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건물을 형제가 세놓았다면 — 과반 지분과 관리행위
사건 개요
부모님이 남기신 상가건물을 형제가 함께 물려받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건물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에서 터집니다. 어느 날 형이 1층 점포에 새 세입자를 들여놓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계약서에 임대인으로 적힌 사람은 형 한 사람이고, 보증금과 월세도 형의 계좌로 들어갑니다. 나는 계약이 있었다는 통보조차 받지 못했는데, 세입자는 이미 인테리어를 마치고 영업을 시작한 뒤입니다.
이때 상담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대개 두 가지입니다. "내 지분이 있는 건물인데,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느냐"와 "그 월세 중 내 몫은 어떻게 받아 내느냐"입니다. 그런데 이 두 질문의 답은 형제 사이의 서운함이나 통보 여부로 갈리지 않습니다. 법은 그 임대차가 지분 과반의 뒷받침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임대가 '관리'의 범위 안에 있는 행위인지라는 전혀 다른 틀로 이 문제를 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분 과반이 모여 이루어진 임대라면 나머지 형제가 몰랐더라도 그 임대차는 유효하고, 세입자를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대신 임대수익 중 내 지분에 해당하는 몫은 형제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 채 이루어진 임대라면 그 계약은 다른 공유자를 구속하지 못합니다. 같은 사실관계인데도 결과가 정반대로 갈리는 지점이 바로 '과반'이라는 한 줄의 요건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속받은 건물의 법적 성격입니다. 상속인이 여럿이면 상속재산은 그들의 공유가 되고(민법 제1006조), 각자는 자기 상속분에 응하여 권리의무를 승계합니다(같은 법 제1007조). 둘째, 임대가 어떤 행위인가입니다.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지분의 과반수로 결정하고 보존행위는 각자 할 수 있지만(제265조), 처분·변경은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제264조). 셋째, 과반을 어떻게 세는가입니다. 제265조가 말하는 과반수는 사람 수가 아니라 지분의 과반입니다. 넷째, 과반이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 소수지분권자에게 남는 권리가 무엇인가입니다.
대법원은 과반수 지분권자가 단독으로 공유물의 관리방법을 정할 수 있고, 그로부터 사용을 허락받은 점유자에 대해 소수지분권자가 건물 철거나 퇴거를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2다9738 판결). 그러니 "내 지분이 있으니 내보내겠다"는 접근은 시작부터 막힙니다. 승패는 감정의 정당성이 아니라, 지분을 정확히 세고 그 행위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한 뒤 남는 청구권을 골라 쥐는 일에서 갈립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지분 과반을 정확히 세고, 그 임대가 '관리'의 범위 안인지 가르기
가장 흔한 실수는 등기부에 적힌 숫자만 보고 "형이 과반이 아니다" 또는 "우리가 두 명이니 이겼다"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요건을 하나씩 확정합니다.
1) 상속지분부터 다시 확정합니다.
과반 판단의 분모와 분자가 되는 것은 등기부의 인상이 아니라 실제 상속분입니다. 동순위 상속인의 상속분은 균분이고, 배우자는 직계비속 상속분의 5할을 가산받습니다(민법 제1009조). 그래서 어머니가 생존해 계신 3남매 사안이라면 지분은 1/3씩이 아니라 어머니 3/9, 자녀 각 2/9가 됩니다. 여기에 상속포기·유증·기여분이 얹히면 숫자는 또 달라집니다. 나아가 이미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었다면 그 분할은 상속개시 시점으로 소급해 효력이 생기므로(제1015조), 협의 내용에 따라 과반의 소재 자체가 뒤바뀔 수 있습니다. 저는 제적·가족관계등록부, 협의서, 상속포기·한정승인 심판문을 먼저 모아 지분표를 만든 뒤에야 과반을 논합니다.
2) '과반'은 사람 수가 아니라 지분으로 셉니다.
제265조의 과반수는 머릿수 다수결이 아닙니다. 형제 세 사람이 1/3씩이라면 두 사람이 뜻을 모아야 2/3로 과반이 되고, 형 혼자서는 1/3에 불과해 단독으로 임대할 권한이 없습니다. 반대로 형이 1/2, 동생 둘이 1/4씩이라면 형은 동생 한 명만 설득해도 3/4을 확보합니다. 특히 두 사람이 1/2씩 나눠 가진 경우는 어느 쪽도 과반이 아니어서, 어느 한 사람이 단독으로 세를 놓을 수 없고 상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과반의 합의는 형식적인 결의서가 없어도 되지만, 나중에 다툼이 되므로 동의 문자·서면·계약서 서명 형태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3) 그 임대가 '관리'인지 '처분·변경'인지 가릅니다.
