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성범죄 사건으로 조사를 받거나 고소를 당한 분들, 혹은 그 가족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가 누구인지, 연락처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상담이 부쩍 늘었습니다.
상담을 오신 분들 중 상당수가 “피해자 연락처만 알아내면 바로 찾아가서 사과하고 합의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SNS나 지인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을 수소문하거나, 심지어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연락처를 알아내려 하지만, 이런 시도는 합의로 이어지기는커녕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공포를 주는 2차 가해로 평가되어 사건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과 수사기관의 실무는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그 대신 변호인과 공적 절차를 통해서만 합의 의사가 전달되도록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정착되어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몰라도 공탁을 할 수 있는 형사공탁 특례제도까지 시행되면서, 연락처를 모른다는 이유로 합의 시도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아래에서는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려는 시도가 왜 위험한지, 그리고 연락처를 몰라도 합의 의사를 안전하게 전달하고 형량에 반영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최근 제도와 실무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피해자 연락처를 직접 알아내 접근하는 것은 사건을 더 불리하게 만듭니다
신상 확인 시도 자체가 2차 가해이자 별도의 문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이름·주소·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수사 서류에서 비공개로 처리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보호하도록 정하고 있고, 실무상으로도 고소장이나 공소장에는 피해자를 “피해자 A” 등으로만 표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해자나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더라도 피해자의 연락처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피의자나 가족들은 사건 현장 주변 CCTV, 함께 아는 지인, SNS 계정 등을 통해 피해자를 특정하고 직접 연락을 시도합니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나를 찾아냈다”는 극심한 공포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런 접촉 시도가 확인되면 피해자 측이 즉시 접근금지 등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피해자를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으로 보고되어 오히려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합니다.
이미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잠정조치나 피해자 보호명령 등으로 접근금지가 결정된 상태라면, 연락처를 알아내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그 조치를 위반하는 별도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합의를 위한 접촉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그 목적과 무관하게 문제 삼힐 수 있는 행위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피해자 신상을 직접 알아내 접근하려는 시도는 합의는커녕 2차 가해이자 별도의 문제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2. 합의 의사는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과 피해자 국선변호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피해자에게 다가가지 않고도, 공식 경로로 합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이나 법률구조기관을 통해 피해자를 대리하는 이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사건 관련 창구 역할을 하는데, 가해자 측 변호인은 이 국선변호사나 담당 수사관·검사를 통해 합의 의사가 있다는 뜻과 반성문, 탄원서 등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 경로를 이용하면 피해자의 실제 연락처를 몰라도 합의 의사 자체는 수사기록과 재판 기록에 남길 수 있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연락처나 만남 여부를 공개할지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선택입니다. 피해자가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그 의사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며, 그 이상으로 연락을 재촉하거나 수사기관에 반복적으로 중개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2013년 형법 개정으로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전면 폐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자동으로 공소가 기각되거나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양형 단계에서 참작되는 유리한 정상일 뿐이라는 점을 알고 접근해야 합니다.
피해자 연락처를 몰라도, 변호인과 국선변호사를 통한 공식 경로로 합의 의사는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습니다.
3. 인적사항을 몰라도 형사공탁 특례제도로 합의에 준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22년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는 사건번호만으로 피해자를 위한 공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공탁법 제5조의2는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공탁을 하려는 경우, 피해자의 성명·주소 등 인적사항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에 사건번호로 피해자를 특정해 공탁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22년 12월 9일부터 시행되어, 그 전까지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 공탁 자체가 불가능했던 문제를 해소했습니다.
절차는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입니다. 피고인 인적사항, 사건번호, 공소사실을 바탕으로 한 공탁원인사실, 피해자 식별명칭 등을 기재한 공탁서를 작성하고 공탁금을 납부한 뒤, 법원의 확인을 거쳐 공탁이 성립됩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실제 연락처나 계좌를 알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 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다만 형사공탁은 피해자가 합의서에 서명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갖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거나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고, 그 경우 법원은 공탁 사실과 함께 피해자의 반대 의사도 함께 양형에 고려합니다. 또한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탁금에는 피해자 동의 없이 피고인이 임의로 회수하지 못하도록 회수제한신고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피해자 연락처를 몰라도,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이용하면 사건번호만으로 합의에 준하는 정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4. 죄명과 상황에 따라 형량 구간이 달라지고, 합의·공탁 여부가 그 안에서 결과를 가릅니다
같은 성범죄라도 적용 조문에 따라 형량 구간이 다르고, 합의·공탁은 그 구간 안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변수입니다.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제298조의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간·준강제추행(제299조)도 각각 강간·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경우,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형이 가중됩니다.
