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없이 말로만 약속한 증여, 마음 바뀌면 되돌릴 수 있을까
서면 없이 말로만 약속한 증여, 마음 바뀌면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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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없이 말로만 약속한 증여, 마음 바뀌면 되돌릴 수 있을까 

강대현 변호사

내 집 사줄게, 결혼하면 이 돈 챙겨줄게처럼 말로 오간 증여 약속은 가족·지인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마음이 바뀌었을 때 벌어집니다. 계약서 한 장 쓴 적 없으니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이미 건넨 돈인지 아직 넘기지 않은 부동산인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서면 없이 말로만 약속한 증여를 법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범위와, 반대로 이미 손을 떠난 재산은 왜 돌려받기 어려운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증여는 말로도 성립한다 — 낙성·불요식 계약의 원칙

많은 사람이 증여를 계약서를 쓰는 절차로 오해하지만, 민법 제554조는 증여를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의합니다. 이는 청약과 승낙, 즉 두 사람의 합치된 의사표시만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낙성계약이고, 별도의 서면이나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불요식계약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아파트 사줄게"라고 말하고 자녀가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순간, 법적으로는 이미 증여계약이 성립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구두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까요. 계약이 이미 성립했다는 사실과, 그 계약을 상대방에게 강제로 이행시킬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살펴볼 민법 제555조가 바로 이 지점에서 서면 없는 증여에 특별한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했지만, 그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서면 존재 여부에 따라 갈립니다.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부모가 "전세보증금 5천만원 보태줄게"라고 말하고, 자녀가 이를 믿고 전셋집 계약을 진행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순간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이미 유효한 증여계약이 성립합니다. 하지만 이후 부모가 형편이 어려워지거나 자녀와의 관계가 나빠져 약속을 취소하고 싶어진다면, 계약서 한 장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모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아직 돈을 건네지 않았다면 서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급 약속을 해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면 없는 증여는 왜 마음대로 해제되나 — 민법 제555조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음에도 이렇게 해제를 넓게 허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가 없이 재산을 내주는 증여의 특성상, 순간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경솔하게 약속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서면이 없으면 증여자의 진짜 의사가 어디까지였는지, 애초에 약속이 있기는 했는지 다툼이 생기기 쉽기 때문입니다. 즉 555조는 증여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분쟁을 예방하려는 목적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각 당사자"라고 되어 있어 이론상 수증자도 해제할 수 있지만, 실제 분쟁은 대부분 증여자가 마음을 바꾸는 경우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해제권 행사에 특별한 사유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잘못한 것이 없어도, 그저 서면으로 약속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해제권이 무제한은 아니며, 뒤에서 살펴볼 이행 여부에 따라 그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을 함께 알아야 합니다.

서면 없는 증여는 각 당사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도 해제할 수 있다 — 다만 이 해제권은 아직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만 미친다.

"서면"으로 인정받으려면 — 계약서 형식이 아니어도 충분한 경우

그렇다면 문자메시지나 편지도 "서면"이 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서면에 의한 증여를 "증여자가 자기의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증여의사가 문서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정도로 서면에 나타난 증여"로 폭넓게 해석합니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4006 판결, 대법원 1998. 9. 25. 선고 98다22543 판결 참조). 문서의 제목이 정식 증여계약서로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문서가 작성된 경위를 종합했을 때 증여자의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가 분명히 드러나면 555조가 말하는 서면으로 인정됩니다.

서면을 반드시 계약 체결과 동시에 작성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계약 당시에는 구두로만 약속했더라도, 그 계약관계가 아직 유지되는 동안 나중에 증여의사를 담은 서면을 작성하면 그 시점부터는 서면에 의한 증여로 전환되어 임의로 해제할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서면을 작성하기 전까지의 기간에는 언제든 해제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증여계약서 형식일 필요 없음 — 편지·메모라도 증여의사가 분명하면 인정.

  • 서면 작성 시기 제한 없음 — 계약 후에 작성해도 그때부터 효력 발생.

