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명의로 향정을 처방했다면 — 대리처방 요건과 면허 위험
가족 명의로 향정을 처방했다면 — 대리처방 요건과 면허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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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명의로 향정을 처방했다면 — 대리처방 요건과 면허 위험 

김강희 변호사


가족 명의로 향정을 처방했다면 — 대리처방 요건과 면허 위험


사건 개요


개원의로 오래 진료해 온 의사가 어느 날 보건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서나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서를 받고 상담을 청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유는 대개 한 줄입니다. "가족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이 반복 처방된 내역이 확인되었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몇 년 전 어머니의 불면과 불안을 위해 직접 약을 내어 드렸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처방이 수십 회 누적된 데이터로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이런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로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투약 내역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되어 그대로 축적되고, 여기에서 특정 의료기관·특정 처방자의 이상 패턴이 사후에 추출됩니다. 처방 당시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표면화될 무렵이면 이미 수년 치 처방이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가족 명의의 처방이 그 자체로 곧 범죄인 것은 아닙니다. 의료법은 일정한 요건 아래 가족이 환자를 대신해 처방전을 받아 가는 대리수령을 명문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요건 밖으로 한 발만 나가면, 의료법·마약류관리법·진료기록 관련 규정이 동시에 걸리고, 그 결과가 벌금에서 끝나지 않고 면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명의자를 실제로 진찰했는가입니다.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둘째, 대리수령의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가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① 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②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하여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하여, 직계존비속·배우자·배우자의 직계존속·형제자매 등 대통령령이 정한 사람에게 처방전을 교부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습니다.

셋째, 그 약을 실제로 복용한 사람이 누구인가입니다. 명의자가 아니라 처방한 의사 본인이나 제3자가 복용했다면 사안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마약류관리법 제30조 제2항은 총리령으로 정하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을 자신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하여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2025년 2월 7일 시행), 제32조 제2항은 처방전에 환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도록 정하고 있어 명의를 달리 적은 사실 자체가 별도의 문제로 다루어집니다.

넷째, 진료기록부가 사실대로 남아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는 단순히 유무죄만 가르지 않습니다. 어느 조문으로 의율되느냐에 따라 법정형이 1년 이하에서 5년 이하까지 달라지고, 선고되는 형종이 벌금이냐 금고 이상이냐에 따라 면허 존속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방어는 처음부터 형사와 행정을 한 몸으로 놓고 설계해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대리처방의 경위를 법정 요건에 맞추어 복원하기


실제로 가족이 환자였고 그 가족이 약을 복용했다면, 이 사건은 '명의를 빌린 처방'이 아니라 '요건을 갖춘 대리처방'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다만 그 주장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세워야 합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처방 경위를 복원합니다.

1) '직접 진찰'이 있었다는 사실을 진료기록으로 재구성합니다.

여기서 다행인 지점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법의 '직접 진찰'이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이 아니면 모두 위법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 즉 전화 등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의사가 스스로 진찰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진 시점의 문진 내용, 상병명, 증상 변화에 따른 용량 조절 경과, 처방 간격의 일관성을 시계열로 정리해 "진찰의 실질이 있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반대로 아무런 진찰 없이 이름만 올려 발급한 경우라면 이 축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무리한 주장 대신 다른 축으로 방향을 옮기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2) 제17조의2 제2항의 두 예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특정하고 증거로 채웁니다.

"어머니가 편찮으셨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 번째 예외를 주장한다면 거동이 현저히 곤란했다는 사실과 동일 상병에 대한 장기간 동일 처방이라는 두 요소를 각각 증명해야 합니다. 전자는 진단서·소견서,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입소 기록, 장기요양등급 판정 자료, 낙상·수술 이력, 같은 기간 다른 의료기관 통원 기록이 없다는 점으로 채웁니다. 후자는 상병코드와 처방 품목·용량이 장기간 변동 없이 유지되었다는 처방 이력 자체가 가장 강한 증거가 됩니다. 아울러 대리수령자가 시행령이 정한 관계(직계존비속,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에 속한다는 점은 가족관계증명서로 즉시 확정해 둡니다.

