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동석 변호사입니다.
군 복무를 하다 보면 부당한 지시나 답답한 상황에 직면하여, 동료들 앞에서 무심코 상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거나 험담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단순한 불만 표출이나 홧김에 내뱉은 한마디로도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로 기소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는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한순간의 실수로 전과자가 되거나 직업군인의 경우 군복을 벗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무려 26년간 유지되어 온 상관모욕죄에 관한 기존 해석을 뒤집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아래에서는 상관모욕죄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 변경과 이에 따른 상관모욕죄의 성립 기준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건의 배경
사건은 해군 소속 함정에서 전탐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피고인은 2019년 10월경 인천 인근 해상에서 기지로 입항 중이던 함정 조타실에서 상관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기관권고를 하였으나, 상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화가 났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하사 등 3인이 듣고 있는 가운데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듣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착용하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 책상에 집어 던졌고, 이를 이유로 상관모욕죄로 기소되었습니다.
종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하기만 하면 군형법상 상관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1심과 2심은 피고인의 행동이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옮겨갔습니다.
2. 대법원의 판례 변경: 공연히 vs 공연한 방법
대법원은 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형법의 모욕죄에서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 반면, 군형법의 상관모욕죄에서는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군형법 제64조(상관 모욕 등)
①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② 문서, 도화(圖畵) 또는 우상(偶像)을 공시(公示)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公然)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③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④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이 때, 대법원은 위 "공연히"와 "공연한 방법"이라는 문언의 차이를 지적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공연히는 단순히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공연한 방법은 그 수단과 방식 자체가 공연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는 단순히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모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고, 그 공연성의 정도가 반드시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을 하는 방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801 판결)
[변경 대법원 판례]
군형법 제64조 제2항의 문언 내용과 규정 체계, 입법형식, 입법목적과 보호법익,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처벌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군형법 제64조 제2항 상관모욕죄는 단순히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에 해당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6. 7. 22. 선고 2022도5937 판결).
대법원은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하는 것 또는 이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형벌법규는 죄형법정주의에 기초하여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점, 예시조항이라는 법규정의 형식에 맞게 해석하여야 하는 점, 군의 특수성과 보호법익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점, 법질서 전체와 조화를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점 및 처벌의 균형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3. 상관모욕죄의 성립 기준
이처럼 이번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비추어 보면, 향후 상관모욕죄의 성립 여부는 단순히 몇 명이 들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표현했느냐가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가상공간에서 텍스트나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등 복제가능성과 보존가능성을 갖춘 방법은 문서, 도화의 공시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연한 방법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영내 생활관, 휴게실, 흡연장 등에서 동기 또는 동료들과 사적인 대화를 하다가 상관에 대해 욕설이나 험담을 하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위 사건처럼 우발적, 충동적, 단발적으로 내뱉은 불만 표출의 표현도 공연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례 변경이 군대 내 상관에 대한 뒷담화 등에 대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연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공연히 상관을 모욕하는 경우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고, 상관의 면전에서 상관을 모욕한 경우에는 군형법상 상관면전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징계처분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군형법 제64조(상관 모욕 등)
①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지금까지 상관모욕죄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 변경과 이에 따른 상관모욕죄의 성립 기준에 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군형사 사건은 형법이 적용되는지 또는 군형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방어의 방향과 절대적인 처벌 기준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이번 대법원의 판례 변경과 같이 사건의 초기부터 변론의 방향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상관모욕 등 군형법 위반 혐의로 조사나 수사, 재판을 앞두고 계신다면, 군 조직의 특수성과 징계, 수사 시스템에 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보유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언제나 의뢰인의 곁에서, 의뢰인이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