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부동산에 근저당만 가득하다면, 경매 실익부터 따져야
사건 개요
긴 소송 끝에 승소 판결을 받고, 채무자 명의로 된 부동산을 찾아 등기사항증명서를 떼어 봅니다. 그런데 을구가 근저당권으로 빼곡합니다. 은행 근저당, 상호금융 근저당, 개인 명의 근저당까지 채권최고액을 모두 더해 보니 그 부동산의 시세를 이미 넘어섭니다. 경매를 신청해 봐야 앞선 사람들이 다 가져가고 나에게 돌아올 돈은 없어 보입니다. 판결문은 손에 쥐고 있는데 정작 집행할 곳이 없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등기부가 이 지경이면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일단 넣고 보자며 경매를 신청했다가, 감정료와 예납금 등 수백만 원의 비용만 지출하고 남을 가망이 없다는 이유로 절차가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두 반응 모두 같은 데서 나옵니다. 등기부에 적힌 숫자를 그대로 실제 빚으로 읽어 버리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등기부의 채권최고액은 남은 빚의 액수가 아니라 담보의 한도일 뿐입니다(민법 제357조 제1항). 실제 잔액은 그보다 훨씬 적을 수 있고, 반대로 등기부에 전혀 드러나지 않는 선순위 부담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포기와 강행 사이에서 감으로 정할 일이 아니라, 배당 실익을 계산으로 확정하는 일과 부동산 바깥의 재산을 병행해 추적하는 일을 동시에 시작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등기부상 채권최고액과 실제 피담보채권 잔액의 차이입니다. 금융기관은 통상 대출 원금에 20~30% 정도를 더한 금액을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하므로, 원금을 수년간 상환해 온 채무자라면 등기부의 숫자와 실제 잔액은 크게 벌어집니다. 둘째, 잉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시세가 아니라 최저매각가격이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최저매각가격으로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모든 부담과 절차비용을 변제하면 남을 것이 없다고 인정될 때 압류채권자에게 이를 통지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제1항).
셋째,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선순위 부담입니다.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 최종 3개월분 임금, 해당 부동산에 부과된 당해세는 등기부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지만 배당표에서는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넷째, 남을 가망이 없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 주어지는 1주를 어떻게 쓸 것인가입니다(같은 조 제2항). 이 네 지점은 순서대로 이어져 있어, 앞의 계산이 서 있지 않으면 뒤의 결정은 모두 추측이 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배당 실익을 계산으로 확정하고 무잉여 취소를 피하기
"근저당이 가득하다"는 인상은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경매를 신청할지 말지는 숫자를 세워 본 뒤에 정할 문제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실익을 확정합니다.
1) 채권최고액이 아니라 실제 잔액을 확인합니다.
근저당권은 담보할 채무의 최고액만 정해 두고 채무의 확정은 장래에 미루는 담보이며, 이자도 그 최고액 안에 산입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357조). 즉 등기부의 금액은 상한선이지 잔액이 아닙니다. 그래서 설정 시점과 대출 성격을 먼저 봅니다. 10년 전 설정된 원리금균등분할 주택담보대출이라면 잔액은 최고액의 절반 아래일 수 있고, 한도거래 근저당이라면 잔액이 0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경매가 개시되면 법원사무관등이 저당권자 등 배당받을 채권자와 조세·공과금 주관 공공기관에 원금·이자·비용을 포함한 채권액을 배당요구 종기까지 신고하도록 최고하므로(민사집행법 제84조 제4항), 이 신고로 잔액이 드러납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등기사항증명서 등 집행기록에 따라 계산되고 뒤늦게 채권액을 추가하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5항). 신청 전 단계라면 채무자를 상대로 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사실조회로 잔액의 윤곽을 먼저 잡습니다.
2) 시세가 아니라 최저매각가격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합니다.
잉여 여부는 "이 집이 얼마에 팔릴 것 같은가"가 아니라 최저매각가격으로 판단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제1항). 첫 매각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은 감정평가액이지만, 유찰되면 법원에 따라 통상 20~30%씩 저감된 가격으로 다시 진행됩니다. 시세로는 여유가 있어 보여도 한두 번 저감된 가격을 대입하면 순식간에 남을 것이 없어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부담뿐 아니라 절차비용도 함께 빠집니다. 강제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되 그 집행에서 우선적으로 변상받기 때문입니다(같은 법 제53조 제1항). 그래서 감정가에서 선순위 잔액과 집행비용을 뺀 값이 1회 저감, 2회 저감을 견디는지까지 계산해 두어야, 신청 여부를 근거 있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3) 등기부에 보이지 않는 선순위 부담을 반영합니다.
