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나 사무실을 빌린 임차인이 인테리어·수리 공사를 맡기고 정작 대금을 치르지 못한 채 폐업하거나 잠적하면, 공사업자는 대금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공사로 건물 가치가 올라간 건 결국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인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사람은 임차인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상당수 공사업자가 "건물주도 이익을 얻었으니 직접 대금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이런 청구에는 전용물소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우리 판례와 통설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용물소권이 왜 인정되지 않는지, 그리고 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자가 실제로 밟을 수 있는 회수 경로는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전용물소권이란 — 계약 없는 제3자에게 이익 반환을 구하는 청구
전용물소권(轉用物訴權)은 로마법과 프랑스 민법의 악티오 데 인 렘 베르소(actio de in rem verso) 이론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제3자가 자신의 노무나 재산으로 얻은 이익을 직접 반환하라고 청구하는 권리를 가리킵니다. 공사대금 분쟁에서는 보통 세 사람이 얽힙니다. 공사를 맡긴 임차인(도급인), 실제로 공사를 시행한 공사업자(수급인), 그리고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임대인)입니다. 공사업자는 임차인과만 도급계약을 맺었을 뿐 건물주와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데도, 공사로 건물 가치가 올라간 결과를 두고 건물주에게 직접 대금을 청구하려는 것이 바로 전용물소권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상가에 500만원짜리 인테리어 공사를 맡기고 오픈 두 달 만에 폐업해버리면, 공사업자는 임차인에게 대금을 청구해도 받을 재산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이때 새로 단장된 인테리어 시설이 그대로 남은 건물을 보며 "건물주도 이익을 봤으니 나에게 직접 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이런 논리를 앞세운 청구는 소송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우리 민법에 전용물소권을 명문으로 인정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개념의 인정 여부를 두고 논의해 왔지만, 실무와 판례의 태도는 일관되게 부정적입니다. 계약관계가 없는 건물주를 상대로 곧바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려면 민법 제741조가 정한 부당이득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요건 심사 단계에서부터 전용물소권 주장은 대부분 벽에 부딪힙니다. 그 이유는 다음 항목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전용물소권은 계약관계 없는 제3자(건물주)에게 이익 반환을 구하는 주장이지만, 우리 민법에는 이를 인정하는 명문 규정이 없고 판례·통설도 부정적이다.
부당이득 요건에서부터 막히는 이유 — 민법 제741조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부당이득이 성립하려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었을 것,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것, 이익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까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전용물소권 주장이 걸리는 지점은 바로 '법률상 원인 없이'라는 첫 번째 요건입니다.
공사업자가 임차인과 맺은 도급계약에 따라 공사를 이행하고 그 대가로 대금채권을 취득한 것은, 임차인과의 계약이라는 명백한 법률상 원인에 기한 것입니다. 반면 건물주가 얻은 이익(건물 가치 상승)은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의 임대차계약 관계 안에서 발생한 결과로 취급됩니다. 공사업자의 손해(대금 미지급)와 건물주의 이익(가치 상승)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그 중간에 낀 임차인과의 계약관계를 통째로 건너뛰어야 하는데, 판례는 이런 식으로 계약관계를 건너뛰어 손해와 이득을 직접 연결하는 구성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법률상 원인 없이 — 공사업자의 대금채권은 임차인과의 도급계약이라는 법률상 원인에 근거해 발생.
이익과 손해의 인과관계 — 건물주의 이익은 임대차계약 관계 안에서 평가되어 공사업자의 손해와 직접 연결되지 않음.
계약관계의 개입 — 임차인이라는 계약 당사자가 중간에 있는 이상, 그 계약관계를 무시하고 곧바로 제3자에게 청구할 근거가 없음.
판례가 전용물소권을 부정하는 세 가지 이유
부정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계약관계의 상대성 원칙입니다. 계약은 원칙적으로 그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제3자에게 계약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공사업자가 건물주에게 직접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 계약을 맺지도 않은 사람에게 계약상 위험(상대방의 무자력 위험)을 그대로 떠넘기는 결과가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임차인의 항변권이 무력화된다는 점입니다. 임차인은 공사업자를 상대로 공사 하자, 기성고 미달, 이미 지급한 금액과의 상계 등 다양한 항변 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업자가 건물주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다면, 임차인이 가진 이런 항변 사유와 무관하게 건물주가 대금을 물어줘야 하는 이상한 결과가 생깁니다. 계약관계에 있지도 않은 건물주가 임차인의 항변조차 대신 주장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성입니다. 전용물소권을 폭넓게 인정하면, 다수당사자가 얽힌 거래에서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직접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무한정 확장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판례는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도급인·수급인·소유자가 얽힌 전용물소권 유형의 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확립해 왔습니다.
