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나 공장, 오래된 주택을 매매할 때 계약서에 "현 시설물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는 문구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도인은 이 한 줄로 앞으로 나올 하자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안심하고, 매수인도 그런 줄 알고 서명부터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 특약이 있다고 해서 매도인이 모든 하자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도 알리지 않았거나 특약의 문언이 실제로는 그렇게 넓게 해석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매수인은 여전히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 시설물 상태" 특약이 실제로 어디까지 매도인을 면책시키는지, 그리고 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의 책임이 되살아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하자담보책임이란 — 특약을 이해하기 전에 알아야 할 원칙
민법 제580조는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자란 매매 목적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뜻하고, 그 시점은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책임이 성립하려면 하자가 계약 당시 이미 존재했어야 하고, 매수인은 계약 당시 그 하자를 몰랐어야 하며 모른 데 과실도 없어야 합니다. 매수인이 계약 전에 이미 알았거나 조금만 살펴봤어도 알 수 있었던 하자라면 애초에 담보책임을 물을 대상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다투어지는 하자의 유형도 다양합니다. 건물 골조의 균열이나 누수처럼 구조 자체에 관련된 하자도 있고, 냉난방설비·전기배선·소방시설·오폐수관처럼 개별 시설물의 고장이나 심한 노후화도 통상 갖추어야 할 성능을 갖추지 못한 하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를 가르는 핵심은, 하자담보책임이 매도인의 고의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법정 책임이라는 점입니다. 매도인이 하자의 존재를 몰랐더라도, 목적물 자체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원칙적으로 책임을 집니다.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02050 판결은 매매 목적물인 토지 지하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던 사안에서, 폐기물 매립은 목적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을 갖추지 못한 하자에 해당하고 그 처리비용은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매도인에게 별도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 책임이 성립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매도인이 자신은 하자를 몰랐다고 항변하는 것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책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고, 그래서 매도인들이 계약서에 별도의 면책 특약을 넣으려 하는 것입니다. 위 판결에서도 매도인인 국가는 폐기물 매립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매수인이 실제로 지출한 폐기물 처리비용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부담해야 했습니다. 하자담보책임이 매도인의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구조라는 점이 잘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현 시설물 상태로 판다"는 문구, 법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민법의 하자담보책임 규정은 임의규정이어서, 당사자가 합의로 그 내용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을 맺는 것 자체는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 "현 시설물 상태 그대로 매매한다"거나 "현황대로 인수한다"는 문구도 이런 특약의 하나로 작동할 수 있고, 실제로 상가·공장·노후주택처럼 하자 발생 가능성이 큰 물건일수록 계약서에 관용적으로 들어가는 문구입니다.
다만 법원과 실무는 이런 문구를 무조건 포괄적인 면책 특약으로 폭넓게 해석하지 않습니다. 계약서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어떤 하자를 인수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채 그저 관용적으로 "현 상태대로"라고만 적어 넣은 경우라면, 매도인이 이미 인식하고 있던 하자, 특히 매수인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숨은 하자까지 전부 떠안기로 한 취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특약의 효력범위는 문언 자체와 계약 체결 경위, 하자가 계약 당시 외관상 쉽게 드러나는 성질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배가 낡았거나 바닥에 흠집이 있는 정도의 눈에 보이는 상태는 "현 상태" 문구로 인수 대상이 되지만, 배관 안쪽의 누수나 구조체의 균열처럼 통상적인 점검으로 드러나지 않는 하자까지 자동으로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상가를 매매하면서 계약서에 "냉난방설비를 포함한 현 시설상태 그대로 인수한다"라고만 적었는데, 실제로는 계약 훨씬 전부터 냉난방설비가 간헐적으로 고장 나 매도인이 여러 차례 수리를 맡겼던 이력이 있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 경우 문구 자체는 시설물을 있는 그대로 넘긴다는 일반적인 합의로 볼 수 있어도, 매도인이 이미 알고 있던 고장 이력까지 매수인이 감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곧바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약의 문언만 볼 것이 아니라, 그 하자를 매도인이 계약 전부터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민법 제584조 —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엔 특약도 못 막는다
특약의 효력을 정면으로 제한하는 조문이 민법 제584조입니다. 이 조문은 매도인이 담보책임을 면하는 특약을 한 경우에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 및 제3자에게 권리를 설정 또는 양도한 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요건은 두 가지가 겹쳐야 합니다. 매도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 그리고 그 사실을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둘이 함께 인정되면 계약서에 아무리 강한 면책 문구가 있어도 그 특약은 해당 하자에 관한 한 효력을 잃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사례를 들면 이렇습니다. 상가를 매도하면서 이미 누수·지반침하·오폐수관 파손·소방시설 불량·위반건축물 이력이 있다는 것을 매도인이 알고 있었는데도, 계약서에는 그런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고 "현 시설상태로 매매한다"는 문구만 넣은 채 거래를 끝냈다면, 매수인은 이 특약에도 불구하고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도인조차 전혀 알지 못했던 하자, 이를테면 땅속에 매립된 폐기물처럼 통상적인 사용·점검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하자라면 제584조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앞서 본 무과실책임 원칙과 특약의 문언 해석 문제로 그대로 돌아갑니다.
