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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액 경감청구권 — 고의·중과실 없는 손해라면 생계를 이유로 감액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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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액 경감청구권 — 고의·중과실 없는 손해라면 생계를 이유로 감액받을 수 있다 

강대현 변호사

교통사고나 화재처럼 뜻하지 않게 벌어진 사고로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면, 그 배상액을 전부 감당할 수 있을지부터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를 끼쳤다면 원칙적으로 발생한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하지만, 민법은 예외적으로 배상의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법원에 배상액을 깎아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감청구권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해의 원인과 배상의무자의 생계 상황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고, 법원이 알아서 챙겨주지도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765조가 정한 배상액 경감청구권의 요건과 한계, 실제로 어떻게 주장해야 하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배상액 경감청구권이란 — 손해 전부를 배상하는 원칙의 예외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원칙적으로 그 손해 전부를 배상해야 합니다. 실수로 벌어진 사고라도 손해가 발생한 이상 가해자는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온전히 메워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며, 배상의무자의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배상 범위가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민법 제765조는 이 원칙에 대한 예외를 하나 두고 있습니다. 손해가 배상의무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 배상으로 인해 배상의무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라면 법원에 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문은 두 개 항으로 구성됩니다. 제1항은 경감청구가 가능한 요건, 즉 고의·중대한 과실이 아닐 것과 배상으로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정하고 있고, 제2항은 법원이 경감청구가 있을 때 채권자 및 채무자의 경제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참작해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요건을 갖췄다고 반드시 감액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경감 여부와 폭을 정하는 재량적 구제수단입니다.

민법 제765조는 손해 전부를 배상하는 원칙의 예외로, 고의·중과실이 아닌 손해로 배상의무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을 때만 법원에 배상액 경감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적용 범위 — 불법행위 책임에만 쓸 수 있다

제765조가 말하는 "본장의 규정에 의한 배상의무자"란 민법 제3편 채권 제5장 불법행위, 즉 제750조부터 제766조까지의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사람을 뜻합니다. 교통사고, 폭행, 실화(과실로 인한 화재), 명예훼손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매매계약을 어겨 발생한 손해배상, 공사대금이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처럼 계약 위반(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계약 내용대로 이행할 의무를 스스로 정한 것이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 생계가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배상액을 깎아달라고 할 근거가 민법에 따로 없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사례는 교통사고, 실화, 폭행치상처럼 우발적으로 벌어진 불법행위입니다. 특히 화재의 경우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있어 민법 제765조와 함께 논의되는데,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71318 판결은 개정 실화책임법이 손해배상액의 경감에 관한 특례 규정만 두고 있을 뿐 손해배상의무의 성립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즉 실화라 해서 배상책임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책임은 그대로 성립하되 경감청구를 통해 액수만 조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요건 —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어야 한다

경감청구의 첫 번째 관문은 손해가 배상의무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손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감행한 경우를 말하고, 중대한 과실은 통상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손해를 쉽게 피할 수 있었던 경우를 말합니다. 이 두 가지에 해당하면 배상의무자를 특별히 보호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 경감청구 자체가 처음부터 허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통상적인 부주의, 즉 경과실로 인한 손해라면 이 요건은 충족됩니다. 예를 들어 순간적으로 전방주시를 소홀히 해 일어난 교통사고, 담뱃불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한 화재처럼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수준의 부주의로 벌어진 사고가 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음주운전이나 신호위반을 반복하다 낸 사고, 화기 취급 수칙을 알면서도 무시한 화재처럼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심한 경우는 중과실로 평가되어 애초에 경감청구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두 번째 요건 — 배상으로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요건은 그 배상으로 인해 배상의무자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배상액이 부담스럽다거나 목돈이라 아쉽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면 생활 자체가 파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어야 합니다. 소득, 재산, 부양가족 유무, 기존 채무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법원이 이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조문이 "생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생계는 통상 자연인 개인의 생활을 전제로 한 개념이어서, 법인이 배상의무자인 경우에는 이 조항을 원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우발적인 사고로 감당하기 힘든 배상책임을 지게 된 개인을 구제하려는 취지의 조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 소득자료 —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사업소득 증빙 등

