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운 사진이 포렌식으로 복구되면 그것도 다 처벌되나요
다 지운 사진이 포렌식으로 복구되면 그것도 다 처벌되나요
법률가이드
디지털 성범죄수사/체포/구속

다 지운 사진이 포렌식으로 복구되면 그것도 다 처벌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수사에서 스마트폰을 임의제출하거나 압수당한 뒤, 이미 지운 사진이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되어 새로운 혐의로 추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 중 상당수는 “사진은 그날 바로 다 지웠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휴지통까지 비웠는데 뭐가 남아있겠어요”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찰 조사에 출석하면, 이미 복구된 파일 목록을 프린트해 보여주며 “이 사진들, 언제 저장했는지 기억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스마트폰처럼 카메라 기능과 저장매체 기능을 함께 갖춘 기기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삭제된 전자정보라도 압수수색의 적법한 대상이자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지웠으니 증거가 없다”는 생각은 실무에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래에서는 삭제한 사진이 포렌식으로 복구되는 원리, 그것이 어떻게 처벌의 근거가 되는지, 그리고 조사를 앞두고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삭제 버튼을 눌러도 저장매체 안에서는 데이터가 곧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삭제는 파일을 안 보이게 처리하는 것일 뿐, 저장 공간의 데이터 자체를 지우는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삭제하면 화면에서는 즉시 사라지지만, 실제로는 파일시스템의 색인(어디에 그 파일이 있는지 알려주는 정보)만 지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파일이 차지하고 있던 저장 공간의 실제 데이터는 다른 파일이 그 자리를 덮어쓸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은 이 원리를 이용합니다. 삭제된 영역에서 이미지 파일의 특징적인 헤더·구조를 찾아 복원하는 카빙(carving) 기법, 앱이 자동으로 만들어 둔 썸네일·캐시 이미지, 클라우드 자동 백업, 메신저 앱의 임시 저장 폴더까지 확인하면, 사용자가 “완전히 지웠다”고 생각한 사진도 상당수 복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지통을 비우거나 갤러리 앱에서 완전삭제를 눌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운영체제 차원의 색인 삭제일 뿐, 저장매체를 물리적으로 여러 번 덮어쓰거나 초기화하지 않는 이상 포렌식 복구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삭제는 화면에서 안 보이게 하는 조치일 뿐, 저장매체의 데이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2. 소지죄는 저장한 시점에 이미 완성되고, 이후의 삭제는 그 사실 자체를 지우지 못합니다

“지금은 없다”는 사정은 “그때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면서, 별도로 같은 조 제4항에서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찍지 않았더라도, 전달받아 저장하거나 다운로드해 보관한 것만으로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조문의 문언 자체가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라는 과거의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 저장하거나 시청한 시점에 이미 범죄는 성립합니다. 그 뒤에 지웠다는 사정은 그 시점 이전에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조사에서 “언제 저장했는지”, “몇 번이나 봤는지”를 캐묻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복구된 파일의 생성일자·수정일자·접근일자 메타데이터는 소지가 시작된 시점과 지속 기간을 추정하는 핵심 자료로 쓰입니다.

소지죄는 저장·시청한 시점에 이미 완성되며, 이후의 삭제는 그 이전의 소지 사실 자체를 지우지 못합니다.


3. 복구된 삭제 파일도 압수수색의 적법한 대상이 되고, 다른 사진의 증거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삭제한 사진 한 장이, 지우지 않은 다른 사진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압수수색할 때 수사기관이 사건과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마구잡이로 뒤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되는 전자정보만 압수의 대상으로 삼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이 연관관계를 상당히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카메라의 기능과 전자정보저장매체의 기능을 함께 갖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등의 범죄와 같이, 범죄의 속성상 해당 범행의 상습성이 의심되거나 성적 기호 또는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범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되고 범행의 직접증거가 스마트폰 또는 해당 매체 안에 이미지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의 형태로 남아 있을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안에 저장된 같은 유형의 전자정보에서 그와 관련한 유력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는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3도11395 판결).

