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합의를 변호사 없이 직접 시도하면 2차 가해가 되나요
성범죄 합의를 변호사 없이 직접 시도하면 2차 가해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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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합의를 변호사 없이 직접 시도하면 2차 가해가 되나요 

고준용 변호사

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의자나 그 가족이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 혹은 선임 후에도 답답한 마음에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에는 “진심으로 사과하면 마음이 풀리지 않겠냐”, “변호사를 끼면 오히려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직접 전화하거나 문자를 보낸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접촉은 피해자에게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사기관과 법원도 이를 진지한 반성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회유나 압박, 즉 2차 가해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들은 합의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그 합의가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를 엄격하게 살피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행위 자체가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실무에서 간과되는 부분입니다.

아래에서는 변호사 없이 직접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 어떤 경우에 2차 가해나 별도의 범죄로 평가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합의를 위한 직접 연락도 피해자 의사에 반하면 그 자체로 별도 범죄가 됩니다

사과의 의도였다는 항변은 접근·연락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지우지 못합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전화·문자·SNS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말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면 스토킹범죄로 처벌합니다.

피의자나 그 가족이 “합의하고 싶다”는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는 행위도, 피해자가 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반복된다면 이 구성요건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 측이 보낸 연락이라면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와 위협감은 일반적인 스토킹 사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즉 피해자가 나중에 마음이 풀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도, 접근·연락 행위 자체가 있었다면 수사와 처벌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과하려는 의도였다는 항변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한 접근·연락 행위 자체의 위법성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2. 수사기관과 법원은 직접 접촉을 회유·압박, 즉 2차 가해로 평가합니다

가해자 측의 직접 접촉은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라 압박의 신호로 읽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를 지원하고, 조사 과정에서 신뢰관계인 동석을 보장하는 등 피해자가 가해자 측과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절차를 여러 겹으로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 자체가 피해자와 가해자 측의 직접 접촉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무에서 피의자나 가족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요청하면, 수사기관은 이를 진술을 흔들거나 고소를 취하시키려는 시도로 보고 오히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사건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걸려오는 연락은 그 내용과 무관하게 위협으로 다가오기 쉽고, 이런 정황이 진술조서나 피해자 의견서에 그대로 남게 됩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나 그 가족을 상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는 취지의 말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압박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되어 협박죄나 강요죄보다 형이 무겁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는 수사·재판과 관련한 진술이나 고소를 이유로 한 보복 목적의 행위를 특별히 무겁게 다스리기 위한 조항입니다.

가해자 측의 직접 접촉은 사과의 진정성이 아니라, 압박과 회유의 신호로 읽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3. 압박이나 기망으로 얻은 합의서는 법원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서류상 합의서가 있어도, 그 경위가 석연치 않으면 양형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성범죄 양형기준은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사정으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들면서도, 이것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진지하게 이루어졌을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가해자 측이 직접 접촉해 심리적으로 압박한 끝에 받아낸 합의서는 이 전제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에서는 합의서에 서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경 사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합의에 이르게 된 경위, 즉 누가 먼저 연락했는지,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했음에도 계속됐는지, 금전 지급 조건이 협박에 가까운 방식으로 제시됐는지를 함께 살핍니다.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압박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 오히려 합의서가 감경 사유가 아니라 가해자의 진지한 반성이 없었다는 근거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급하게 얻어낸 합의는 문구도 허술한 경우가 많아, 추후 민사상 손해배상 범위나 형사공탁과의 관계에서도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경위가 석연치 않은 합의서는, 서명이 있어도 법원에서 진정한 반성의 근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4. 직접 접촉이 별건으로 처벌되면 원래 사건의 형량 위에 형이 더해집니다

스토킹·보복범죄로 별건 기소되면 두 사건의 형이 함께 문제됩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는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가중됩니다. 형법상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강요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는데, 보복 목적이 인정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이보다 형이 무겁게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래의 성범죄 혐의와 별개로 스토킹범죄나 협박·강요, 보복범죄 혐의가 추가되어 두 사건이 함께 기소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재판에서는 원래 사건의 죄질이 나쁘게 평가되는 것은 물론, 접근금지 등 수사기관이 정한 조건을 위반했다면 불구속 수사나 보석으로 진행되던 절차가 구속으로 전환될 위험도 커집니다.

즉 “빨리 합의해서 끝내려던” 시도가 오히려 사건을 두 배로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5. 합의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변호사가 대리해야 안전하고 효과가 있습니다

고소부터 재판까지, 합의도 그 절차 안에서 공식 채널로 진행해야 합니다.

성범죄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수사 개시 → ②피의자 조사 및 증거 수집 → ③검찰(수원 관내는 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합의 역시 이 절차 안에서, 피해자의 국선변호사나 담당 수사관·재판부를 통해 의사를 확인하며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2022년 12월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를 이용하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계좌를 알지 못해도 사건번호만으로 법원에 피해 회복을 위한 금원을 공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탁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절차인 만큼, 실무에서는 당사자 간 합의보다 감경의 폭이 작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일수록, 아래 순서로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1. 피해자 측에 국선변호사나 지원단체가 선임되어 있는지 담당 수사관을 통해 먼저 확인합니다.

  2. 합의 의사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연락하지 말고,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측 대리인에게 문서로 의사를 전달합니다.

  3. 합의가 어렵거나 연락 자체가 거부되는 경우, 형사공탁 등 대안 절차를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이 과정을 변호사 없이 스스로 판단해 진행하다가는, 사과하려던 의도와 무관하게 사건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는 “빨리, 어떻게든” 끝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조급함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사건을 정리하기는커녕 새로운 형사 문제를 하나 더 만들어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피해를 입은 쪽 입장에서는 사건이 진행되는 중에 걸려오는 연락 자체가 큰 두려움입니다. 그 연락이 어떤 경위와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가 향후 진술과 재판 과정에서 그대로 쟁점이 됩니다. 합의를 시도하는 쪽 입장에서도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는 마음과 별개로, 절차를 벗어난 접촉은 스스로를 더 불리한 위치에 세울 뿐입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합의를 진행해야 하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접촉의 방식 하나가 사건 전체의 결론을 바꾸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합의를 생각하고 있다면, 직접 연락하기 전이 상담이 가장 필요한 순간입니다. 절차를 벗어나 상황을 되돌릴 수 없게 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서 딱 한 번 연락한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단 한 번이라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연락이었다면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수사기록에 그대로 남아 불리한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연락 의사가 있다면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전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피해자 연락처를 몰라서 SNS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것도 스토킹행위가 되나요?

A. 될 수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메시지를 도달하게 하는 행위도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연락 수단과 무관하게 반복되면 처벌 대상이 됩니다.

Q. 가족이 대신 연락해서 합의를 요청한 것도 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A. 그렇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을 통한 접촉도 피의자 본인의 지시나 묵인 아래 이루어졌다면 동일하게 회유·압박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이미 합의서를 받았는데, 나중에 피해자가 말을 바꾸면 그 합의는 무효가 되나요?

A. 합의서 자체가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 경위에 압박이나 기망이 있었다는 정황이 인정되면 법원이 감경 사유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형사공탁을 하면 피해자 동의 없이도 합의와 같은 효과를 받을 수 있나요?

A. 공탁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참작되지만, 당사자 간 합의와 비교하면 실무상 감경 폭이 작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동일한 효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Q. 접근금지 조건이 걸린 상태에서 실수로 연락하면 바로 구속되나요?

A. 즉시 구속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건 위반 사실 자체가 불구속 수사나 보석 유지에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되어 구속 전환 가능성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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