  • 재산목록 — 부동산·예금·차량 등 보유재산 현황

  • 부양가족 현황 — 피부양자 수·나이·소득 유무

  • 기존 채무 및 월 생활비 지출 내역

법원이 참작하는 요소 — 가해자 사정만 보지 않는다

제765조 제2항은 법원이 경감청구가 있을 때 채권자 및 채무자의 경제상태와 손해의 원인 등을 참작해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채권자는 손해를 입은 피해자, 채무자는 배상의무자를 가리킵니다. 즉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형편만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경제상태도 함께 살핍니다. 피해자 역시 그 사고로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라면, 가해자의 생계를 이유로 배상액을 깎아주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해의 원인도 참작 대상입니다. 사고 경위, 과실의 구체적인 정도, 예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경감 여부와 비율을 정합니다. 이 때문에 경과실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자동으로 일정 비율이 깎이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경감 폭이 달라지고 아예 경감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구는 어떻게 하는가 — 당사자가 직접 주장·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1962. 9. 20. 선고 62다428 판결은 배상액 감액을 받으려는 배상의무자가 민법 제765조에 규정된 사실을 스스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며, 당사자가 경감청구를 하지 않는 이상 법원에 별도의 석명의무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경감청구권은 법원이 알아서 검토해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소송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법원이 먼저 생계 형편을 물어봐 주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대개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가 항변으로 경감청구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때 앞서 말한 소득·재산·부양가족 자료와 함께, 사고가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단순한 부주의로 벌어졌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사고 경위서, 과실 정도를 보여주는 조사 자료 등)를 함께 제출해야 법원이 판단할 근거를 갖추게 됩니다.

경감 여부와 비율은 법원 재량 — 상급심에서 뒤집기 어렵다

대법원 2010다71318 판결은 "민법 제765조 내지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 소정의 손해배상액 경감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감 여부와 폭을 정하는 것은 사실심 법원의 재량이고, 그 판단이 형평에 현저히 어긋나지 않는 이상 상고심에서 다시 다투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경감청구는 1심에서부터 구체적이고 충실한 소명자료를 갖춰 주장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1심에서 경감이 인정되지 않았거나 낮은 비율만 인정된 뒤 항소심·상고심에서 이를 뒤집으려 하면, 재량적 판단이라는 벽에 부딪혀 성공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유의할 점 — 보험이 있다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교통사고처럼 책임보험이나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 손해배상금 상당 부분을 보험사가 지급하기 때문에 배상의무자 개인의 생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보험 한도를 넘는 초과손해나 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경감청구의 실익은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부분에 국한됩니다. 반면 무보험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 실화처럼 개인이 손해 전액을 직접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경감청구가 실질적인 구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예외적 구제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의 재량 폭이 넓고 요건도 엄격하게 심사되는 편이어서, 단지 배상액이 부담스럽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소송 초기부터 자신의 사고가 고의·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구체적인 생계 곤란 사정을 함께 준비해 주장하는 것이 실제로 감액을 받아낼 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상액 경감청구는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쓸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민법 제765조는 불법행위(민법 제750조~제766조)로 인한 배상의무자에게만 적용되고, 매매·도급·임대차 등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책임에서 배상액을 다투려면 손해배상액 예정 감액이나 과실상계 같은 다른 법리를 검토해야 합니다.

Q. 회사(법인)가 불법행위 배상책임을 질 때도 경감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조문이 정한 "생계"는 통상 자연인 개인의 생활을 전제로 한 개념이어서, 법인은 이 조항을 원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입니다. 법인이라면 배상액을 다투기 위해 손해의 발생·범위나 과실상계 같은 다른 쟁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경과실만 있으면 무조건 배상액이 깎이나요?

A. 아닙니다. 고의·중과실이 아니라는 요건과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고, 이를 갖췄더라도 법원이 채권자·채무자의 경제상태와 손해의 원인을 참작해 경감 여부와 비율을 재량으로 정합니다. 요건 충족이 곧 감액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Q. 소송 중에 별다른 주장을 안 했는데 법원이 알아서 배상액을 깎아줄 수 있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1962. 9. 20. 선고 62다428 판결은 경감청구권자가 요건 사실을 스스로 주장·증명해야 하고 법원에 석명의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송에서 항변으로 명확히 주장하고 소득·재산 등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Q. 1심에서 경감이 인정되지 않으면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수 있나요?

A. 다툴 수는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경감사유의 인정 여부와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재량사항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므로, 처음부터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충실히 갖춰 주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도 이 조항으로 감액받을 수 있나요?

A. 화재의 경우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별도의 경감 규정이 있어 민법 제765조와 함께 논의됩니다. 대법원 2010다71318 판결은 개정 실화책임법이 손해배상의무의 성립 자체를 제한하지 않고 경감에 관한 특례만 두고 있다고 밝혔으므로, 책임은 성립하되 액수를 조정받는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맺음말

불법행위로 손해를 끼쳤다면 그 손해를 전부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민법 제765조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없이 벌어진 사고로 생계마저 위태로워질 배상의무자를 위해 예외적인 구제 통로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 통로는 저절로 열리지 않습니다. 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배상의무자 스스로 주장하고 소득·재산·부양가족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하며, 그렇게 하더라도 경감 여부와 폭은 법원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경감 여부에 관한 판단은 사실심에서 사실상 확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송 초기 단계부터 사고의 경위와 자신의 경제상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수원지법을 비롯한 관할 법원에서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시라면, 자신의 사안이 경감청구 요건에 해당하는지부터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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