쉽게 말해, 특정 사진 한 장 때문에 조사를 받게 됐더라도, 그 스마트폰에서 복구된 다른 삭제 사진들 역시 “같은 유형의 범행이 반복됐는지”를 보여주는 간접증거로 함께 제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지운 사진이라 해서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 법리는 무제한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영장 집행 당시 알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을 기준으로 관련성이 판단되므로, 혐의사실과 시기·수법이 전혀 다른 사적 전자정보까지 무분별하게 압수됐다면 그 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여지도 있습니다.

복구된 삭제 파일은 그 자체로 처벌 근거가 될 뿐 아니라, 같은 스마트폰에 남은 다른 사진의 정황증거로도 함께 쓰일 수 있습니다.


4. 사진의 대상이 누구인지, 몇 장·몇 회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소지” 사건이라도, 촬영물의 대상이 미성년자인지에 따라 최소 형량 자체가 달라집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을 소지한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벌금형도 함께 규정되어 있어, 초범이고 소지 경위·수량이 경미하다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검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촬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해당한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은 성착취물을 구입·소지 또는 시청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벌금형 자체가 없고, 법정형 하한이 징역 1년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성인 대상 불법촬영물 소지와는 처벌 수위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또한 삭제·복구된 사진이 다수이거나 일정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저장된 정황이 확인되면, 이는 단순 소지를 넘어 상습성이나 성적 기호·경향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평가되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지 경위가 우발적이고 즉시 삭제한 정황이 뚜렷하다면 이는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5. 임의제출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임의제출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 확인해야 할 것들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스마트폰 임의제출 또는 압수수색영장 집행 → ②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의 데이터 추출·복구 및 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조사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복구된 파일의 수량과 대상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사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임의제출을 마쳤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상황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1. 임의제출한 스마트폰의 압수 범위(전체 포렌식인지, 특정 폴더·기간 한정인지)와 관련 서류를 확인합니다.

  2. 복구가 예상되는 사진·영상의 대략적인 수량과 저장 경위(수신 경로, 저장 시점)를 스스로 정리해 둡니다.

  3. 촬영물의 대상이 성인인지 미성년자로 의심되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가 달라지므로, 이 부분을 가장 먼저 변호사와 확인합니다.

이러한 정리를 바탕으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압수수색 절차의 적법성 검토와 초기 진술 대응을 함께 준비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미 지운 사진인데 설마 문제가 되겠어”라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포렌식 복구 통보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상담을 신청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불법촬영·유포로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증거를 인멸하려고 삭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고, 포렌식 복구를 통해 삭제된 자료까지 확보하는 것이 피해 회복의 출발점이 됩니다. 반대로 소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쪽 입장에서는, “지웠으니 괜찮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언제, 어떤 경위로 저장하게 됐는지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저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소지·촬영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삭제된 파일 하나가 사건의 결론을 크게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포렌식 복구 통보를 받았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진을 받은 지 며칠 만에 바로 지웠는데도 처벌되나요?

A. 저장한 시점에 이미 소지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곧바로 삭제한 정황은 고의나 인식 여부, 양형 단계에서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Q. 제가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 전달받기만 했는데도 소지죄가 되나요?

A. 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4항은 촬영 여부와 관계없이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Q. 완전삭제나 초기화를 하면 포렌식으로도 복구가 불가능한가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장 공간이 다른 데이터로 여러 차례 덮어써지지 않는 이상 복구 가능성이 남아 있고, 클라우드 백업이나 메신저 캐시처럼 기기 내부가 아닌 곳에 흔적이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Q. 경찰이 스마트폰 전체를 다 뒤져도 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되는 전자정보로 압수 범위가 제한됩니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같은 유형의 이미지·동영상 파일은 이 연관관계가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압수 범위는 사건마다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Q. 아동·청소년으로 보이는 사진이면 처벌이 얼마나 더 무거워지나요?

A. 성인 대상 소지(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와 달리,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소지·시청은 벌금형 없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적용됩니다. 촬영물의 대상 연령 판단이 사건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Q. 임의제출을 거부하면 불리해지나요?

A. 거부 자체가 죄가 되지는 않지만, 정황에 따라 압수수색영장이 청구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검토될 수 있습니다. 임의제출 여부는 사전에 변호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고준용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49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