"현 시설물 상태로 판다"는 특약은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할 수 있지만, 매도인이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 이것이 특약의 한계를 가르는 기준이다.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 매수인이 입증해야 한다
제584조를 근거로 특약의 효력을 뚫으려면 매수인 쪽에서 매도인이 그 하자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매도인의 내심을 직접 증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정황 증거를 쌓아 매도인이 계약 체결 당시 이미 하자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추단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단순히 "그 정도는 매도인이 몰랐을 리 없다"는 심증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해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계약 전 매도인이 직접 업체를 불러 수리하거나 보수한 내역, 관리사무소·관리단에 접수된 하자 관련 민원이나 회의록, 이전 임차인이나 인근 상인의 진술, 매도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나 통화 녹취,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정작 기재되지 않은 사실관계 등이 대표적인 자료입니다.
하자 관련 수리·보수 업체 견적서, 시공 내역서, 결제 내역
관리사무소·관리단·구청 등에 접수된 민원·신고 이력
매도인과 주고받은 문자·메신저 대화, 통화 녹취
이전 임차인·인근 상인 등 제3자의 진술서
특약이 뚫렸을 때 매수인이 실제로 청구할 수 있는 것
제584조에 따라 특약의 효력이 배제되어 하자담보책임이 그대로 성립하면, 매수인이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은 민법 제580조가 준용하는 제575조 제1항의 구조를 따릅니다.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계약 해제가 가능하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하자라면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상가 일부 시설의 결함처럼 사용 자체는 가능한 수준의 하자라면 해제까지는 어렵고, 보수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으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하자를 보수하거나 제거하는 데 실제로 드는 비용이 원칙입니다. 상가·공장이라면 노후 배관이나 전기·소방시설의 교체·수리비용이, 토지라면 폐기물이나 오염토 처리비용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처리비용을 정확히 산정하려면 계약 체결 이후 실제로 지출했거나 지출 예정인 비용을 견적서·계약서 등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이미 오래 사용한 설비라면 새 제품으로 전부 교체하는 비용 전액이 아니라 하자로 인해 실제 저하된 가치나 수리에 드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손해액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감가 요소를 감안한 여러 업체의 견적을 함께 확보해 두는 편이 분쟁 시 산정 다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척기간 — 언제까지 문제 삼을 수 있나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민법 제582조는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권리를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기산점은 계약 체결일이나 잔금일이 아니라, 매수인이 실제로 하자의 존재를 인식한 날입니다. 인도받은 뒤 실제로 사용하다가 뒤늦게 하자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발견 즉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최소한 내용증명 등으로 이의를 제기해 시점을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6개월을 넘기면 하자담보책임 자체를 더는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다만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속이는 데까지 이르렀다면, 하자담보책임과는 별개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처럼 다른 법률구성을 함께 검토할 여지가 남습니다. 다만 이는 성립요건과 행사기간이 하자담보책임과 전혀 다른 별개의 쟁점이므로, 제척기간이 임박했다면 어느 쪽으로 접근할지 먼저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함정 — 상가·공장 매매의 "현 시설상태" 특약
상가나 공장, 창고처럼 기계설비·전기시설·소방시설·배수설비 등 '시설물'이 많은 부동산일수록 "현 시설물 상태로 매매한다"는 문구가 특히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문구가 계약서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인이 시설물 점검을 생략하고 넘어가면 위험합니다. 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하자에는 여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만큼, 계약 전 실측·점검을 통해 하자 존재 여부를 최대한 확인해 두는 쪽이 분쟁 발생 시 입증에도 유리합니다.