  • 증여의사가 문서에 "확실히" 드러나야 함 — 막연한 기대나 언급 정도로는 부족.

해제의 한계 — 이미 이행한 부분은 되돌릴 수 없다 (민법 제558조)

서면 없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해서 이미 준 재산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558조는 "전2조의 규정에 의한 증여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즉 555조에 따른 해제권은 아직 주지 않은 부분에만 미치고, 이미 상대방에게 넘어간 재산에는 소급하지 않습니다.

이 조항이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증여자가 자유롭게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과, 이미 재산을 넘겨받아 이를 기초로 생활하거나 처분한 수증자를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법이 균형을 잡은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행했다"는 것이 정확히 언제를 기준으로 하느냐인데, 이는 재산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부동산은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이라 다음 항목에서 따로 짚어보겠습니다.

현금과 부동산, "이행 완료" 시점이 다르다

현금이나 예금처럼 즉시 이전 가능한 재산은 상대방에게 건네는 순간 이행이 끝난 것으로 봅니다. 계좌로 송금했거나 현금을 직접 전달했다면, 그 금액에 대해서는 서면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반환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부동산은 사정이 다릅니다. 부동산의 물권변동은 민법 제186조에 따라 등기가 있어야 효력이 생기므로, 판례는 토지·건물 증여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시점에 비로소 이행이 완료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4다63484 판결, 대법원 1991. 8. 13. 선고 90다6729 판결 참조).

여기서 실무상 흔한 오해가 생깁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이 집 네 앞으로 해줄게"라며 등기는 넘기지 않은 채 자녀가 미리 이사해 살고 있는 경우, 자녀 입장에서는 이미 재산을 받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법적으로는 등기가 넘어가기 전까지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서면 없이 구두로만 약속했다면, 증여자는 등기 이전 전까지 언제든 해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등기까지 마쳐졌다면 등기원인이 무엇으로 기재되었는지와 무관하게 이미 이행이 끝난 것이어서, 서면이 없었다는 이유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부동산 증여는 점유 이전이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야 "이행"이 끝난 것으로 본다 —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아니다.

재산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로 나뉘어 약속된 경우에는 이행 여부를 항목별로 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 3천만원과 상가 지분을 함께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뒤 현금은 실제로 송금했지만 상가 지분 이전등기는 아직 마치지 않았다면, 이미 송금된 현금 3천만원 부분은 되돌릴 수 없어도 등기가 남아 있는 상가 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제가 가능합니다. 하나의 증여 약속이라도 재산별로 이행 시점이 다르면 해제할 수 있는 범위도 그만큼 나뉘어 판단된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배신, 사정의 변화 — 망은행위·재산상태 악화로 인한 해제

555조가 서면 유무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민법 제556조는 수증자의 잘못을 이유로 한 해제를 정하고 있습니다. 수증자가 증여자나 그 배우자·직계혈족에게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증여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해제권도 안전장치 없이 무한정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해제 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를 용서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해제권 자체가 소멸합니다.

한편 민법 제557조는 증여계약이 성립한 뒤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어, 약속대로 이행하면 증여자 본인의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에도 해제를 허용합니다. 사업 실패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재산이 크게 줄었다면, 증여 약속을 지키기보다 자신의 생활을 지킬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예컨대 사업이 잘될 때 자녀에게 "퇴직하면 목돈을 챙겨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던 사람이 이후 사업 실패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면, 아직 지급하지 않은 그 목돈 약속은 557조를 근거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556조와 557조에 의한 해제 역시 558조의 적용을 받아,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한계는 555조와 동일합니다. 수증자가 부양의무를 저버렸다 해도, 이미 등기까지 넘긴 부동산을 되찾아 오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 민법 제556조 — 수증자의 범죄행위·부양의무 불이행(망은행위) 시 해제 가능, 안 날로부터 6개월 내.

  • 민법 제557조 —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악화되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이 있을 때 해제 가능.

  • 두 경우 모두 민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 없음.