3) 대리수령 절차 서류의 결손을 정직하게 정리합니다.

대리수령은 대리수령자의 신분증, 환자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대리수령 신청서 등 보건복지부령이 정한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 상담에서는 이 서류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서류를 뒤늦게 만들어 채워 넣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선택입니다. 대신 서류가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관계와 거동 곤란이라는 실체적 요건은 객관 자료로 충족되어 있었다는 구조로 정리합니다. 절차 위반과 실체 위반은 비난 가능성이 다르고, 이 구분이 처분 수위와 양형에서 실제로 작동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죄명 구성과 면허 위험을 한 축으로 묶어 방어하기


의사에게 이 사건의 본질적 위험은 벌금 액수가 아니라 면허입니다. 그리고 면허는 어느 조문으로 기소되어 어떤 형종을 선고받느냐로 갈립니다. 그래서 김강희 변호사는 처음부터 다음을 함께 설계합니다.

1) 마약류관리법 제30조 제2항(자가처방)의 적용 여부를 가장 먼저 다툽니다.

이 조항이 붙으면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올라갑니다(마약류관리법 제61조 제1항). 반면 의료법 제17조의2 위반은 제89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방전 거짓 기재는 제64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그런데 자가처방 금지는 모든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라 총리령으로 정한 품목(프로포폴 등)에 한정되고, '자신을 위하여' 발급했을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따라서 처방 품목이 지정 품목에 해당하는지, 실제 복용자가 누구였는지, 처방 시점이 시행일 이후인지를 하나하나 확인해 이 조항이 무리하게 확장 적용되지 않도록 다툽니다.

2) 처방전 기재와 진료기록의 '거짓' 여부를 분리해 방어합니다.

마약류관리법 제32조 제2항은 처방전에 환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도록 하고, 이를 거짓으로 기재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한 경우 제64조로 처벌합니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의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은 이보다 무거워 제8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거짓'이 결과의 부정확성이 아니라 사실과 다르다는 인식을 전제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진료가 있었고 기재가 소략하거나 부정확했을 뿐이라면 그 경위를 상세히 밝혀 거짓 작성의 고의를 다투고, 반대로 명의만 빌린 사실이 명백한 부분은 조기에 정리해 나머지 쟁점에서 신뢰를 확보합니다.

3) 형종을 벌금형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를 면허 방어로 취급합니다.

2023년 11월 20일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은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하고(의료법 제8조 제4호부터 제6호),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되면 제6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면허가 필요적으로 취소됩니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처방 총량과 기간, 치료 목적성, 전매나 유통 정황의 부재, 조사 개시 후의 자진 시정, 필요한 경우 의존 치료 이력까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정리해 벌금형 선에서 종결되도록 하는 것이 이 사건 방어의 실질적 목표가 됩니다. 덧붙여 의료법 제8조 제2호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별도의 결격사유로 두고 있으므로, 본인 복용이 문제된 사안이라면 치료와 단약 경과를 함께 소명해 두어야 합니다.


결론


가족 명의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은 요건 안에 있으면 법이 허용한 대리처방이고, 요건 밖으로 나가면 의료법과 마약류관리법이 동시에 적용되는 사건이 됩니다. 그 갈림길은 조사 단계의 해명이 아니라 처방 시점에 남겨 둔 기록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료 제출 요구서를 받은 시점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기록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사후에 진료기록을 손대는 순간, 원래 없던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이라는 새로운 혐의가 만들어지고, 그 혐의는 법정형이 더 무거워 면허 위험을 오히려 키웁니다. 지금 처방 내역에 대한 확인 요구를 받으셨다면, 남아 있는 자료로 어디까지 설명되고 어디부터 다투어야 하는지 그 경계를 먼저 정리한 뒤 대응 순서를 잡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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