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공중화장실이나 다중이용시설 안에서 몰래카메라 설치가 적발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카메라를 설치만 하고 실제로 촬영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처벌되는지를 묻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저장된 영상이 없으니 증거가 없는 것 아니냐”, “설치만 하고 아무것도 못 찍었으니 미수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사건을 가볍게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가 시작되면, 카메라가 발견된 상태와 정황만으로도 기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법원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실행의 착수 시점을 촬영 결과물의 유무가 아니라 촬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준비 행위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장매체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는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만 하고 촬영에 이르지 못한 경우 어떤 기준으로 처벌 여부가 갈리는지, 그리고 발각됐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최근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촬영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장된 영상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이 예정하는 완성된 범죄, 즉 기수는 촬영이라는 결과가 실제로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문제는 촬영이라는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경우입니다. 형법 제25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때를 미수로 규정하고, 같은 법 제28조는 실행의 착수에도 이르지 못한 예비·음모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같은 특례법 제15조는 제14조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촬영이라는 결과 없이도 처벌될 여지를 열어 두고 있습니다.
즉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아무것도 촬영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설치 행위가 이미 ‘실행의 착수’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되면 미수범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아직 실행의 착수에도 이르지 못한 준비 단계였다면 예비에 그쳐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결국 쟁점은 “촬영 결과물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가”입니다.
촬영이라는 결과가 없더라도, 실행의 착수 단계에 이르렀다면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2. 실행의 착수 여부는 카메라를 촬영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두었는지로 판가름 납니다
전원을 켜고 촬영 각도까지 맞춰 두었다면, 촬영 결과가 없어도 이미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이 실행의 착수를 판단하는 기준은 일관됩니다. 단순히 범행을 계획하거나 도구를 준비하는 수준을 넘어, 촬영이라는 결과를 향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가 개시됐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관련해 휴대전화로 피해자를 촬영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습니다.
촬영대상을 특정하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 초점을 맞추는 등 영상정보의 입력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가 개시되었다면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부산지방법원 2020. 12. 23. 선고 2019노3990 판결).
이 기준을 화장실에 몰래 설치해 두는 방식에 대입하면, 카메라의 전원이 켜져 있고 촬영 구도까지 맞춰진 상태로 이용객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미 촬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가 개시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전원이 꺼져 있거나 각도를 맞추지 못한 채 부착 작업 도중 발각된 경우라면 아직 예비 단계에 머물렀다고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카메라가 촬영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는지가, 미수와 예비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입니다.
3. 화장실이라는 장소의 특성이 실행의 착수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공간이라, 설치 시점과 발각 시점 사이의 간극이 특히 넓습니다.
화장실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라, 특정한 피해자를 정해 두고 촬영을 시도하는 다른 몰카 사건과 달리 카메라를 미리 설치해 두고 누가 들어오든 촬영되도록 대기시켜 두는 방식이 흔합니다. 이 경우 설치자가 특정 피해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도, 불특정 다수 중 누군가를 촬영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사만 인정되면 범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발각 경위도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청소 담당자나 시설 관리자가 순찰 중 발견한 경우, 다른 이용객이 이물질을 발견하고 신고한 경우, 경찰이 사전 첩보로 확인한 경우 등에 따라 발견 당시 카메라의 작동 상태와 저장매체 유무, 촬영 각도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지가 달라지고, 이는 곧 실행의 착수 여부를 다투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다만 화장실 칸에 들어가 카메라를 설치하는 행위 자체가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같은 특례법 제12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해 별도로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죄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와 보호법익이 다르므로, 촬영 관련 혐의와 별개로 또는 함께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설치와 발각 사이의 정황이,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지를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4. 처벌 수위는 기수냐 미수냐에 따라 달라지고, 신상정보 등록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형이 감경될 수는 있어도, 반드시 감경되거나 처벌을 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위반이 기수로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죄의 미수범은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기수범보다 형을 감경할 수 있지만, 이는 법원의 재량에 따른 임의적 감경일 뿐 반드시 감경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설치 정황이 계획적이었거나 유사한 전력이 있는 경우라면 미수라 하더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처벌 이후의 불이익도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특례법 제42조는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제15조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므로 미수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등록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되지 않습니다. 벌금형에 그치더라도 등록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5. 발각부터 재판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초기에 확보되는 증거가 실행의 착수 여부를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화장실 몰카 설치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시설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신고·현행범 체포 또는 인지수사 → ②피의자 조사 및 압수한 카메라·휴대전화 포렌식 → ③검찰(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기소 여부 결정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실행의 착수가 인정될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초기 수사 단계의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설치만 하고 촬영에 이르지 못한 상황을 의심받고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아래 순서로 정황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견 당시 카메라의 전원 상태, 촬영 각도, 저장매체에 남은 파일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카메라를 어느 시점에 설치했는지, 설치 과정에서 촬영을 개시할 만한 조작(전원 인가, 초점 조정 등)이 있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발각 경위(신고자, CCTV, 목격자 진술)와 그 내용이 실제 설치 상태와 일치하는지 대조합니다.
이렇게 정리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실행의 착수 여부를 다투거나, 불가피하다면 양형 단계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화장실에서 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사자 모두에게는 하루하루가 버거운 시간이 됩니다. “저장된 게 없으니 별일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카메라를 발견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촬영된 영상이 없다는 이유로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지만, 발견 당시의 상태를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 사진·영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이후 실행의 착수를 인정받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설치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도 “찍힌 게 없으니 무죄”라는 생각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으며, 발각 당시 카메라의 실제 작동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저는 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에서 피해를 당한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저장된 영상의 유무보다 발각 당시의 정황이 사건의 향방을 가르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실행의 착수 여부는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입니다. 지금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메라를 설치만 하고 전원을 켜지 않았어도 처벌되나요?
A. 전원이 켜지지 않아 촬영을 위한 구체적 행위로 나아가지 못했다면 예비 단계에 머물렀다고 볼 여지가 있고, 성폭력처벌법에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전원 상태와 설치 경위는 사안마다 다르게 평가됩니다.
Q.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발각되면 무조건 미수인가요?
A. 아닙니다. 촬영이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는지가 기준이므로, 각도를 맞추고 전원까지 켜 둔 상태였다면 미수로, 아직 부착 작업 중이었다면 예비로 평가될 수 있어 사안마다 다릅니다.
Q. 화장실 칸에 들어가 설치한 것 자체도 별도로 처벌받나요?
A. 성적 목적으로 화장실 등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한 사실이 인정되면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와 별개로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같은 특례법 제12조)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미수로 기소되면 형량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A. 형법상 미수범은 기수범보다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임의적 감경 대상일 뿐, 반드시 감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설치 정황이나 전력에 따라 미수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Q. 미수나 벌금형으로 끝나도 신상정보 등록이 되나요?
A. 신상정보 등록대상 조항은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를 포함하고 있어, 미수 유죄나 벌금형이라 하더라도 등록대상에서 자동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개별 사안에서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Q. 저장매체에 아무 파일도 없는데 카메라만 발견됐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저장된 파일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되지 않으므로, 발견 당시 전원 상태와 설치 시점을 감정적 대응보다 정황 정리로 접근하고 초기 조사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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