전용물소권을 인정하면 계약관계 없는 건물주가 임차인의 항변권조차 대신 주장하지 못한 채 계약상 위험을 떠안는 결과가 되므로, 판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건물주가 이익을 본 건 맞는데 왜 못 받나 — 흔한 오해
공사업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건물 가치가 올랐고, 다음 세입자를 들일 때 그만큼 유리해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익을 봤다'는 사실과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봤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건물주가 얻은 이익은 임대차계약이라는 법률관계 위에서 발생한 것이고, 그 계약 안에서 유익비 상환 등 별도의 정산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공사업자가 이 정산 구조를 건너뛰고 건물주에게 곧바로 청구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결론입니다.
가령 임차인이 3천만원짜리 냉난방 설비 공사를 맡기고 잠적한 사안에서, 공사업자가 건물주를 상대로 곧바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재판 실무입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통해 이미 유익비 상환이라는 방식으로 정산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공사업자에게까지 별도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이중지급의 위험까지 떠안게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임차인·공사업자·건물주 세 사람이 처음부터 "공사대금은 건물주가 직접 지급한다"고 서면으로 합의했다면, 이는 전용물소권이 아니라 별도의 계약(병존적 채무인수 또는 이행인수)에 근거한 청구가 됩니다. 이 경우에는 건물주가 계약 당사자로 편입된 것이므로 직접 청구가 가능합니다. 구별 기준은 분명합니다. 계약 없이 이익만을 근거로 청구하면 전용물소권이라 인정되지 않지만, 명시적 합의로 건물주가 지급의무를 스스로 인수했다면 그 합의 자체가 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방법① — 임차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행사
건물주를 상대로 한 직접 청구가 막혀 있어도, 공사업자에게는 여전히 임차인에 대한 도급계약상 공사대금채권(민법 제664조)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내용증명으로 미지급 대금과 지급기한을 명확히 통지하고, 임차인이 응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으로 채무명의를 확보해야 합니다. 소송 전이라도 임차인 명의의 예금, 매출채권,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등 재산이 파악되면 가압류부터 걸어 두는 것이 회수 가능성을 높입니다.
특히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맡겨둔 경우, 그 보증금반환채권 자체를 압류·추심하는 방법도 유효합니다. 다만 임대차 종료 전에는 보증금반환채권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압류의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임대차 종료 시점과 채권 확정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아직 폐업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면, 그 사업장의 매출채권이나 카드매출대금을 가압류하는 방식으로 회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반면 임차인이 이미 폐업하고 재산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설명할 유익비상환청구권 대위행사나 유치권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방법② — 임차인의 유익비상환청구권 대위행사
민법 제626조 제2항은 임차인이 임차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출한 비용(유익비)에 대해, 임대차 종료 시 그 가액 증가가 남아 있으면 임대인의 선택에 따라 지출금액이나 증가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임차인이 공사업자에게 맡긴 공사가 이 유익비에 해당한다면, 임차인은 건물주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권리를 갖습니다.
공사업자는 임차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삼아, 민법 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해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갖는 이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사대금채권은 금전채권이므로, 대위권을 행사하려면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무자력 상태에 있다는 사정까지 함께 소명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폐업했거나 다른 재산이 없어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일수록 이 방법이 실효성을 갖습니다.
피보전채권 — 공사업자가 임차인에 대해 갖는 공사대금채권.
대위할 권리 — 임차인이 건물주에 대해 갖는 유익비상환청구권(민법 제626조 제2항).
추가 확인 사항 — 임차인의 무자력, 임차인의 권리 불행사, 임대차 종료 및 가치 증가 현존 여부.
