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에서 합의를 시도했지만 피해자가 강하게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 대안으로 형사공탁 제도를 활용하는 사건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의뢰인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피해자가 합의를 안 해주니, 법원에 돈만 맡겨두면 알아서 감형해줄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공탁부터 서두르십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에서는 “공탁했으니 참작해달라”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는데 일방적으로 돈만 맡겨둔 것 아니냐”는 반문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공탁 사실 자체만으로 감경인자를 인정해온 관행에 제동을 걸고,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별도로 따지도록 양형기준을 정비했습니다. 형사공탁이 감형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형사공탁이 실제로 감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최근 실무 흐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공탁 특례는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공탁할 수 있게 만든 제도입니다
사건번호와 법원이 지정한 명칭만으로 공탁이 가능해졌습니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수사기록·재판기록에서 피해자의 이름·주소·연락처 등 인적사항이 가려져 열람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종전 공탁 실무는 피공탁자, 즉 피해자의 성명·주소를 정확히 알아야 공탁소가 접수를 받아주는 구조였고, 그 결과 정작 합의·공탁으로 형사처벌을 완화받고자 하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 공탁 자체를 못 하는 모순이 반복됐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2(형사공탁의 특례)는, 형사사건의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에 한해 피공탁자의 성명·주소 대신 사건번호와 법원이 정한 피해자 특정 명칭만 기재해도 공탁을 받아주도록 했습니다. 공탁 사실을 피해자에게 알리는 공탁통지 역시 개별 송달 대신 법원 게시판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로 갈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공탁금을 실제로 찾아가려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발급한 증명서로 본인이 그 사건의 피해자임을 소명해야 합니다. 즉 이 특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지 않고도 공탁이라는 절차 자체를 밟을 수 있도록 열어준 제도이지, 피해자의 동의나 수령을 강제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형사공탁 특례는 피해자가 인적사항 제공을 거부하거나 연락 자체가 끊긴 상황에서도, 사건번호만으로 공탁이라는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제도입니다.
2. 다만 공탁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곧바로 감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공탁을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볼 수 있는지 별도로 심사합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할 사항으로 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와 함께 ‘범행 후의 정황’을 들고 있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이 범행 후의 정황 중 하나로 ‘실질적 피해 회복’을 감경인자로 두어 왔고, 실무에서는 합의뿐 아니라 형사공탁도 그 판단 요소로 다뤄져 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5년 8월, 전 범죄군에 걸쳐 있던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라는 문구에서 ‘공탁 포함’ 표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탁만 하면 곧바로 감경인자가 인정되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제는 공탁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동으로 참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공탁이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지를 법원이 별도로 심리해 판단하도록 기준이 바뀐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공탁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 피고인이 향후 그 돈을 되찾아갈 수 있는지(회수가능성), 공탁금이 실제 피해 규모에 비추어 적절한 수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실무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공탁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공탁이 실제로 피해를 회복시키는 데 얼마나 진지했는지가 심사 대상입니다.
3. 피해자의 거부 의사와 공탁금 회수 가능성도 함께 따져봅니다
거부 의사가 뚜렷할수록 법원은 진정성과 액수를 더 꼼꼼히 살핍니다.
최근 항소심 판결례를 보면,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 사안에서도 법원이 공탁 사실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되 제한적으로만 참작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광주고등법원은 2026년 6월 23일 상습준강간 등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위해 각각 수천만 원을 형사공탁한 점을 이유로 1심보다 형을 낮춘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부산고등법원 역시 유족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한 살인 사건에서 공탁 사실을 제한적으로 참작해 1심보다 감형한 사례가 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공통점은, 공탁만으로 형이 크게 깎인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재범 위험이 낮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공탁 금액이 상당한 수준이었던 점 등 다른 양형 요소와 함께 고려됐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는데도 공탁 금액이 형식적으로 적거나, 재판 막바지에 서둘러 공탁한 정황이 뚜렷하면 법원은 오히려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의 거부는 공탁의 효력을 원천적으로 없애지는 않지만, 그 거부 의사가 왜 나왔는지, 공탁 금액과 시점이 피해 회복 의지를 실제로 보여주는지를 법원이 함께 들여다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거부는 공탁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법원의 심사를 더 엄격하게 만드는 정황입니다.
