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게 불이 옆 상가까지 태웠다면 배상액을 줄일 수 있을까요
내 가게 불이 옆 상가까지 태웠다면 배상액을 줄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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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건축/부동산 일반

내 가게 불이 옆 상가까지 태웠다면 배상액을 줄일 수 있을까요 

김강희 변호사


내 가게 불이 옆 상가까지 태웠다면 배상액을 줄일 수 있을까요


사건 개요


작은 상가를 운영하던 분들이 화재 사고 이후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방 조리기구에서, 혹은 오래된 전기배선에서 시작된 불이 삽시간에 번져 자신의 가게뿐 아니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 상가까지 태워 버린 상황입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서의 화재조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옆 상가 주인으로부터 인테리어 비용과 영업 손실을 합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서가 날아듭니다. 여기에 더해 경찰에서 실화 경위를 확인하겠다는 연락까지 받으면, 당사자는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이라는 두 가지 압박을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대개 비슷합니다. "일부러 낸 불도 아니고, 저도 가게가 다 타서 피해자인데 왜 옆집 손해까지 전부 물어줘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실화, 즉 과실로 발생한 화재는 고의로 불을 낸 방화와는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다만 다르게 취급된다는 것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데에 이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화로 옆 상가에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책임 자체는 인정됩니다. 다만 그 실화가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면, 법원에 손해배상액을 낮춰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장치를 실제로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물어야 할 금액은 크게 달라집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은 형사와 민사, 두 갈래에서 동시에 다투어집니다. 형사 쪽에서는 형법 제170조(실화)가 문제됩니다. 이 조문은 과실로 타인 소유의 건조물 등을 불태운 경우(제1항), 그리고 자기 소유의 물건이라도 불태워 공공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제2항)를 각각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여기서 갈리는 첫 번째 지점은 과실의 정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이고, 이는 처벌의 경중뿐 아니라 뒤에서 볼 민사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민사 쪽에서는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이 핵심입니다. 과거에는 경과실로 인한 실화라면 아예 배상책임 자체를 면제해 주는 구조였지만, 이 조항이 화재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2007헌가9) 이후 법이 2009년 전부 개정되었습니다. 현행법은 면책이 아니라 손해배상액의 경감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즉 실화자는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되, 실화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법원에 배상액을 깎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같은 법 제3조 제1항). 그리고 이 특례는 발화 지점의 손해뿐 아니라, 그 불이 옆으로 번져 나간 연소 부분의 손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같은 법 제2조).

결국 이 사건의 승패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화재의 원인이 된 과실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밝혀내는가. 둘째, 법이 정한 경감 고려 사정들을 얼마나 구체적인 자료로 채워 재판부를 움직이는가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중대한 과실이 아니다'라는 전제부터 확정짓기


실화책임법상 경감청구는 실화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만 문을 열어 줍니다. 그래서 이 사건 대응의 출발점은 형사 절차와 민사 절차 모두에서 '이 화재가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관계를 먼저 확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접근합니다.

1) 소방 화재조사 결과와 발화 원인을 객관적 자료로 확보합니다.

중대한 과실인지 아닌지는 당사자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발화 경위로 판가름 납니다. 소방서가 작성하는 화재현장조사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현장 사진과 CCTV 영상을 초기에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특히 발화 원인이 노후 배선의 절연 열화나 예상하기 어려운 기기 결함처럼 통상적인 주의만으로는 미리 알아채기 어려웠던 요인이었다면, 그 사실 자체가 중과실을 부정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2) 판례가 정립해 온 '중대한 과실'의 기준에 사실관계를 대입합니다.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을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더라도 손쉽게 결과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만연히 간과한,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결여 상태"로 좁게 정의해 왔습니다(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다22887 판결 등). 화재 당시 조리기구를 켜 둔 채 잠시 자리를 비웠거나 배선 점검을 소홀히 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수준으로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간극을 구체적 정황—당시 취했던 안전조치, 평소 관리 이력, 화재 발생까지 걸린 시간—으로 메워 중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3) 형사 절차에서의 과실 평가를 민사 경감청구의 토대로 연결합니다.

형법 제170조 위반 여부를 다투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확보되는 과실 평가 자료는 그대로 민사 사건의 경감청구 근거로 이어집니다. 벌금이 낮게 확정되거나 과실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취지로 처분이 이루어지면, 이는 민사 재판부에도 '중대한 과실이 아니다'라는 판단의 유력한 정황이 됩니다. 그래서 두 절차를 따로 떼어 대응하지 않고, 처음부터 형사와 민사를 한 흐름으로 놓고 준비하는 것이 실제 결과에서 차이를 만듭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경감 고려 사정을 항목별로 채워 배상액 규모를 실제로 낮추기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는 전제가 확보되면, 그다음은 실화책임법 제3조 제2항이 열거한 사정들을 하나씩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하는 단계입니다. 법원은 이 사정들을 고려해 배상액을 재량으로 경감할 수 있지만, 그 재량은 저절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이 단계를 다음과 같이 구성합니다.

1) 화재의 원인·규모와 연소·피해확대의 원인을 도면과 자료로 재구성합니다.

법이 정한 첫 번째, 세 번째 고려 사정은 화재의 원인과 규모, 그리고 연소 및 피해확대의 원인입니다. 발화 지점이 어디였는지, 두 상가 사이의 벽체나 방화 구획이 어떤 구조였는지, 화재가 옆 상가까지 번지는 데 영향을 준 건물 자체의 구조적 요인(노후 시설, 방화시설 미비 등)이 있었는지를 도면과 관리대장으로 정리합니다. 피해 확대에 건물 구조나 옆 상가 측의 관리 소홀 같은 다른 원인이 겹쳐 있었다면, 그 사정 역시 경감의 근거가 됩니다.

2)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해 실제로 취한 조치를 시간순으로 남깁니다.

네 번째 고려 사정인 '피해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실화자의 노력'은 사고 이후의 행동으로 증명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화재 인지 시각, 119 신고 시각, 소화기나 옥내소화전을 사용한 자체 진화 시도, 옆 상가 관계자에게 대피와 위험을 알린 정황을 문자메시지·목격자 진술·소방 출동기록으로 남겨 둡니다. 이런 자료는 실화자가 결과를 방치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어, 경감 폭을 넓히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합니다.

3) 쌍방의 경제 상태와 청구액의 산정 근거를 함께 다툽니다.

다섯 번째 고려 사정은 배상의무자와 피해자 각각의 경제적 상태입니다. 자영업자인 실화자의 재산 상태, 화재로 본인 가게까지 소실되어 이미 입은 손해 규모를 함께 제시하면, 일방적으로 피해자 측 손해만 부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옆 상가가 제시하는 인테리어 비용·영업손실 산정 근거(견적서, 매출 자료)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감가상각과 실제 손해 범위에 맞추어 항목별로 다투는 작업을 병행해야 최종 인용 금액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결론


실화로 옆 상가까지 피해를 입힌 경우, "고의가 아니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결과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겁을 먹고 상대가 요구하는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중대한 과실이 아닌 실화자에게 배상액을 다툴 수 있는 명확한 법적 통로를 열어 두고 있습니다.

그 통로를 실제로 통과하려면 화재 초기의 객관적 자료 확보와, 형사·민사를 아우르는 일관된 대응이 필요합니다. 지금 화재조사나 손해배상 청구서를 받아 든 상황이라면, 무엇을 먼저 확보하고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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