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고 초소형 카메라까지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지하철·화장실·탈의실은 물론 사적인 만남 자리에서까지 불법촬영으로 고소당하는 사건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피의자분들 중 상당수는 “피해자랑 합의만 하면 그냥 끝나는 거 아니에요?”, “합의서 받아서 제출하면 처벌은 안 받겠죠”라는 생각으로 찾아오십니다. 그런데 막상 피해자와 합의를 마치고 합의서까지 제출했는데도, 얼마 뒤 검찰에서 정식으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불법촬영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대해 촬영 당시 촬영대상자의 승낙이 있었던 경우에만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로 처벌 범위의 합리성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즉 법이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촬영 당시의 동의’이지, 사건이 벌어진 뒤 이뤄지는 합의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불법촬영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실제로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기소유예를 받으려면 합의 외에 무엇을 함께 갖춰야 하는지 최근 실무 기준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불법촬영죄는 피해자가 합의해줘도 자동으로 처벌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합의는 처벌을 지우는 열쇠가 아니라, 검사의 재량을 움직이는 하나의 사정일 뿐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죄나 협박죄, 명예훼손죄 같은 범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사가 공소권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그런데 불법촬영죄를 포함한 성폭력범죄는 2013년 6월 19일 시행된 개정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친고죄·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전부 폐지됐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 이른바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줬다고 해서 검사가 그 즉시 사건을 접거나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합의는 사건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드는 절차가 아니라, 검사가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고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로 작동합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합의서만 받으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합의를 서두르다 보면, 정작 합의 과정에서 함께 확보해야 할 다른 자료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법촬영죄에서 합의는 처벌을 자동으로 지우는 스위치가 아니라, 검사의 재량을 움직이는 유력한 참작사유입니다.
2. 검사는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합의를 기소유예의 참작사유로 살핍니다
기소유예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이고, 합의는 그 판단 요소 중 하나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기소편의주의를 규정해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기소유예란 이 조항에 따라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까지 넘길 필요는 없다고 검사가 판단할 때 내리는 불기소 처분입니다.
형법 제51조가 정한 참작 사항은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네 가지입니다. 이 중 ‘범행 후의 정황’에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처벌불원 의사, 합의금 지급 사실 등이 포함됩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은 법원이 제시한 해석기준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인정되며, 촬영대상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처벌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7. 6. 29. 선고 2015헌바243 결정).
여기서 헌법재판소가 말하는 ‘승낙’은 촬영 당시 상대방이 촬영에 동의했는지를 뜻합니다. 촬영 당시 동의가 없었다면 그 시점에 범죄는 이미 성립하고, 이후의 합의는 성립 자체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처분 판단에 영향을 주는 별개의 사정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실무에서는 초범인 점,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은 점, 촬영 부위나 촬영물의 개수가 경미한 점,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성폭력 재범방지 교육을 성실히 이수하겠다는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는 기소유예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참작사유 중 하나이지, 그 자체로 결과를 확정 짓는 조건은 아닙니다.
3. 합의했더라도 기소유예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합의는 필요조건에 가깝지, 그 자체로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합의가 있었는데도 기소유예를 받지 못하고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는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촬영물이 유포됐는지, 유포될 위험이 있었는지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촬영물이나 그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를, 촬영 당시에는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반포한 경우까지 포함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에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하면 제3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형이 크게 무거워지고,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사람도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습니다.
촬영 자체만 문제 되는 사안과, 여기에 반포·유포 정황까지 더해진 사안은 검사가 사건을 바라보는 무게 자체가 다릅니다. 반포 정황이 확인되면 합의를 했더라도 기소유예보다 구약식이나 구공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같은 유형의 범행을 상습적으로 반복했다면 제5항에 따라 해당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되므로, 합의 하나만으로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합의는 기소유예를 받기 위한 출발점일 뿐, 유포 여부와 범행 횟수가 실제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유포·재범 여부에 따라 형량 구간 자체가 달라집니다
단순 촬영과 반포·소지는 처음부터 다른 법정형 구간에 있습니다.