해제권은 어떻게 행사하나 — 방법과 증거, 그리고 부담부증여의 예외

서면 없는 증여를 해제하는 데 특별한 형식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면 그것으로 해제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식의 다툼이 생길 수 있으므로, 구두로만 통보하기보다는 내용증명우편처럼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시점과 내용을 객관적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분쟁이 소송으로 번지면 언제 증여 약속을 했는지, 서면이 있었는지, 얼마나 이행되었는지가 모두 다투어지므로 관련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한 가지 예외적인 상황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돌봐주는 대신 집을 준다"처럼 수증자에게도 일정한 부담을 지우는 부담부증여의 경우, 서면이 없다는 이유의 555조 해제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만, 수증자가 이미 그 부담을 전부 이행했다면 이후에 서면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자가 해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판결 참조). 대가 없이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수증자도 약속한 의무를 다한 상황이라면, 형평의 관점에서 해제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자녀가 수년간 부모를 직접 부양하는 조건으로 부모가 아파트를 증여하기로 구두로 약속했고, 자녀가 실제로 그 부양 의무를 다한 뒤에야 부모가 서면이 없었다는 이유로 등기 이전을 거부한다면, 이는 위 부담부증여 법리에 따라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담의 이행이 아직 끝나지 않은 단계라면 원칙으로 돌아가 555조에 따른 해제가 가능합니다. 결국 부담부증여인지, 부담의 이행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가 결론을 가르는 변수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증여는 계약서 없이 말로만 해도 법적으로 유효한가요?

A. 네, 유효합니다. 증여는 민법 제554조에 따라 재산을 무상으로 준다는 의사표시와 승낙만으로 성립하는 낙성·불요식 계약이어서, 구두 약속만으로도 계약 자체는 성립합니다. 다만 서면 없이 성립한 증여는 민법 제555조에 따라 각 당사자가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이 서면을 갖춘 증여와 다릅니다.

Q. 이미 건넨 돈도 마음이 바뀌면 돌려달라고 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민법 제558조는 서면 없는 증여의 해제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는데, 금전은 상대방에게 건네는 순간 이행이 끝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아직 지급하지 않은 나머지 약속분에 대해서만 해제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Q. 부동산을 준다고 말만 하고 아직 등기를 넘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등기 이전 전까지는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언제든 해제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증여는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야 이행이 완료된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므로, 상대방이 이미 이사해 살고 있더라도 등기를 넘기기 전이라면 서면 없는 증여를 이유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Q. 증여를 받은 사람이 부모를 홀대하면 이미 준 재산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는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민법 제556조는 수증자가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자가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이 해제 역시 민법 제558조에 따라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이행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다면 그 지급은 거절할 수 있습니다.

Q.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해제는 시간 제한이 있나요?

A. 있습니다. 민법 제556조 제2항에 따라 해제 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거나 증여자가 수증자를 용서하는 의사를 표시하면 해제권은 소멸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제가 어려워지므로 사유를 확인한 즉시 해제 의사를 밝히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서면 없는 증여를 해제하려면 특별한 절차가 필요한가요?

A. 특별한 형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게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면 해제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나중에 분쟁이 생길 것에 대비해 내용증명 등 의사표시가 도달한 사실과 시점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맺음말

말로 오간 증여 약속은 법적으로 계약이지만, 서면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아직 이행하지 않은 부분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건넨 돈이나 등기까지 마친 부동산은 서면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되찾을 수 없습니다. 결국 핵심은 "말했는가"가 아니라 "서면으로 남겼는가"와 "실제로 얼마나 이행되었는가"입니다.

가족 간 증여일수록 감정이 얽혀 있어 서면을 남기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이 두 가지 기준이 결과를 가릅니다. 수원과 경기남부 지역에서도 부모 자녀 간, 형제자매 간 구두 증여 약속을 둘러싼 분쟁 문의가 꾸준히 있는 만큼, 해제가 가능한 상황인지 애매하다면 증여의 경위와 이행 정도를 먼저 정리해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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