실제로 쓸 수 있는 방법③ — 유치권으로 사실상 우선권 확보
민법 제320조는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에 관해 생긴 채권의 변제기가 지났는데도 변제받지 못했다면, 변제받을 때까지 그 물건을 유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공사대금채권은 건물 자체에 관해 생긴 채권이므로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있습니다. 공사업자가 공사를 마친 뒤 건물(또는 공사 부분)의 점유를 넘기지 않고 붙들고 있다면, 대금을 받을 때까지 사실상 건물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유치권은 '점유'가 핵심 요건입니다. 공사업자가 이미 건물을 임차인이나 건물주에게 인도해 버렸다면 유치권은 소멸하고, 그 뒤에는 되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임차인을 통한 간접점유로도 유치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다툼의 소지가 크므로, 대금 완납 전까지는 점유 이전에 신중해야 합니다.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는 건물주와 임차인 양쪽에 서면으로 명확히 통지해 두는 것이 나중의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유치권은 대금 전액을 받아야만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일부만 지급받았다고 해서 섣불리 점유를 풀어주면 나머지 금액에 대한 유치권까지 함께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계약 전 예방책 — 건물주 직접지급 합의를 서면으로 남기는 방법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건물주를 계약 관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임차인·공사업자·건물주 세 사람이 함께 "공사대금 미지급 시 건물주가 직접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두면, 이는 더 이상 전용물소권 문제가 아니라 건물주 스스로 부담한 계약상 채무가 됩니다.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나 원상복구 의무가 큰 상가 공사일수록 이런 합의를 미리 받아두는 실익이 큽니다.
합의가 어렵다면 최소한 건물주에게 공사 진행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 두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유치권이나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때 유리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 착공 전 견적서·계약서, 공사 중 사진과 기성고 확인 자료, 완공 후 인수인계 서류를 빠짐없이 남겨두면 임차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든 대위행사든 입증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용물소권이 아예 법에 정해진 제도인가요?
A. 아닙니다. 로마법·프랑스 민법 이론에서 유래한 학설상 개념일 뿐, 우리 민법에는 이를 명문으로 인정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판례도 계약관계 없는 제3자에 대한 이런 형태의 청구를 독자적인 권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Q. 건물주와 계약한 것도 아닌데 왜 임차인에게만 청구해야 하나요?
A. 계약은 그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건물주에 대한 직접 청구를 인정하면 임차인이 가진 항변 사유가 무력화되고, 계약을 맺지도 않은 건물주에게 계약상 위험이 전가되는 결과가 됩니다.
Q. 임차인이 무자력이면 방법이 없나요?
A. 유치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다면 점유를 통해 사실상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고, 임차인이 무자력이라는 사정은 오히려 채권자대위권으로 유익비상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하기 위한 요건 충족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각 방법마다 요건 소명이 필요합니다.
Q. 건물주가 구두로 "공사비는 내가 줄게"라고 했다면 청구할 수 있나요?
A. 구두 합의라도 병존적 채무인수나 이행인수로 인정되면 직접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두 약정은 나중에 입증이 어려우므로, 가능하다면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Q. 유치권을 행사하면 임차인에게 건물을 계속 안 돌려줘도 되나요?
A. 대금을 받을 때까지 점유를 유지해야 유치권이 지속되지만, 이는 임대차계약상 반환 의무와는 별개의 문제여서 건물주·임차인과의 명도 분쟁이 함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 행사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그 정당성 자체가 다투어질 수도 있습니다.
Q. 공사대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폐업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폐업 후에도 임차인 개인 명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여기에 유익비상환청구권의 대위행사, 유치권 행사를 함께 검토해 회수 가능성이 있는 경로를 모두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전용물소권은 "이익을 본 사람이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느냐"는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하지만, 계약관계의 상대성과 항변권 보호라는 민법의 기본원리 앞에서 우리 판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건물주를 상대로 한 직접 청구가 막혀 있다고 해서 공사대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차인에 대한 채권 행사, 유익비상환청구권의 대위행사, 유치권이라는 세 갈래 경로를 상황에 맞게 조합하면 회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광교처럼 상가 인테리어 공사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임차인의 폐업이나 계약 해지로 공사대금 분쟁이 불거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 건물주의 직접지급 합의를 받아두거나,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초기 단계부터 점유와 서류를 정리해 두는 것이 분쟁이 커지기 전에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비책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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