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평범한 직장인 P씨(34세)는 새벽 6시에 울린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문 앞에는 경찰관들이 서 있었다.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경찰관들은 피의자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의심되는 영상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소지한 혐의가 있다고 전하며 휴대전화와 노트북 제출을 요구했다.
P씨는 순간 당황했다. 성인물 사이트에서 영상물을 다운로드받은 적은 있었지만, 아동이 등장하는 영상은 본 적도 찾아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P씨의 휴대전화에서 문제의 영상들을 확보했고, 검찰은 P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인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시청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며 벌금형 규정조차 없다. 유죄가 확정되면 집행유예가 어려울 수 있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P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검사가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로 아동·청소년이거나 적어도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야 하지만, 제출된 영상들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제가 집필한 서적 『강제추행, 무죄의 조건』에 이어 본인이 집필한 『형사 변호사가 소개하는 성범죄 방어 지침서』에서 다룬 실제 무죄 판결들을 각색한 사례입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라는 무거운 혐의 앞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지 핵심 논리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등장물 자체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인이 '그것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지하면서' 소지·시청했는지 여부입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엄격히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됩니다.
동 법 제2조 제5호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교 행위, 유사 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자위 행위 등을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 법조문에서 주목할 지점은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준입니다.
대법원은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인지 여부는 해당 성착취물의 내용과 함께 등장인물의 외모와 신체발육 상태뿐만 아니라, 그 영상물의 출처 및 제작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지 어리게 보인다는 주관적 느낌만으로는 부족하며, 객관적으로 아동·청소년임이 명백해야 합니다.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등장하는 성인 영화의 한 장면이라면 어리게 보이더라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 무죄가 선고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법원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법원 2022. X. X. 선고 2021고합XX 판결 사례입니다.
피고인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사진 20여 장을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었고, 검찰은 이 중 일부 사진에 아동·청소년으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진 속 등장인물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으며, 일부 사진은 교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으나 실제 고등학생인지 성인이 교복을 입은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3번 사진의 경우 등장인물이 교복을 입었으나 화면 우측 상단에 일본 AV(성인 비디오) 워터마크인 IPPA가 표시되어 있고 우측 하단에는 작품번호가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해당 사진이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촬영한 영상물의 캡처 화면일 뿐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아니라는 점이 비교적 명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영상물의 출처나 제작 경위가 성인 콘텐츠임을 가리키거나 AV 워터마크 및 작품번호 같은 객관적 지표가 존재할 경우 아동·청소년성착취물 혐의를 배척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 ○○○○법원 2023. X. X. 선고 2022고XX 판결 사례다. 군인인 피고인은 태블릿 PC에 저장된 일부 사진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의심받아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태블릿을 아버지로부터 전달받았고 어떤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사진을 저장하게 된 경위와 시점, 사진의 출처에 관한 증거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파일명 역시 숫자로 조합되어 있어 파일명만으로는 내용을 인식하거나 짐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죄가 고의범이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파일명이 숫자로 되어 있고 출처가 불분명하며 내용 인지 여부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면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들 사건을 관통하는 법리는 검사가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라는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입니다.
검사는 영상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해당성, 등장인물의 명백한 아동·청소년성, 피고인의 인식 및 고의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증명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증명되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되며, 특히 어리게 보이는 성인과 실제 아동·청소년을 외모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은 검찰 증명의 취약한 고리가 됩니다.
실제 방어 전략을 수립할 때도 이러한 지점을 적극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등장인물의 신체발육 상태, 성인 콘텐츠 제작사의 워터마크나 작품번호 유무, 파일명이 숫자로만 기재되어 있는지 등 출처와 메타데이터를 분석하여 검사의 증명이 미흡함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기 내 보관 사실만으로 고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임시폴더 자동 저장 여부, 압축 해제 전 상태 여부, 파일 열람 기록 유무 등을 밝혀 소지·시청 고의가 없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지한 즉시 파일을 삭제했다면 판례에 따라 소지 고의를 부정하는 강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사건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다운로드 경로, 저장 위치, 열람 및 삭제 기록이 밝혀지므로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의로 기기를 조작하거나 파일을 삭제하면 증거인멸로 오인받아 상황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어 유죄 확정 시 신상정보 등록 등 중대한 불이익이 따르므로 전문 변호사와 함께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 보호와 처벌의 당위성 못지않게 증명책임의 원칙 역시 엄격히 준수되어야 합니다.
영상에 정말 아동이 등장하는지, 피고인이 이를 알았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억울한 혐의를 받게 된다면 기기를 임의로 조작하지 말고, 변호인과 함께 디지털 증거의 흐름을 정리하며 공정한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면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며, 그것이 형사법이 보장하는 피고인의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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