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보증금 못 받은 소기업 — 지급명령·조정으로 회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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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소송/집행절차

사무실 보증금 못 받은 소기업 — 지급명령·조정으로 회수하기 

김강희 변호사


사무실 보증금 못 받은 소기업 — 지급명령·조정으로 회수하기


사건 개요


사무실 임대차가 끝나 짐을 빼고 새 사무실로 옮겼는데, 정작 보증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대인은 "새 임차인이 들어오면 바로 주겠다", "지금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런데 그 돈에는 직원 급여와 새 사무실 잔금, 거래처 결제가 걸려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일수록 보증금 수천만 원이 한 달 운영자금 전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님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이 금액에 소송까지 해야 하느냐"입니다. 변호사 비용도 부담이지만, 판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고 대표가 직접 시간을 빼앗긴다는 점이 더 큽니다. 그래서 망설이는 동안 몇 달이 그냥 흘러가고, 임대인은 그 시간을 자기 편으로 씁니다.

그러나 사무실 보증금 반환은 사실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전형적인 금전 청구여서, 법은 정식 소송 말고도 독촉절차(지급명령)와 민사조정이라는 두 개의 간이 트랙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임대인이 금액 자체는 다투지 않고 시간만 끄는 유형이라면 지급명령이 가장 빠르고 저렴합니다. 반대로 원상회복비·연체차임·관리비를 이유로 금액을 깎으려는 유형이라면 조정이 훨씬 실효적입니다. 상대의 태도를 잘못 읽고 절차를 고르면 오히려 시간을 잃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판단의 갈림길이 되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보증금 반환채무가 이미 이행기에 도달했는지입니다. 임차인의 목적물 인도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서로 맞물려 있어, 사무실을 비워 넘겨주기 전에는 임대인이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36조). 둘째, 공제될 금액입니다. 보증금은 연체차임·관리비·원상회복비용 등 임대차에서 생긴 채무를 공제한 잔액만 돌려받는 돈이고, 임차인에게는 빌린 물건을 원상으로 회복해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654조, 제615조). 셋째, 임대인이 다툴 것인지입니다. 지급명령은 채무자가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하면 그 범위에서 효력을 잃고 소송으로 넘어갑니다(민사소송법 제470조, 제472조). 넷째, 들일 수 있는 비용과 시간입니다.

이 네 가지는 결국 "어느 절차로 갈 것인가"로 수렴합니다. 간이 절차는 상대가 다투지 않을 때만 빠릅니다. 그래서 신청 전에 임대인의 태도와 공제 주장을 먼저 파악해야 하고, 어느 트랙을 고르든 이의나 결렬이 나오면 그대로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도록 서면을 설계해 두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지급명령으로 가장 빠르게 집행권원 만들기


임대인이 금액은 인정하면서 "돈이 없다"고만 하는 사건이라면, 지급명령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1) 지급명령이 통하는 사건인지부터 가릅니다.

지급명령은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쓸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합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임대인이 잠적했거나 주소를 알 수 없다면 애초에 맞지 않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신청 전에 건물 등기사항증명서와 법인등기부로 임대인의 주소·법인 소재지를 확인해 둡니다. 관할은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 등 전속관할입니다(제463조). 송달이 되지 않아 법원에서 주소보정명령을 받으면 그때 소제기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므로(제466조 제1항, 제472조 제1항) 그동안의 시간이 버려지지 않습니다.

2) 사무실은 비우되, 권리는 남겨 두고 비웁니다.

보증금 반환은 목적물 인도와 맞물려 있으므로 사무실을 계속 점유하면 임대인의 항변을 부르지만, 그냥 비우면 이번에는 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으로 갖춘 대항력(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과 확정일자로 갖춘 우선변제권(제5조 제2항)을 잃습니다. 그래서 이사 전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등기를 마칩니다. 등기를 마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고, 이미 취득해 두었다면 그대로 유지되며 이후 사무실을 비워 대항요건을 잃더라도 소멸하지 않습니다(같은 법 제6조 제1항·제5항). 등기에 든 비용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8항). 다만 보증금에 월 차임의 100배를 더한 환산보증금이 지역별 기준(서울 9억 원, 과밀억제권역·부산 6억 9천만 원 등)을 넘으면 우선변제 규정은 적용되지 않으므로(같은 법 제2조, 시행령 제2조), 그때는 임대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로 대신합니다. 이와 함께 열쇠 반납, 인수인계 확인서, 관리사무소 확인, 이사 완료 사진으로 인도를 마쳤다는 사실을 날짜와 함께 남겨 둡니다.

3) 확정되면 곧바로 집행으로 넘어갑니다.