실무에서는 초범인지 여부, 범행의 경위와 정도, 그리고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형사공탁 여부가 같은 죄명 안에서도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합니다. 특히 강간죄처럼 법정형의 하한이 높은 범죄일수록, 합의나 공탁을 통해 얼마나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상이 형량 구간을 낮추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만 합의나 공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감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행의 수법, 피해 정도, 반복 여부, 피해자의 진술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합의·공탁 시도와 별개로 사건 초기부터 진술 방향과 증거관계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수사 단계부터 공탁까지, 합의 시도는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합의 의사를 전달할 창구와 절차가 달라집니다.
사건은 통상 ①관할 경찰서(수원 지역 사건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고소·인지 수사 → ②검찰(수원지방검찰청) 송치 및 수사·처분 → ③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 → ④선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합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는 이 단계마다 다른데, 수사 단계에서는 담당 경찰관·검사를 통해, 기소 후에는 재판부와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락처를 몰라 접촉 자체가 막막하다면, 감정적으로 서두르기보다 지금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단계에 따라 공탁을 할 법원이 달라지고, 국선변호사 선정 여부나 재판부 배당 여부도 달라지기 때문에, 잘못된 단계에서 서류를 접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건이 현재 경찰 수사 단계인지, 검찰 송치 후인지, 이미 기소되어 재판 중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 혹은 재판부를 통해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선정되어 있는지, 합의 의사 전달이 가능한지 문의합니다.
국선변호사를 통한 전달이 어렵거나 피해자가 접촉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면,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이러한 순서를 지키지 않고 무작정 피해자를 찾아 나서면, 어렵게 확보한 반성의 정상이 오히려 협박이나 회유 시도로 뒤바뀔 수 있습니다. 형사 절차에 밝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단계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고 안전한 길입니다.
마치며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어떻게든 만나서 사과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습니다. 연락처조차 모른다는 막막함 때문에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야 변호사를 찾아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합의를 시도하려는 쪽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연락처를 억지로 알아내려 하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감정이 앞서 무리하게 접근할수록 오히려 사건을 악화시키고, 정작 진지한 반성의 뜻은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 측의 접촉 시도 자체가 또 다른 공포일 수 있습니다. 연락을 원치 않는다면 그 의사는 국선변호사나 수사기관을 통해 명확히 전달하고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것이, 불필요한 2차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를 시도하려는 피의자·피고인 측과, 원치 않는 접촉으로부터 보호받고자 하는 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어느 쪽에 있든 절차를 제대로 아는 것이 결과를 바꾼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해 왔습니다.
피해자 연락처를 모른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단계에서 어떤 경로로 합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지,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해자 연락처를 알아내서 직접 연락해도 괜찮을까요?
A. 권하지 않습니다. 직접 접촉은 2차 가해로 평가되어 오히려 형사상 불리한 정상이 되거나, 보호조치가 내려진 상태라면 별도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한 공식 경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형사공탁을 하면 무조건 형이 줄어드나요?
A. 아닙니다. 형사공탁은 감형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을 보여주는 정상 중 하나입니다. 범행의 수법과 피해 정도 등 다른 사정과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Q.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2013년 이후 성범죄는 친고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만으로 공소가 기각되지 않습니다. 다만 양형에서는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됩니다.
Q. 형사공탁금은 얼마를 내야 하나요?
A. 정해진 액수는 없습니다. 범행의 경위와 피해 정도, 유사 사건의 처리 경향 등을 종합해 변호인과 함께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Q.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없으면 어떻게 의사를 전달하나요?
A. 국선변호사가 없더라도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 재판부를 통해 합의 의사와 반성문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달 여부와 방식은 수사기관·법원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Q. 형사공탁을 하면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인정되나요?
A. 아닙니다. 공탁은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하는 절차일 뿐이며, 피해자가 별도로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공탁 사실만으로 그 의사가 있다고 간주되지 않습니다.
Q. 변호인 없이 혼자 형사공탁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공탁원인사실 작성, 사건번호 확인, 회수제한신고 등 절차가 까다로워 실무상 변호인의 도움 없이 정확하게 진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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