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된 채권과 상계하려는 제3채무자 — 상계 허용 범위
사건 개요
거래처에 물품대금이나 용역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래처(채무자)가 다른 채권자에게 진 빚 때문에, 그 거래처가 나(제3채무자)에게 갖는 대금채권이 압류된 것입니다. 이때 흔히 떠오르는 생각이 "마침 저쪽도 나한테 갚을 돈이 있으니, 그걸로 퉁치면 되지 않느냐"는 상계입니다.
실제로 제3채무자 입장에서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거래처와는 오랫동안 물건을 주고받으며 서로 줄 돈, 받을 돈이 뒤섞여 있던 사이였는데, 압류 통지 한 장으로 갑자기 "이제부터 그 계산은 없던 일이고, 압류채권자에게 전액 지급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억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계를 주장했다가 압류채권자로부터 추심금 청구소송을 당하고, "상계로는 대항할 수 없다"는 반박에 부딪히는 사례가 반복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계로 대항할 수 있는지는 반대채권을 언제 취득했는지, 그리고 두 채권의 변제기가 어떤 순서로 도래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서로 줄 돈이 있으니 당연히 상계된다"는 생각과 실제 법이 인정하는 상계 허용 범위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지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제3채무자가 반대채권을 압류의 효력이 생기기 전에 취득했는지입니다. 압류명령을 송달받은 뒤에 비로소 취득한 채권으로는 애초에 상계 자체가 금지됩니다(민법 제498조). 둘째,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시점에 반대채권과 피압류채권이 이미 상계적상(둘 다 변제기가 도래한 상태)에 있었는지입니다. 셋째, 그렇지 않다면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피압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이거나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지입니다. 넷째, 상계의 의사표시를 소송에서 적법한 시기와 방식으로 했는지입니다.
둘째·셋째 쟁점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정리한 부분입니다.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은,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압류 당시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피압류채권의 변제기와 같거나 그보다 먼저 도래해야 상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이른바 '변제기 선도래설'을 채택했습니다.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피압류채권보다 나중에 도래한다면, 두 채권이 언젠가는 모두 변제기가 온다 해도 상계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반대채권의 취득 시점과 변제기 순서를 증거로 고정하기
상계 항변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언제부터 그 채권을 갖고 있었는가"입니다. 막연히 "예전부터 거래해 왔다"는 진술만으로는 법정에서 힘을 갖지 못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시점을 재구성합니다.
1) 반대채권의 취득 시점을 압류명령 송달 이전으로 못박습니다.
계약서 작성일, 세금계산서 발행일, 물품 인도일, 거래명세표, 입금·출금 내역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반대채권이 압류명령이 송달된 날보다 앞서 발생했음을 증명합니다. 압류명령 송달 후에 비로소 취득한 채권은 민법 제498조에 따라 애초에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쓸 수 없으므로, 이 시점을 놓치면 이후 어떤 주장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법원 결정문에 적힌 압류명령의 송달일자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두 채권의 변제기를 나란히 놓고 선후를 계산합니다.
계약서·거래약정에 명시된 변제기, 세금계산서상 지급기일, 어음·수표의 만기일 등을 근거로 반대채권과 피압류채권 각각의 변제기를 확정합니다. 압류의 효력이 생긴 시점에 두 채권이 이미 상계적상이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반대채권의 변제기가 피압류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이거나 그보다 앞서는지를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의 기준에 맞추어 계산해 서면으로 정리합니다. 반대채권 변제기가 하루라도 뒤처지면 상계 항변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날짜 단위의 정확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3) 기한이익 상실 조항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제3채무자가 거래처에 대해 갖고 있는 반대채권(대여금, 외상 물품대금 등)의 계약서에 기한이익 상실 특약이 있는 경우, 거래처의 신용 악화나 압류와 같은 사정이 기한이익 상실 사유로 정해져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해당된다면 반대채권의 변제기를 앞당겨 피압류채권과의 선후 관계를 유리하게 재구성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상계 의사표시와 소송 대응을 절차적으로 관철하기
취득 시점과 변제기 순서가 정리되어도, 상계의 의사표시를 제때·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반대채권의 존재를 입증하지 못하면 항변은 힘을 잃습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상계의 의사표시를 명확한 형태로 남깁니다.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효력이 생기고 조건이나 기한을 붙일 수 없으므로(민법 제493조), 추심금 소송이 제기되기 전이라면 내용증명으로 상계 의사를 통지해 시점을 명확히 남기고,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답변서·준비서면의 항변으로 명시적으로 주장합니다. "상계했다고 생각했다"는 사후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2) 반대채권의 존재와 액수를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합니다.
계약서, 세금계산서, 거래명세표,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한 이메일·문자 등을 통해 반대채권의 발생 원인과 정확한 액수를 증명합니다. 액수가 다투어지면 상계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거래처가 그 채무를 인정한 기록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3) 압류채권자의 반박 논리를 미리 검토합니다.
압류채권자 측에서는 두 채권이 언젠가 모두 변제기가 도래하는 이상 상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이른바 무제한설의 논리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변제기 선도래설을 다수의견으로 채택한 이상,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판례의 법리를 정확히 인용해 반박합니다. 아울러 반대채권이 상계적상에 있던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라도, 시효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채권이라면 여전히 상계할 수 있다는 민법 제495조의 예외도 함께 살펴 둡니다.
결론
압류통지를 받은 뒤에야 상계를 떠올리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채권을 언제부터 갖고 있었는지, 그 변제기가 피압류채권보다 앞서는지는 압류가 들어오기 전부터 정리해 두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반대채권의 취득 시점과 변제기 순서를 얼마나 정확한 자료로 뒷받침하는가가 상계 항변의 성패를 가릅니다. 거래처의 채권이 압류되었고 상계로 대응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반대채권의 발생 시점과 변제기부터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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