임대는 원칙적으로 관리행위여서 지분 과반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유자의 사용·수익이 공유물의 기존 모습에 본질적 변화를 일으켜 '관리'가 아닌 '처분'이나 '변경'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고 보아, 과반수 지분권자라도 나대지에 새로 건물을 짓는 것은 관리의 범위를 넘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0다33638, 33645 판결). 그러므로 형이 세를 놓으면서 건물 구조를 뜯어고치거나 증축했다면, 임대 자체는 관리행위라도 그 개조는 제264조의 변경으로서 전원 동의가 필요한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저는 임대차계약서와 함께 공사 견적서·사진·건축물대장 변동 내역을 확보해, 다툴 지점을 '임대'와 '변경'으로 분리해 둡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과반이 있었던 경우와 없었던 경우로 나누어 실익을 회수하기
요건이 정리되면 청구의 방향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여기서 방향을 잘못 잡아 이길 수 없는 청구에 시간을 쓰는 일이 실제로 자주 생깁니다.
1) 과반이 있었다면 — 세입자가 아니라 형제를 상대로 청구합니다.
임대가 지분 과반의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면 그 임대차는 적법하므로, 세입자를 상대로 한 퇴거·인도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앞서 본 2002다9738 판결은 과반수 지분권자에게서 사용을 허락받은 제3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고 보아, 그 점유자에 대한 부당이득 청구도 배척했습니다. 대신 이익을 독차지한 형제는 소수지분권자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집니다. 그러므로 청구의 상대방은 세입자가 아니라 차임을 수령한 형제이고, 근거는 민법 제741조입니다. 임대차계약서·차임 입금 내역·관리비 정산표를 확보해 실제 수령액을 특정하고, 지분 비율을 곱해 청구액을 세웁니다.
2) 과반이 없었다면 —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되 청구 형태를 정확히 고릅니다.
과반에 미치지 못한 채 체결된 임대차는 다른 공유자를 구속하지 못합니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건물을 내게 넘기라"는 인도청구로 가면 안 됩니다. 대법원은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협의 없이 공유물을 독점 점유하더라도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인도를 청구할 수 없고, 자기 지분권에 기해 방해 상태의 제거나 방해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며 종전 판례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8다287522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므로 청구취지는 인도가 아니라 방해배제·방해금지로 설계하고, 여기에 무단 임대로 얻은 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을 병합하는 것이 실효적입니다.
3) 정산 항목과 시효, 그리고 출구를 함께 관리합니다.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금액은 총 차임 전액이 아닙니다. 공유자는 지분 비율로 공유물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하므로(제266조 제1항), 재산세·화재보험료·수선비 등 형제가 실제로 지출한 비용 중 내 지분 몫은 공제 대상이 됩니다. 영수증 없는 '관리 수고비' 주장은 다투어야 할 항목이고요. 또한 이 반환청구권은 채권이므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며(제162조 제1항), 세월이 흐를수록 오래된 달의 차임부터 잘려 나갑니다. 근본 해법은 소유관계의 정리입니다. 상속재산분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가정법원의 상속재산분할심판으로, 이미 분할이 끝나 통상의 공유가 되었다면 공유물분할청구로 갑니다. 협의가 안 되면 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현물분할이 어렵거나 분할로 가액이 현저히 줄 염려가 있으면 법원은 경매를 명할 수 있습니다(제268조·제269조).
결론
상속 건물을 둘러싼 형제 사이의 분쟁은 "왜 나에게 말도 없이"라는 감정에서 시작되지만, 법정에서 답을 가르는 것은 통보의 유무가 아니라 지분의 과반과 행위의 성격이라는 두 개의 요건입니다. 과반이 모였다면 세입자는 건드릴 수 없고 형제에게 내 몫을 청구해야 하며, 과반이 없었다면 계약의 효력을 다투되 인도가 아닌 방해배제로 길을 잡아야 합니다.
임대차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면 시간은 대체로 먼저 움직인 쪽의 편입니다. 차임이 쌓이는 만큼 시효로 사라지는 달도 함께 쌓이고, 뒤늦게 문제 삼을수록 "그동안 아무 말 없었다"는 반박이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속 건물의 임대를 두고 형제와 뜻이 갈리고 있다면,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청구해야 할지 방향과 시점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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