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이 늘면서, 정식 재판까지 가지 않고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확정되는 사례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에는 “어차피 벌금형이니까 전과도 약하고, 회사 다니는 데는 문제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막상 벌금이 확정되고 나서야 판결문 말미에 취업제한 몇 년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다니던 직장이나 준비 중이던 자격에서 발이 묶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최근 법원은 아청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에서도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사정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지 않는 한 취업제한명령을 원칙대로 병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 기간도 벌금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짧게 정해지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벌금형만으로도 취업제한명령이 함께 나오는 이유, 제한되는 기관의 범위, 기간이 정해지는 기준, 그리고 절차 진행 과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벌금형이 확정된 날부터 취업제한기간이 시작됩니다
벌금형은 취업제한명령의 예외가 아니라, 법이 정한 또 하나의 기산점입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아청법) 제56조 제1항은 법원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그 판결과 동시에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판결’에는 정식 재판을 거친 판결뿐 아니라 약식명령도 포함되므로, 정식 공판 없이 벌금형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에도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핵심은 기산일입니다. 징역형이라면 그 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취업제한기간이 시작되지만,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그 형이 확정된 날, 즉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이 그대로 확정된 날부터 곧바로 취업제한기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실무에서는 약식명령서 자체가 간단한 서식이다 보니, 벌금 액수만 확인하고 그 아래 취업제한명령 문구는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재직 중인 기관에서 성범죄 경력조회 결과를 통보받고서야 취업제한명령이 함께 확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가 실제로 적지 않습니다.
벌금형은 취업제한명령을 피해 가는 사유가 아니라, 확정된 그날부터 제한기간이 시작되는 또 하나의 기산점일 뿐입니다.
2.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지 않은 한 법원은 명령을 선고해야 합니다
예외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사유이지, 벌금형이라는 사정만으로 저절로 열리는 문이 아닙니다.
제56조 제1항은 원칙과 예외를 함께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은 ‘선고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고, 예외는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또는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법원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약식명령을 포함한다)로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그 형이 확정된 날)부터 일정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을 운영하거나 그곳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취업제한명령을 그 판결과 동시에 선고(약식명령의 경우에는 고지)하여야 한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즉 벌금형이라 하더라도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사정이 별도로 소명되지 않으면, 법원은 원칙으로 돌아가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해야 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법원이 명령을 선고하려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재범위험성 판단이 막연한 인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재판 단계에서 재범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 예를 들어 상담·치료 이력, 피해자와의 관계, 재범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 등을 미리 준비해 두었는지가 실제로 취업제한명령의 유무나 기간을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업제한명령은 벌금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재범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사정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만 예외가 열립니다.
3. 제한 대상은 학교와 학원뿐 아니라 26개 유형의 기관 전체입니다
본인이 몸담은 일터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해당하는지 직접 대조해 확인해야 합니다.
제56조 제1항 각 호는 취업이 제한되는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을 26개 유형으로 나눠 열거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원·교습소,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처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곳은 물론이고, 의료기관(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과 청소년게임제공업, 청소년실을 갖춘 노래연습장,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의 경비업무, 경비업을 하는 법인까지 폭넓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자주 간과되는 지점은 ‘운영’뿐 아니라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까지 제한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정식 고용계약을 맺은 직원이 아니라 프리랜서, 용역, 위탁 형태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에서 일하는 경우에도 취업제한명령의 적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가정을 방문하거나 아동·청소년이 직접 찾아오는 방식으로 학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장까지 별도 항목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도 같은 취지입니다.
따라서 벌금형이 확정된 이후라면, 지금 재직 중이거나 이직을 준비 중인 곳이 아청법상 관련기관에 해당하는지를 막연히 ‘학교나 학원이 아니니 괜찮다’고 넘길 것이 아니라, 조문의 목록을 직접 대조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제한 대상은 학교와 학원에 그치지 않고, 운영자는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전체를 폭넓게 아우릅니다.
4. 취업제한 기간은 최대 10년이며 예전처럼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법원은 죄의 종류와 재범위험성을 따져 사건마다 기간을 개별적으로 정합니다.
제56조 제2항은 취업제한 기간의 상한을 ‘10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개정 전에는 성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이 제한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일련의 결정(2013헌마585, 2015헌마98, 2015헌마359, 2015헌마914, 2014헌마709 등)에서, 죄질이나 재범위험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구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16일 법 개정으로 지금과 같이 10년 이하의 범위에서 법원이 개별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즉 지금은 같은 벌금형이라도 사건마다 취업제한 기간이 다르게 정해집니다. 죄의 종류, 피해의 정도, 재범위험성에 대한 소명 자료의 유무에 따라 몇 개월에서 최대 10년까지 폭이 크며, 판결문이나 약식명령서에 기간이 구체적으로 몇 년으로 적혔는지를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적용되는 기간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5. 수사부터 명령 확정까지, 확인해야 할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판결이나 약식명령을 받는 순간, 그 안에 취업제한명령도 함께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아청법 위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수사 개시 → ②피의자 조사 및 관련 자료 확보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후 약식명령 청구 또는 정식기소 → ④법원(수원지방법원)의 약식명령 발령 또는 정식재판 판결과 동시에 취업제한명령 고지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대로 벌금과 취업제한명령이 함께 확정됩니다.
