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요구 전화를 받고도 날짜를 미루다 보면 몇 달이 지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락을 받지 않으면 사건이 흐지부지된다는 말이 돌지만, 실제로는 수사기관이 쓸 수 있는 절차가 단계별로 정해져 있습니다.
출석요구 자체에는 강제력이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는 수사에 필요한 때에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어서, 응하지 않았다고 그 자체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응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면 다음 절차의 요건이 채워집니다.
체포영장이 그 다음 단계입니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을 때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합니다. 출석을 미룬 사실 자체가 발부 사유의 한 축이 되는 구조여서, 연락을 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영장이 나갈 여지가 커집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에도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지명수배로 넘어갑니다. 수배가 걸리면 신분 확인이 이루어지는 자리에서 검거될 수 있습니다. 검문이나 다른 사건의 조사, 출입국 심사처럼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붙잡히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출석에 응하지 않아 붙잡혀 조사를 받는 사람은 도망할 염려를 스스로 만들어 놓은 셈이 됩니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 법원이 보는 것이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인데, 출석요구에 여러 차례 응하지 않은 경과가 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혐의라도 스스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사건과는 출발점이 달라집니다.
연락을 받지 못한 사정이 있다면 그 자체를 남겨 두셔야 합니다. 주소지를 옮겼거나 번호가 바뀌어 통지가 닿지 않은 경우가 실제로 있고, 이런 사정은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때 고려됩니다. 다만 우편물을 받고도 열어 보지 않았다는 설명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날짜를 미루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으면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실무에서도 통상 받아들여집니다. 연락을 받고 사유를 밝혀 날짜를 다시 잡는 것과, 전화를 받지 않아 기록에 불응으로 남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체포영장으로 붙잡히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할지가 정해집니다. 그 시간 안에 조사를 받고 석방될 수도 있지만, 준비 없이 들어가면 첫 조서가 그대로 남습니다. 스스로 날짜를 정해 출석하는 것과 붙잡혀 들어가 조사받는 것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수배가 걸린 것 같다면 검거를 기다리기보다 변호인을 통해 자진 출석을 조율하는 편이 낫습니다. 스스로 출석한 경우 추후 구속 여부 판단시 도망할 염려를 다투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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