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시도하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피해자가 만남 자체를 거부하면서, 법원 공탁소에 돈을 맡기는 형사공탁을 선택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돈은 공탁해뒀으니 합의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피해자가 거부해도 어차피 판사가 알아서 참작해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이 진행되면, 공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대했던 만큼 형이 줄지 않거나,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며 엄벌탄원서까지 제출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법원은 공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동으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진정한 용서에 가까운 것인지, 형식적인 절차 이용에 불과한지를 구분해 감경 폭을 다르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형사공탁이 합의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수령하지 않을 때 공탁 자체의 효력과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실제로 어떻게 갈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형사공탁은 합의와 다른 별개의 절차입니다
공탁은 피고인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방적 변제 행위이고, 합의는 피해자와의 쌍방 의사 합치입니다.
합의는 피고인과 피해자 양쪽의 의사가 합치돼야 성립하지만,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법원 소속 공탁소에 손해배상 상당액을 맡기는 것으로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채무자가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형사공탁도 이 변제공탁의 법리를 그대로 따릅니다.
종전에는 공탁을 하려면 피공탁자, 즉 피해자의 성명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성폭력이나 스토킹 사건 등에서 피해자가 신원 노출을 꺼려 연락 자체를 거부하면, 피고인은 사죄의 뜻으로 돈을 맡기고 싶어도 공탁이 불가능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탁법에 형사공탁의 특례 조항(공탁법 제5장의2, 제21조의2)이 신설되어 2022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피해자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만으로도 공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이 제도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진행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오히려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이 이뤄지고, 이것이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로 제출되는 상황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피고인의 일방적 절차이지, 피해자와의 합의 그 자체가 아닙니다.
2.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해도 공탁 자체의 법적 효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수령 거부나 불수령은 공탁의 효력을 무효로 만들지 못합니다.
변제공탁의 본질은 채권자가 받지 않더라도 채무자의 채무를 소멸시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공탁 통지를 받고도 찾아가지 않는 이른바 불수령 상태가 이어지더라도, 공탁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하고 그 효력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대로 피고인 쪽에서도 일단 공탁을 마치면 마음대로 되찾아갈 수 없습니다. 공탁금 회수는 원칙적으로 피공탁자인 피해자의 동의가 있거나, 공탁이 착오로 이뤄졌다는 등의 사유가 인정돼야 가능합니다. 재판이 예상과 다르게 불리하게 흘러간다고 해서 피고인이 임의로 공탁금을 회수해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셔야 합니다.
다만 단순 폭행이나 명예훼손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사건에서는 특히 주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공탁 자체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대신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피해자 본인이 명시적으로 표시해야 하고, 공탁만으로 이 의사표시가 갈음되지 않으므로, 공탁만 해두면 공소기각 등의 효과가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피해자가 거부해도 공탁의 법적 효력은 유지되지만, 그것이 곧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대신하는 것은 아닙니다.
3. 거부 의사가 분명하면 양형에서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공탁을 진지한 반성과 실질적 피해 회복 정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참작합니다.
형법 제51조 4호는 범행 후의 정황을 양형의 조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 여부를 판단할 때 공탁 사실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원의 재량 사항일 뿐, 공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감경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절차는 아닙니다.
실무상 법원은 피해자와의 실질적 합의와 단순 공탁을 구분해서 보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피해자가 직접 용서 의사를 밝힌 합의에 비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뤄진 공탁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감경 폭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태도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거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엄벌을 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경우, 법원은 이를 진정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참작 정도를 낮추거나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별다른 의사 표시 없이 공탁금을 그대로 둔 경우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며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법원이 다르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피고인 쪽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절차만 형식적으로 밟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 의사는, 공탁 자체의 효력과는 별개로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공탁 금액과 시기에 따라서도 참작되는 정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른 시기에, 실제 손해에 근접한 금액을 공탁할수록 진정성을 인정받기 쉽습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뤄진 공탁은 재판 직전, 특히 선고를 앞두고 급하게 이뤄진 공탁보다 진정성을 더 높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 직후부터 피해 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는지, 아니면 유리한 판결을 얻기 위한 막판 대응에 불과한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금액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실제 손해액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소액을 형식적으로 공탁한 경우, 법원은 이를 진지한 피해 회복 노력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형식적인 절차 이용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손해액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유사 사건의 합의금이나 위자료 수준을 참고해 금액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공탁금이 크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지나치게 과도한 금액을 일방적으로 공탁해두고 이를 양형 자료로만 활용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면, 오히려 법원이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공탁의 시기와 금액이 실제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에 자연스럽게 부합하는지 여부입니다.