불법촬영 관련 처벌은 행위 유형에 따라 몇 단계로 나뉩니다. 단순히 촬영만 한 경우와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히 전시·상영한 경우는 모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구간에 있습니다. 여기에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포한 경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하한이 정해져 있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훨씬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만 한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구간이지만, 이 역시 엄연한 처벌 대상입니다.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합의가 갖는 무게도 달라집니다. 단순 촬영에 그치고 유포 정황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면 합의와 재범방지교육 이수 의지가 기소유예로 이어질 여지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반면 영리목적 반포처럼 하한형이 정해진 구간에 들어가면, 합의는 양형 단계에서 감경 사유로 작용할 뿐 기소유예 자체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5. 고소부터 처분까지, 합의는 이 시점에 이뤄져야 가장 유리합니다
같은 합의라도 언제 이뤄졌느냐에 따라 검사에게 전달되는 무게가 다릅니다.
불법촬영 사건은 보통 ①촬영 장소나 피의자 주소지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경찰서·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장 접수 또는 현행범 인지 → ②피의자 조사 및 압수한 휴대전화 등 디지털 포렌식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결정 → ④정식 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합의는 이 절차 중 검찰의 처분이 확정되기 전, 특히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뤄질수록 기소유예 가능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미 기소되어 재판이 시작된 뒤의 합의도 양형에는 반영되지만, 기소 여부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불법촬영으로 고소를 당했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합의부터 서두르기보다 아래 순서로 필요한 사항부터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촬영물이 실제로 유포됐는지, 유포될 정황이나 위험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합의서(처벌불원서)에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명확한 문구로 기재됐는지 확인합니다.
재범방지교육 이수 의사, 반성문 등 정상참작 자료를 함께 준비해 수사기관에 제출할 시점을 조율합니다.
이런 자료를 갖춘 상태에서 불법촬영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합의와 의견서 제출 시점을 조율한다면, 기소유예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불법촬영 사건은 당사자 모두에게 당혹스러운 일이라,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는 수치심 때문에 신고를 망설이고, 피의자는 “설마 문제가 되겠나”라는 생각과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는 체념 사이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곤 합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촬영 정황과 유포 여부를 뒷받침할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형사 절차와 이후 손해배상 청구 모두에서 유리합니다. 반대로 합의를 원하는 피의자 쪽 입장에서도 “합의서만 받으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정작 검사가 참작할 다른 사정들을 챙기지 못한 채 처분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저는 불법촬영 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합의와 형사·민사 절차를 함께 진행한 경험과, 피의자 측을 변호하며 기소유예를 이끌어낸 경험을 모두 가진 변호사로서, 같은 합의라도 시점과 준비 정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합의를 서두르기 전에,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함께 준비해야 할지부터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무조건 기소유예를 받나요?
A. 아닙니다. 불법촬영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합의는 검사가 기소유예를 판단할 때 참작하는 여러 사정 중 하나일 뿐이고, 유포 여부·범행 횟수 등 다른 사정도 함께 고려됩니다.
Q. 처벌불원서와 합의서, 둘 다 필요한가요?
A. 처벌불원 의사가 명확히 담긴 문서라면 명칭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구체적으로 기재돼야 검사가 참작사유로 명확히 반영할 수 있습니다.
Q. 촬영물을 유포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유리한가요?
A. 유리한 사정인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결과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촬영 부위, 촬영 횟수, 초범 여부, 재범방지교육 이수 의지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Q. 초범이면 기소유예 가능성이 더 높나요?
A. 초범이라는 사정은 형법 제51조가 정한 ‘범인의 성행’ 판단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기소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사안의 전체적인 경중과 함께 판단됩니다.
Q. 합의는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가요?
A. 검찰 처분이 확정되기 전, 가능하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뤄진 합의가 기소유예 판단에 가장 실질적인 영향을 줍니다. 기소된 뒤의 합의는 양형에는 반영되지만 기소 여부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Q. 기소유예를 받으면 전과가 남지 않나요?
A. 기소유예는 재판을 거치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라 벌금형이나 징역형 같은 전과는 남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기관의 내부 기록에는 일정 기간 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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