지급명령 신청서에 붙이는 인지액은 소장의 10분의 1입니다(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7조 제2항). 보증금 5,000만 원이면 소장 인지액은 23만 원이지만 지급명령은 2만 3천 원입니다. 임대인이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고(민사소송법 제474조), 집행문을 따로 받을 필요 없이 정본만으로 강제집행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58조 제1항). 임대인의 예금채권이나 다른 임차인에 대한 차임채권을 압류·추심하고, 건물에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단계로 바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다만 확정된 지급명령에는 기판력이 없어 임대인이 청구이의의 소로 다툴 여지가 남고(같은 조 제3항), 이의가 들어오면 소송으로 이행되면서 인지 보정 명령이 뒤따릅니다(민사소송법 제473조 제1항). 그래서 신청서는 처음부터 소장 수준의 청구원인과 증거로 씁니다. 보증금이 3,000만 원 이하라면 소액사건이므로, 소를 제기해 이행권고결정을 받는 길도 함께 검토합니다(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3, 제5조의7, 제5조의8).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조정으로 공제 다툼을 한 기일에 정리하기


임대인이 "원상회복이 안 됐다", "관리비가 밀렸다"며 금액을 깎으려 든다면 지급명령을 넣어도 이의로 소송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사건은 조정으로 접근합니다.

1) 공제 주장을 반박할 자료를 기일 전에 완성합니다.

원상회복의무는 임차인이 설치한 것을 걷어내고 넘겨받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지, 통상적인 사용으로 생긴 손모까지 새것처럼 만들어 주는 의무가 아닙니다(민법 제654조, 제615조). 그래서 입주 당시 사무실 사진, 인테리어 도면, 인수인계서로 '넘겨받은 상태'를 먼저 특정합니다. 임대인이 내미는 원상회복 견적서에 대해서는 같은 공사 범위로 두세 곳의 견적을 받아 금액을 대조하고, 관리비와 연체차임은 청구서·이체내역으로 월별 정산표를 만들어 다툼 없는 금액과 다투는 금액을 분리합니다. 조정기일에 조정담당판사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주장이 아니라 이 정산표와 대조표입니다.

2) 조서에 '집행할 수 있는 문장'을 남깁니다.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하고(민사조정법 제28조),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제29조). 조정조서 자체가 집행권원이 된다는 뜻이므로, "형편이 되는 대로 주겠다"는 식의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급 기일과 금액을 날짜로 특정하고, 분할 지급이라면 2회 이상 연체 시 기한의 이익을 잃고 잔액을 일시에 지급한다는 조항과 그때의 지연손해금률을 함께 넣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약정이 없으면 민사 연 5%(민법 제379조), 상행위로 인한 채무는 연 6%(상법 제54조)가 기준이므로, 협상에서는 이보다 높은 이율을 조건으로 걸어 이행을 압박하는 설계가 가능합니다.

3) 상대가 나오지 않거나 결렬돼도 절차가 죽지 않게 만듭니다.

조정신청 수수료는 인지액 산출 기준의 10분의 1이고, 전자문서로 제출하면 그 90%입니다(민사조정규칙 제3조 제1항) — 5,000만 원 사건이면 2만 3천 원, 전자 제출 시 2만 700원입니다. 임대인이 기일에 나오지 않더라도 조정담당판사가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고(민사조정법 제32조, 제30조), 조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가 없으면 그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제34조 제1항·제4항). 이의가 들어오더라도 조정신청을 한 때에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 인지만 보정하고 소송으로 이어집니다(제36조). 또 조정신청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지만, 신청을 취하하면 1개월 안에 소를 제기해야 중단 효력이 유지됩니다(제35조). 보증금 반환채권의 시효는 일반 민사채권이면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이나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 보면 5년(상법 제64조)이 문제 될 수 있어, 오래 끌어온 사건일수록 시효 관리가 함께 필요합니다.


결론


소기업에 진짜 부담이 되는 것은 변호사 비용보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입니다. 지급명령과 조정은 바로 그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마련된 절차이고, 인지액도 소장의 10분의 1 수준에서 시작합니다. 다만 두 절차 모두 상대가 이의하면 그 시점에 소송으로 옮겨 가므로, 처음부터 소송이 되어도 무너지지 않을 서면과 증거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순서가 결과를 가릅니다. 사무실을 비우기 전에 임차권등기를 마치고, 인도 사실과 원상회복 상태를 기록으로 남기고, 공제 주장에 대한 반박 자료를 갖춘 다음에 신청서를 내는 것입니다. 지금 임대인이 미루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면, 어느 트랙으로 갈지와 무엇을 먼저 남겨 두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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