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나 정글주스, 파퍼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흡입제를 사거나 들여왔다가 세관과 경찰에서 연락을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인용품점이나 해외 사이트에서 버젓이 파는 물건이라 마약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이 유형은 다른 마약 사건과 결이 다릅니다. 대법원이 이 물질을 두고 무죄를 유지한 판결이 여러 건 있습니다.
이 계열의 주성분인 알킬 니트리트는 판결문에 이소부틸 나이트라이트로 적히고, 현재 2군 임시마약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임시마약류는 정식 마약류로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오남용 우려가 커서 긴급히 마약류에 준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 물질을 식약처장이 지정하는 제도입니다(마약류관리법 제5조의2). 한 달 이상 예고한 뒤 3년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지정하고, 기간이 끝나기 전에 다시 예고해 재지정할 수 있습니다.
형은 행위 유형에 따라 갈립니다. 2군 임시마약류를 제조하거나 수출입한 경우, 그럴 목적으로 소지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이고, 사고팔거나 소지·사용·투약·보관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해외에서 주문해 들여온 행위는 소지가 아니라 수입으로 평가됩니다. 캄보디아에서 러쉬 34병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들여오다 인천공항 세관에서 적발된 사건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무죄는 물질이 아니라 조문 구조 때문에 나왔습니다. 지정 당시의 법은 임시향정신성의약품에 별도의 벌칙을 두지 않고 정식 향정신성의약품 규정을 끌어다 쓰는 구조였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문언대로 적용하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아, 그 물질이 실제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고 심한 의존성이나 오남용 위험을 갖췄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중한 처벌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제한해석했습니다. 그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수입과 소지, 사용은 물론 매매와 매매목적 소지까지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그 논리를 지금 법에 그대로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임시마약류를 1군과 2군으로 나누고 군별 벌칙을 따로 둔 뒤로는, 정식 향정 조항을 빌려 쓰던 구조에서 나온 제한해석이 그대로 들어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 무죄 판결보다 먼저 볼 것은 감정서에 적힌 물질명과 행위 시점의 지정 상태입니다. 예고 기간이었는지 지정 기간이었는지, 그 성분이 공고 목록에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몰랐다는 항변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러쉬가 정상적인 약국이나 병원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 코로 흡입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약물이라고 알고 있었고 판매가 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사정으로 미필적 인식을 인정해 항변을 배척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무죄가 난 사건들도 몰라서가 아니라 중하게 처벌할 실질 요건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경우에는 세관 문제가 따로 붙습니다.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들여오면 관세법상 밀수입이 되고, 상용 물품을 자가 사용 물품인 것처럼 간이통관으로 들여온 경우도 마찬가지로 평가됩니다. 이 유형은 무죄를 다툴 여지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마약 사건이지만, 그 여지는 물질과 시점이 정확히 맞아떨어져야 열립니다. 연락을 받은 상태라면 주문과 결제, 배송 내역을 시간 순서로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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