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PT(퍼스널트레이닝)를 받다가 트레이너의 신체 접촉 때문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상담이 늘고 있습니다. 정작 트레이너 쪽은 "자세를 교정하려고 만졌을 뿐"이라거나 "다치지 않게 잡아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형사 절차에서는 이 "지도 목적이었다"는 해명이 무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접촉의 부위·방식·경위를 객관적으로 따지는 범죄여서, 행위자 본인이 어떤 의도였는지는 판단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PT 중 신체 접촉이 왜 강제추행죄로 문제 되는지, 그리고 "지도 목적"이라는 항변이 왜 통하지 않는지를 법리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PT 지도 중 신체 접촉이 왜 형사 문제가 되는가 — 강제추행죄의 구조
PT 도중 트레이너가 회원의 몸에 손을 대는 행위가 문제가 되면 대개 형법 제298조가 정한 강제추행죄가 검토됩니다. 조문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헬스장이라는 공간, PT라는 계약관계, 운동 지도라는 명분이 있다고 해서 이 조문의 적용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하나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은 강제추행죄가 비친고죄라는 점입니다. 2013년 성범죄 관련 친고죄 조항이 전부 폐지된 이후,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기관은 독자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합의만 하면 사건이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뿐 사건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PT 중 신체 접촉으로 문제가 불거지면, 트레이너는 흔히 "폭행이나 협박을 한 적이 없는데 왜 강제추행이냐"거나 "지도를 위해 만진 것뿐"이라고 항변합니다. 이 두 항변이 실무에서 왜 힘을 잃는지는 아래에서 각각 짚어보겠습니다.
이런 상담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회원이 지도 중 불쾌한 접촉을 겪고 곧바로 헬스장이나 경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통상적인 지도였다고 믿었던 트레이너가 뒤늦게 고소장을 받고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사건의 승패는 결국 접촉이 이루어진 구체적 장면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인 경우 — '기습추행' 법리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원칙적으로 폭행이나 협박이 추행행위에 선행하거나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은 여기에 중요한 유형을 하나 더 인정합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행위로 평가되는 경우, 즉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충분하고,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까지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를 PT 상황에 대입하면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트레이너가 회원의 몸에 손을 대는 행위 자체가, 그 부위와 방식에 따라 곧바로 '추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별도로 때리거나 겁을 준 사실을 따로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접촉이라는 하나의 동작 안에 폭행과 추행이 동시에 들어 있는 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리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는 항변은 애초에 쟁점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레이너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이 이것이지만, 기습추행형으로 평가되는 사안에서는 이 항변 자체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폭행·협박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접촉 행위 자체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는지로 옮겨갑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처음부터 접촉의 경위와 부위를 캐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습추행에서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이므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만 있으면 되고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가 없다.
'지도 목적이었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이유 — 추행의 객관적 판단기준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은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의 의미를 명확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이 판단에는 "행위자의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자세를 교정하려고 했다", "부상을 막으려고 잡아준 것"이라는 트레이너의 진술은 어디까지나 행위자 본인의 주관적 설명일 뿐, 법원이 추행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법원이 심사하는 것은 트레이너가 실제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접촉이 부위·방식·경위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는지입니다.
그래서 '지도 목적'이라는 해명은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될 여지는 있어도, 그 자체로 무죄를 만드는 항변이 되지는 못합니다. 트레이너 본인이 진심으로 순수한 지도 의도였다고 믿었더라도, 접촉이 불필요하게 민감한 부위에 이르렀거나 방식이 통상적인 지도 범위를 벗어났다면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사·재판 단계에서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진술만으로 혐의를 벗을 수 있다고 기대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판단 기준
대법원은 추행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하도록 요구합니다. PT 상황에 맞춰 이 기준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실제 판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접촉 부위 — 가슴·엉덩이·허벅지 안쪽처럼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인지, 어깨·팔·등처럼 통상적 자세교정 범위인지.
접촉의 필요성 — 해당 운동 동작을 지도·보조하기 위해 실제로 손을 대야 했는지, 없어도 지도가 충분히 가능했는지.
접촉 방식 — 순간적이고 부득이한 방식이었는지, 필요 이상으로 오래 머무르거나 은밀하게 이루어졌는지.
사전 설명·동의 — "자세를 봐드리겠습니다"처럼 접촉 전에 예고하고 동의를 구했는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반복성·전후 정황 — 특정 회원에게만 반복됐는지, 접촉을 전후해 성적인 언동이나 사적인 접근이 있었는지.
법원은 트레이너의 의도가 아니라 접촉의 부위·필요성·방식·사전동의·반복성이라는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추행 여부를 판단한다.
다만 이 요소들은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합격선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정황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접촉이 단 한 차례에 그쳤더라도 부위가 지나치게 민감하고 필요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강제추행이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여러 차례 접촉이 있었더라도 매번 통상적 지도 범위 안에서 이루어졌다면 죄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사안마다 위 요소들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통상적 지도행위와 추행의 경계 — 구체적 적용 사례
같은 '신체 접촉'이라도 구체적인 장면에 따라 평가는 크게 달라집니다. 스쿼트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등 뒤에서 골반 위치를 짧게 짚어주거나, 어깨 정렬을 봐주며 팔을 살짝 눌러주는 정도는 통상적인 지도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반면 데드리프트나 스트레칭을 지도한다면서 허벅지 안쪽이나 가슴 부위를 손으로 감싸듯 만지거나, 필요한 부위를 넘어 다른 신체 부위까지 접촉이 이어진다면 평가는 전혀 달라집니다.