4. 공탁은 형량 구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구간 안에서 감경 사유로 작동합니다
법정형 자체는 그대로이고, 공탁은 재판부의 재량 판단에 영향을 주는 사정입니다.
형사공탁은 죄명 자체의 법정형을 바꾸지 못합니다. 대신 형법 제53조가 정한 작량감경(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의 근거 사정으로 고려되거나, 집행유예 여부를 가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62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하는 경우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해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는 바로 이 판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정입니다. 공탁이 그대로 인정된다면 실형과 집행유예의 경계에 있는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요소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감경 사유 없이는 형이 크게 줄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탁을 준비할 때는 “일단 돈을 맡겨두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라는 접근보다, 그 사건의 다른 양형 요소(재범 여부, 피해 정도, 반성 태도 등)와 함께 전체 양형 전략 안에서 공탁의 시점과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공탁 전후로 준비해야 할 자료와 진행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사건번호 확정부터 재판부 제출까지, 순서를 놓치면 양형자료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형사공탁이 진행되는 일반적인 흐름은 ①경찰 수사 단계(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②사건이 검찰(수원지방검찰청)로 송치된 뒤에도 공탁 자체는 가능하며, ③공판이 진행 중인 법원(수원지방법원) 관할 공탁소에 사건번호와 법원이 지정한 피해자 특정 명칭을 기재해 공탁을 실행하고, ④공탁이 됐다는 증명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양형자료로 반영시킨 뒤 선고를 받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공탁을 실행하기 전, 다음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번호와 담당 수사기관·재판부가 정확히 확정되었는지 확인합니다.
피해 규모와 그동안의 합의 시도 경위를 정리해, 공탁 금액을 판단할 근거 자료를 확보합니다.
공탁 후에는 공탁서·공탁사실증명원 등 서류를 빠짐없이 재판부에 제출해 양형자료로 남깁니다.
이 순서를 놓치면 공탁을 실행하고도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양형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형사공탁 특례 실무와 양형기준 흐름을 함께 파악하고 있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사자들은 “이제 뭘 해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를 입고도 합의를 거부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공탁부터 해버리는 상황이 또 다른 압박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공탁이 감경인자로 인정되는지, 어떤 사정이 함께 고려되는지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합의를 거부당한 피고인 입장에서도 “공탁까지 했는데 왜 반영이 안 되느냐”는 답답함을 겪을 수 있는데, 최근 바뀐 양형기준 아래에서는 금액과 시점, 회수가능성까지 준비해야 실질적인 감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형사공탁을 준비하는 피고인 측과, 그 공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공탁이라도 준비 방식에 따라 재판부의 판단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한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일도, 공탁만 해두면 끝이라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가 계좌번호나 연락처를 전혀 알려주지 않는데도 공탁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2022년 12월 9일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2 형사공탁 특례에 따라, 피해자의 성명·주소 대신 사건번호와 법원이 지정한 피해자 특정 명칭만 기재해도 공탁이 접수됩니다.
Q. 공탁만 하면 무조건 집행유예나 감형을 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2025년 8월 대법원 양형위원회 결정 이후로는 공탁 사실만으로 자동 감경되지 않고, 피해자 의견과 회수가능성, 피해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실질적 피해 회복인지를 따집니다.
Q. 피해자가 공탁금을 끝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공탁이 의미가 없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수령 여부와 무관하게 공탁 자체는 유효하고, 실제로 유족이나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한 사건에서도 법원이 제한적으로 참작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수령 거부는 진정성 판단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공탁 금액은 얼마로 정해야 하나요?
A. 법으로 정해진 기준 금액은 없습니다. 피해 규모, 죄명, 통상적인 합의금 수준 등을 종합해 산정하되, 금액이 지나치게 적으면 형식적인 조치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Q. 항소심에서도 형사공탁을 새로 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실제로 최근 항소심(고등법원) 단계에서 이루어진 형사공탁이 감형 사유로 반영된 사례들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Q. 나중에 피해자와 합의가 되면 공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공탁 방식과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회수가능성 자체가 법원이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판단할 때 살펴보는 요소이므로, 공탁 전에 회수 조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변호사 없이 혼자 공탁 절차를 진행해도 되나요?
A. 절차 자체는 직접 진행할 수 있지만, 사건번호 기재 오류나 금액 산정, 재판부 제출 시점을 놓치면 양형자료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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