형이 확정된 뒤에는 관할 행정청(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등)이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나 그곳에 취업·노무를 제공하려는 사람에 대해 성범죄 경력조회를 요청할 의무를 지고, 기관의 장 역시 채용 전 경력조회를 거쳐야 합니다. 이 절차에서 취업제한 대상자임이 확인되면 관할 행정청은 기관장에게 해임을, 운영자 본인에게는 폐쇄를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한 달 안에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벌금형이 확정된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판결문 또는 약식명령서 전체를 다시 확인해 취업제한명령이 실제로 붙어 있는지, 붙어 있다면 기간이 몇 년으로 정해졌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 중인 곳이 아청법 제56조 제1항 각 호에 열거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에 해당하는지 항목을 대조해 확인합니다.
해당된다면 관할 행정청의 성범죄 경력조회·해임요구 절차가 언제 진행될 수 있는지, 재범위험성 소명으로 명령 자체를 다툴 여지가 남아 있는지 변호사와 함께 점검합니다.
이러한 확인과 대응은 벌금형이 확정되기 전, 즉 수사나 재판 단계에서 미리 준비할수록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형사처벌 수위뿐 아니라 취업제한명령까지 함께 고려한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취업제한명령 위반이 적발되면 형사처벌이 아니라 해임·폐쇄 요구와 과태료로 이어지지만, 그 결과는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잃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며
벌금형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안도감을 주기 쉽습니다. 징역형도 아니고 집행유예도 아니니 이 정도면 끝난 일이라 여기고, 판결문 뒷부분까지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취업제한명령이 함께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이미 확정된 형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대응 시점을 놓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직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분 입장에서는, 벌금형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더라도 취업제한명령까지 함께 고려해 재범위험성을 소명할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지점입니다. 반대로 이미 벌금형이 확정된 분 입장에서도, 판결문에 취업제한 기간이 정확히 몇 년으로 적혔는지, 지금 몸담은 일터가 실제로 제한 대상 기관에 해당하는지부터 냉정하게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재판, 그리고 벌금형이나 판결이 확정된 이후 취업제한명령에 대한 대응까지 폭넓게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벌금형이라도 준비 여부에 따라 취업제한명령의 유무와 기간이 달라지는 사례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벌금형이라는 결과에 안심하기보다, 판결문 그 다음 줄까지 확인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라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벌금형을 받았는데 판결문에 취업제한명령이라는 말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도 적용되나요?
A. 취업제한명령은 판결(약식명령 포함)과 동시에 선고 또는 고지되어야 하므로, 판결문이나 약식명령서에 명시되지 않았다면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문구가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명확하지 않다면 변호인이나 법원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로 일해도 취업제한명령의 적용을 받나요?
A. 받습니다. 조문은 ‘취업’뿐 아니라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어, 정식 고용계약이 아닌 프리랜서·용역·위탁 형태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에서 일하는 경우도 제한 대상입니다.
Q. 이미 다니고 있는 직장이 나중에 취업제한 대상 기관으로 확인되면 어떻게 되나요?
A. 관할 행정청이 기관장에게 해임을 요구할 수 있고, 기관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면 폐쇄까지 요구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이 아니라 행정조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자리를 잃는 결과로 이어지므로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벌금형이 확정되기 전, 재판 단계에서 취업제한명령을 피할 방법이 있나요?
A.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상담·치료 이력, 생활환경, 재범방지 조치 등 구체적 자료로 소명하면 법원이 예외를 인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법원은 필요하면 전문가 의견을 들어 판단하므로, 판결 전 단계부터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취업제한 기간은 어떻게 정해지나요? 무조건 10년인가요?
A. 아닙니다. 10년은 상한일 뿐이고, 실제 기간은 죄의 종류와 재범위험성 등을 고려해 법원이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정합니다. 과거에는 예외 없이 10년이 강제됐지만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법이 개정되어 지금은 사건마다 다르게 선고됩니다.
Q. 이미 취업제한 기간이 지났다면 다시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있나요?
A. 취업제한 기간이 만료되면 원칙적으로 다시 취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관련기관은 채용 전 성범죄 경력조회를 의무적으로 거치므로, 자신의 취업제한 기간이 정확히 언제 만료되는지 스스로도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벌금형 전과도 성범죄 경력조회에서 조회되나요?
A. 조회됩니다. 관련기관 채용 시 이루어지는 성범죄 경력조회는 벌금형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사실 자체를 확인하는 절차이므로, 벌금형이라고 해서 조회 대상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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