벤치프레스에서 바벨이 떨어지지 않도록 팔을 받쳐주는 이른바 '스포팅'처럼, 안전을 위해 관행적으로 필요한 접촉은 통상적 지도행위로 인정받을 여지가 큽니다. 반면 손으로 잡아주지 않아도 충분히 지도가 가능한 동작에서 굳이 신체를 만지거나, 지도와 무관한 부위까지 접촉이 확장되면 통상적 지도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기 쉽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지도였다'는 해명이 받아들여지는 사례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례를 가르는 경계선입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런 개별 동작이 그 운동을 지도하는 데 필요했는지, 통상적인 지도 방식과 부합했는지를 두고 다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PT 프로그램의 통상적 지도법이나 업계에서 통용되는 교정·보조 방식에 관한 자료, 동료 트레이너의 지도 방식, 사전에 작성된 수업 계획 등이 증거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성 회원을 지도할 때는 이 경계가 더 예민하게 작용합니다. 남성 회원을 지도해 온 관행 그대로 여성 회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촉했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회원의 성별, 그 회원과의 이전 관계, 접촉 당시의 주변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처음 지도하는 회원일수록 접촉이 필요한 동작에서는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갖추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헬스장·트레이너에게 남는 형사·행정 리스크
강제추행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그치지 않는 부담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등록대상 성범죄에 해당해, 벌금형을 포함해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적인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벌금 몇백만 원을 내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남습니다. 피해 회원이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민사소송에서도 불리한 증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헬스장 운영자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위탁계약이나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사유가 될 수 있어, 트레이너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 자격을 유지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자격단체나 스포츠 관련 협회는 성범죄 관련 유죄 확정을 자격 취소나 정지 사유로 두고 있고, 헬스장 채용 과정에서 성범죄 경력 확인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한 번의 판단 착오가 형사처벌을 넘어 이후의 경력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PT 지도 중 신체 접촉은 결코 사소하게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신고 이후 절차와 대응 방향
PT 중 신체 접촉을 이유로 고소가 이루어지면 통상 경찰 조사, 검찰 송치, 기소 여부 결정의 순서로 절차가 진행됩니다. 앞서 본 것처럼 강제추행죄는 비친고죄이므로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수사·기소가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기소 여부나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도 목적의 정당한 접촉이었다면, "지도였다"는 취지의 진술만 반복하기보다 그 접촉이 어떤 동작을 위해, 왜 필요했는지를 구체적 정황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입니다. 수업 계획이나 지도 매뉴얼, CCTV, 이전 세션 기록, 동료 트레이너의 통상적 지도 방식 등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통상적 지도 범위를 넘어선 접촉이 있었다면, 사실관계를 무리하게 다투기보다 조기에 재발 방지 조치와 함께 사안을 정리하는 편이 양형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안마다 접촉이 이루어진 구체적 경위와 남아 있는 증거가 다르므로, 고소나 수사가 개시된 초기 단계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트레이너가 순간적으로 스치듯 닿은 것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부위와 정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됩니다. 통상적인 지도 동작 중 부득이하게 짧게 스친 정도라면 추행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지만, 민감한 부위에 닿았거나 유사한 접촉이 반복됐다면 강제추행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접촉 시간이 짧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혐의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회원이 먼저 접촉을 허락했다면 문제 되지 않나요?
A. 동의의 범위가 핵심입니다. 자세 교정을 위한 통상적 접촉에 동의한 것과, 그 범위를 벗어난 접촉에 동의한 것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동의받은 범위를 넘어선 접촉이 있었다면 여전히 강제추행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CCTV가 없는 헬스장이라면 입증이 어렵지 않나요?
A. CCTV가 없어도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사건 직후의 문자메시지나 대화 내용, 동료 회원이나 트레이너의 목격 진술 등으로 사실관계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CCTV 부재가 곧 무혐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다른 정황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Q.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강제추행죄는 비친고죄여서 합의만으로 사건 자체가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는 기소 여부 판단이나 양형에서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합의 시점과 태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여부까지 함께 살펴 정상 참작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벌금형으로 끝나면 전과나 다른 불이익은 없나요?
A. 벌금형도 형사처벌로서 전과기록에 남고, 등록대상 성범죄에 해당해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적인 조치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벌금형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Q. 실제로는 정당한 지도였는데 고소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접촉의 필요성과 방식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을 초기에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업 계획, 지도 방식에 관한 자료, CCTV, 이전 세션 기록 등을 확보하고, 초기 진술 단계부터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맺음말
PT 지도 중 신체 접촉 문제는 단순히 "만졌다, 안 만졌다"를 다투는 문제가 아니라, 그 접촉이 통상적 지도 범위 안에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따지는 문제입니다. "지도 목적이었다"는 말은 트레이너 본인의 설명일 뿐이고, 법원이 실제로 살피는 것은 접촉의 부위·방식·필요성·경위 같은 객관적 정황입니다. 트레이너가 아무리 순수한 의도였다고 항변해도, 그 접촉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면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습추행 법리와 추행의 객관적 판단기준이라는 두 갈래 법리 때문에, 별도의 폭행·협박을 증명하지 않아도, 그리고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해도 강제추행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수원·안산 등 헬스장이 밀집한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이런 유형의 상담과 사건이 드물지 않게 접수되는 만큼, 지도 방식과 접촉 범위를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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