5. 형사공탁을 준비할 때는 이런 절차로 진행됩니다
수사 단계부터 공탁 여부와 시기를 함께 판단해야 뒤늦은 대응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에서 조사를 받는 단계부터 합의 시도와 공탁 필요성을 함께 검토 → ②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되면 관할 공탁소에 형사공탁 특례에 따라 사건번호를 기재해 공탁 신청 → ③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처분 단계에서 공탁 사실을 소명자료로 제출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 단계에서 양형 자료로 다시 한번 제출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형사공탁은 한 번 하고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수사·기소·재판 각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소명자료로 제출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라면, 단순히 공탁했다는 사실만 강조하기보다 왜 합의가 어려웠는지, 그럼에도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함께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공탁을 고려하고 있다면 아래 순서로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와의 연락·합의 시도 경위를 정리해, 왜 공탁이라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소명자료를 준비합니다.
공탁 금액을 정할 때는 유사 사건의 합의금·위자료 수준을 참고해 실제 손해에 근접하게 책정합니다.
공탁 이후에도 피해자의 수령 여부와 거부 의사 표명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재판 단계에서 이를 정확히 소명할 자료를 갖춰둡니다.
이러한 준비와 소명은 사건 초기부터 형사공탁 및 양형 실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할 때 훨씬 유리합니다.
마치며
형사공탁 문제는 “어차피 돈만 맡겨두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초기 대응이 안일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탁을 준비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언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공탁하는지가 양형에 그대로 반영되는 만큼 신중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원치 않는 공탁 통지를 받은 피해자 입장에서도, 수령 여부와 거부 의사 표명 방법에 따라 이후 재판 진행과 자신의 권리 행사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정확한 안내가 필요합니다.
저는 형사공탁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피고인 측과, 원치 않는 공탁 때문에 곤란을 겪으시는 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공탁이라도 시기와 소명 방식에 따라 재판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공탁을 해야 할지, 거부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그 판단 자체가 이미 상담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탁만 하면 합의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나요?
A. 아닙니다. 공탁은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변제 절차이고, 합의는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한 별개의 절차입니다. 법원도 실무상 두 가지를 구분해 참작 정도를 다르게 봅니다.
Q. 피해자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공탁이 무효가 되나요?
A. 아닙니다. 민법상 변제공탁 법리에 따라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받지 않아도 공탁 자체의 효력은 유지됩니다. 다만 양형에서 참작되는 정도는 낮아질 수 있습니다.
Q. 피해자의 주소나 연락처를 몰라도 공탁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공탁의 특례(공탁법 제5장의2, 제21조의2)에 따라 피해자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만으로도 공탁할 수 있습니다.
Q. 공탁 이후 피해자가 마음을 바꿔 수령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피해자가 나중에라도 공탁금을 수령하면 그 시점에 변제의 효과가 명확해지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실질적 피해 회복 정황으로 추가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폭행이나 명예훼손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 사건에서도 공탁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면하려면 피해자 본인의 명시적인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필요하고, 공탁만으로는 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Q. 공탁 금액은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하나요?
A.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실제 손해액이나 유사 사건의 합의금·위자료 수준과 지나치게 동떨어지면 형식적 절차로 평가받을 수 있어, 손해 규모에 맞춰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 중 언제 공탁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A. 일반적으로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뤄진 공탁이 선고 직전 급하게 이뤄진 공탁보다 진정성을 더 높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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