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지하철에서의 강제추행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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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한 지하철에서의 강제추행 사건 

안영진 변호사

2023년 9월 13일 아침 8시 12분, 서울 지하철 2호선. 만원 열차 안에서 30대 회사원 C씨는 출근길 피곤함을 애써 참으며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에 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C씨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지만, 누구의 손인지 바로 가려내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C씨는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일부러 만졌다고 확신했습니다. C씨는 20대 남성 K씨를 붙잡고 방금 자신을 만졌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K씨는 놀란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만진 적이 없고 열차가 흔들려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C씨는 K씨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다음 역에서 함께 내려 역무실로 향했습니다. 20초 남짓 이어진 신체 접촉으로 K씨는 그날 오전 강제추행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경찰은 C씨의 진술을 들은 뒤 피해자 진술이 명확하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K씨를 입건했습니다. 수사기관 조사를 받게 된 K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검찰은 C씨 진술과 당시 지하철이 혼잡했다는 상황을 근거로 손이 닿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은 무죄로 결론 났습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 추행 행위, 그리고 추행의 고의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폭행은 상대방 의사를 억압할 정도로 강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만원 지하철에서 손이 엉덩이에 닿는 행위 자체도 폭행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관건은 고의입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합니다. 강제추행죄는 고의범이므로 피고인에게 추행 의도가 있었는지 입증되어야 합니다. 만약 버스 급정거로 넘어지면서 우연히 타인의 신체에 손이 닿았다면 유형력 행사는 될지언정 추행의 고의가 없어 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 무죄 판결 사례를 보면 지하철 혼잡으로 인한 불가피한 접촉을 인정한 사건이 있습니다. ○○○○법원 2022. X. X. 선고 2021고단XX 판결에서, 피고인은 출근길 지하철 4호선에서 피해자 뒤에 서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누군가 양손으로 옆구리를 감싸 안았다며 고소했으나, 피고인은 하차 인파에 떠밀려 허리에 팔이 닿았을 뿐 고의는 없었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당시 지하철의 내부는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혼잡한 상태였다.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믿을 만한 부분이 있으나, 그 진술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양손으로 피해자의 양 허리를 움켜잡는 것이 아니라, 왼손 손바닥이 피해자의 왼쪽 허리 부위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겨울의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왼쪽 옆구리 부위’를 피해자 쪽으로 힘을 가하는 방법으로 만졌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태양(가슴, 엉덩이, 음부 등 내밀한 부위 접촉)과는 차이가 있다.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의 부득이한 신체접촉을 추행으로 오인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지하철이 극히 혼잡했다는 점, 성적 의미가 강한 부위가 아니라 코트 위 옆구리에 닿았다는 점, 피해자가 전날에도 유사한 피해를 겪어 예민한 상태에서 부득이한 접촉을 오인했을 가능성을 인정한 판결이었습니다.

급정거 버스에서 넘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법원 2019. X. X. 선고 2018고정XX 판결에서 피고인은 버스 급정거로 넘어지며 앞 사람 엉덩이에 손이 닿아 고소당했습니다. 법원은 “당시 버스가 급정거한 사실이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되고, 피고인이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리며 피해자와의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급정거 순간과 중심을 잃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으로 우발적 접촉을 증명한 결과였습니다.

밀집 장소 추행 사건에서는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일이 핵심 방어 전략입니다. 급정거나 인파 밀침 같은 외부 요인, 어깨나 팔 등 일상적 접촉 부위 여부, 순간적인 스침이었는지 여부, 접촉 직후 사과나 자리 이동 같은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동시에 객관적 증거인 CCTV 확보를 서둘러야 합니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 영상은 대개 30일 안에 삭제되므로 초기에 보존 요청을 진행해야 접촉 직전 행동이나 밀침 정황, 접촉 후 반응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인 경우가 많아 진술의 일관성, 접촉 부위와 방식 묘사의 구체성, 혼잡도 속 오인 가능성,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면밀히 따져 신빙성을 다투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법원은 가슴이나 음부 등을 은밀하고 강하게 접촉한 경우 고의를 엄격히 보지만, 옷 위 일상적 부위를 순간 스치거나 외부 요인이 개입된 때에는 고의를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응 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오해라거나 과민반응이라며 언쟁을 벌이면 분노를 자극해 불리한 정황을 남길 수 있습니다. 억울하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신체를 붙잡아 해명하려 하면 또 다른 유형력 행사로 비칠 위험이 있으므로 침착하게 역무실이나 경찰 입회를 요청해야 합니다. 또한 조사 초기 실수였다고 섣불리 진술하면 접촉 자체를 자백한 셈이 되므로 진술 전 변호인 상담을 거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부대끼는 일상에서 신체 접촉은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자칫 억울한 형사 사건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당시 열차 흔들림이나 인파 압박 등 상황을 시간순으로 상세히 정리하고, CCTV 영상을 빠르게 확보하며, 고의 입증 책임의 법리를 전문적으로 다툴 조력을 받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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