니다.

2) 몰수·추징의 범위를 실제 취득 이익으로 한정합니다.

특례법 제13조는 불법수익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을 몰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계좌를 스쳐 간 거래 총액이 그대로 몰수·추징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뢰인이 실제로 자신의 몫으로 취득한 수수료 금액과 단순히 경유시킨 타인의 자금을 구분하는 거래내역·정산자료를 제시해, 몰수·추징의 범위가 부당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다툽니다.

3) 외국환거래법 위반과의 관계를 정리해 중복 처벌을 차단합니다.

등록 없이 환전·송금을 대행한 행위는 외국환거래법 제27조의2의 무등록 외국환업무에도 해당할 수 있어, 자금세탁죄와 함께 기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죄가 하나의 행위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겨누는 것인지, 별개의 행위를 겨누는 것인지를 사실관계별로 정리해 죄수 관계를 다투고, 필요 이상으로 형이 가중되지 않도록 합니다.


결론


환치기 계좌를 관리했다는 사실 하나로 밀수 조직의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사실이 두 개의 서로 다른 혐의—마약 공동정범과 자금세탁—로 갈라져 나가는 입구가 된다는 점에서, 초기 대응이 이후 형량의 폭을 크게 좌우합니다.

계좌를 관리한 정황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의 영역으로 끌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사실을 인정하고 어떤 사실을 다툴지, 그 경계를 처음부터 명확히 그어 두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관련 계좌 관리로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두 혐의를 분리해 대응할 여지가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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