계산을 무너뜨리는 것은 대개 등기부 밖에 있습니다. 소액임차인은 경매신청 등기 전에 대항요건을 갖추었다면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제1항).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재해보상금은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보다도 먼저 변제되고(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 최종 3년간의 퇴직급여등도 마찬가지입니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2조 제2항). 해당 부동산에 부과된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는 법정기일 전에 설정된 담보권보다도 앞섭니다(국세기본법 제35조 제3항). 또 매수인이 유치권자에게 그 담보 채권을 변제할 책임을 지므로(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유치권 주장이 있으면 매각가 자체가 내려앉습니다. 그래서 전입세대 열람, 상가 임대차 현황서, 현장 점유 확인, 채무자의 사업자 여부와 체납 정황까지 신청 전에 훑어 계산에 넣습니다.
4) 남을 가망이 없다는 통지를 받은 1주를 설계해 둡니다.
법원이 무잉여를 인정해 통지하면, 압류채권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그 부담과 비용을 변제하고 남을 만한 가격을 정해, 그 가격에 맞는 매수신고가 없으면 자기가 그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충분한 보증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법원은 경매절차를 취소하여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102조 제2항). 재량이 아니라 기속이므로 1주를 넘기면 되돌릴 방법이 없고, 취소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만 남습니다(같은 조 제3항). 앞의 계산이 끝나 있어야 이 1주 안에 매수신청을 감행할지, 보증금 조달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편 선순위 근저당권자가 이미 경매를 신청해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굳이 무잉여 위험을 안고 새로 신청할 것이 아니라 배당요구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거나(같은 법 제88조 제1항) 이중으로 경매를 신청해(같은 법 제87조 제1항) 그 절차에 올라타는 편이 낫습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부동산 한 곳에 매달리지 않고 다른 재산을 병행 추적하기
계산 결과 실익이 없다고 나왔다면, 그때부터 할 일은 포기가 아니라 표적을 바꾸는 것입니다. 부동산은 눈에 잘 띌 뿐, 회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재산인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1) 재산명시로 채무자가 스스로 재산을 내놓게 합니다.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으로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 있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에 재산명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61조 제1항). 다만 가집행선고가 붙은 판결에 기초해서는 신청할 수 없으므로, 확정을 기다릴지 여부부터 정리해야 합니다(같은 항 단서). 이 절차의 힘은 제재에 있습니다.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나오지 않거나 재산목록 제출 또는 선서를 거부하면 법원은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고(같은 법 제68조 제1항), 거짓 재산목록을 낸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같은 조 제9항). 연락을 끊고 버티던 채무자가 이 단계에서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2) 재산조회로 전산망 전체를 훑습니다.
재산명시절차를 거쳤는데도 소득이 없었다면 다음 단계는 재산조회입니다.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낸 재산목록만으로는 집행채권의 만족을 얻기에 부족한 경우, 또는 감치 사유나 거짓 목록 제출 사유가 있는 경우, 재산명시절차의 관할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개인의 재산 및 신용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금융기관·단체 등에 채무자 명의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74조 제1항). 신청할 때에는 조회할 기관·단체를 특정하고 비용을 미리 내야 하므로(같은 조 제2항), 예금·보험·증권·부동산·자동차 중 어디를 먼저 열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해 비용 대비 회수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조회합니다. 조회를 받은 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4항).
3) 드러난 재산에 즉시 압류를 걸고, 동시에 압박 수단과 시효를 관리합니다.
조회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무의미해집니다. 예금은 인출되고 급여 계좌는 바뀝니다. 그래서 회신을 받는 즉시 예금채권, 급여채권, 거래처에 대한 매출채권, 다른 곳에 살고 있다면 그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대상으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합니다. 이와 별도로, 금전 지급을 명한 집행권원이 확정된 후 6월 이내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위의 감치·거짓목록 사유가 있으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70조 제1항). 신용거래 전반에 영향을 주므로 사업을 계속하는 채무자에게는 실효적인 압박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므로(민법 제165조 제1항), 지금 당장 회수가 어렵더라도 만료 전에 시효를 중단시켜 두어야 나중에 선순위 대출이 상환되거나 부동산 가격이 오른 시점에 다시 집행할 권리가 살아 있습니다.
결론
등기부가 근저당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만으로 회수를 단념하는 것도, 반대로 계산 없이 경매부터 넣는 것도 모두 손해로 이어집니다. 채권최고액은 한도일 뿐이어서 실제 잔액은 훨씬 적을 수 있고, 그와 반대로 등기부에 보이지 않는 최우선변제금과 당해세가 배당표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방향의 오차를 모두 확인해야 비로소 실익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계산과 부동산 밖 재산의 추적은 순서가 아니라 병행이어야 합니다. 경매 결과를 기다리는 몇 달 사이 예금은 빠져나가고 재산은 이전됩니다. 채무자 명의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이 가득해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남을 가망이 있는지부터 계산해 보고 어떤 절차를 어느 순서로 걸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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