반대로 매도인 입장에서도 "현 상태 그대로"라는 문구 하나만 믿고 이미 알고 있는 하자를 굳이 알리지 않은 채 거래를 끝내면, 나중에 제584조에 따라 특약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그대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계약 전 매도인이 인지하고 있는 하자를 구체적으로 나열해 특약 문언에 명시하고, 매수인은 그 결과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반영해 두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분쟁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실제로 분쟁이 커지는 경우를 보면, 계약 당시에는 "현 상태 그대로"라는 문구만 형식적으로 넣고 넘어갔다가, 인도 이후에야 매수인이 소방시설 불량이나 구조 균열 같은 하자를 발견하면서 뒤늦게 매도인의 인식 여부를 두고 다투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계약 단계에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하자 유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결국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매도인 — 알고 있는 하자는 특약 문언에 구체적으로 나열해 고지할 것
매수인 — "현 상태" 문구만 믿지 말고 계약 전 실측·전문가 점검을 거칠 것
양측 — 확인·설명서에 점검 결과와 하자 유무를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
자주 묻는 질문
Q. "현 시설물 상태로 매매한다"는 문구만 있으면 매도인은 어떤 하자든 책임에서 벗어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구는 원칙적으로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는 특약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민법 제584조에 따라 매도인이 알고 있으면서도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는 특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Q. 매도인이 "나도 몰랐다"고 주장하면 특약 없이도 책임을 면하나요?
A. 아닙니다. 하자담보책임은 매도인의 고의·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법정 책임이어서, 매도인이 하자를 몰랐어도 목적물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원칙적으로 책임이 성립합니다. 그래서 매도인들이 별도의 면책 특약을 두려 하는 것입니다.
Q.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입증하나요?
A. 매도인의 내심을 직접 증명하기는 어려워, 수리·보수 내역, 민원·신고 이력, 매도인과의 대화 기록, 제3자 진술 등 정황 자료를 모아 계약 당시 매도인이 하자를 이미 인식하고 있었음을 추단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특약이 뚫려 책임이 인정되면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도 있나요?
A.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라면 해제가 가능하지만, 그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하자라면 해제까지는 어렵고 보수비용 상당의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하자를 뒤늦게 발견했는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면 문제 삼을 수 없나요?
A. 하자담보책임은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해야 하므로, 그 기간을 넘기면 이 책임을 더는 물을 수 없습니다. 다만 매도인의 행위가 적극적인 기망에 이르는 경우라면 별개의 법률구성을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Q. 상가나 공장처럼 시설이 많은 부동산을 매수할 때 특히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A. "현 시설상태로 매매한다"는 문구만 믿고 점검을 생략하지 말고, 계약 전 전문가를 통한 실측·점검을 거쳐 그 결과를 확인·설명서에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후 분쟁에서 유리합니다.
맺음말
"현 시설물 상태로 판다"는 특약은 하자담보책임을 배제하는 유효한 수단이지만, 매도인이 알고도 고지하지 않은 사실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민법 제584조가 정한 한계입니다. 특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인이 안심하고 점검을 생략하거나, 매도인이 알고 있는 하자를 굳이 알리지 않고 넘어가는 것 모두 나중에 분쟁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결국 관건은 계약 당시 어떤 하자가 존재했는지, 매도인이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실을 매수인에게 알렸는지를 나중에 어떤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느냐입니다. 특약 문구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자의 성질과 계약 체결 경위, 당사자가 남긴 기록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광교를 비롯한 경기남부 지역에서 상가·공장 매매가 활발한 만큼, 계약서에 "현 시설상태" 문구가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자 문제를 단념하기보다는 특약의 실제 효력범위부터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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