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를 용서했다면 이혼은 못 하나요 — 6개월 제척기간
사건 개요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곧바로 이혼을 결심하는 분은 오히려 드뭅니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양가 부모가 알면 감당이 안 되고, 당장 살 집과 생활비가 걸려 있습니다. 배우자는 무릎을 꿇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를 씁니다. 그렇게 한 번 덮고 지나갑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도 그날의 장면은 사라지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그때가 되살아나 결국 "이제는 정말 못 살겠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 시점에 상담을 청해 오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질문은 대개 같습니다. "그때 용서했으니 이제 와서 이혼은 못 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인터넷에서 '6개월이 지나면 끝난다'는 말을 보고 이미 포기 상태로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정으로만 보면 억울한 이야기입니다. 참고 견딘 사람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외도를 한 번 용서했다는 사정이 이혼의 문을 영구히 닫아 버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청구를 세우는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법은 '그 외도를 이유로 한 이혼청구'에 기간의 벽을 세워 두었을 뿐이고, 그 벽 바깥에 남아 있는 길이 따로 있습니다. 문제는 그 길로 갈 수 있는지가 참고 지낸 기간 동안 무엇을 남겨 두었는가에 따라 갈린다는 점입니다.
핵심 쟁점
민법 제841조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제840조 제1호)를 이유로 한 이혼청구권에 대해, 다른 일방이 사전동의나 사후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로부터 6월·그 사유 있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법이 말하는 '안 날'이 정확히 언제인가. 둘째, 그때 배우자를 받아들인 행동이 법적 의미의 '용서'에 해당하는가. 셋째, 그 부정행위가 한 번으로 끝났는가 아니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가. 넷째, 제1호가 막히더라도 제840조 제6호와 상간자에 대한 청구가 남아 있는가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이 기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라는 점입니다. 소멸시효처럼 중단이나 정지가 없고, 상대방이 굳이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직권으로 살펴 기간이 지났으면 그 사유로는 더 다툴 수 없게 됩니다. 협상을 이어 가느라, 혹은 마음을 정하지 못해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은 감정을 정리하는 일보다 시계를 정확히 세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6개월의 시계를 다시 세우고 '용서'로 읽힐 틈을 막기
상대방 대리인이 가장 먼저 꺼내는 카드가 "이미 알고 용서했고 6개월도 지났다"는 항변입니다. 이 항변은 사실관계를 어떻게 세워 두었느냐에 따라 힘이 크게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시점과 의사를 재구성합니다.
1) '안 날'을 확정적 인식 시점으로 특정합니다.
법이 말하는 '안 날'은 막연히 의심이 든 날이 아니라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날입니다. 배우자가 자백한 날, 상간자와 대면한 날, 숙박 예약 내역·카드 사용내역·메신저 대화를 실제로 확보한 날이 그 후보가 됩니다. 상대는 이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려고 "훨씬 전부터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다툽니다. 그래서 의심 단계에서 오간 대화와 확증을 잡은 시점을 시간순으로 분리해 정리하고, 문자 발신 일시·통화기록·파일 저장 일시처럼 사후에 조작하기 어려운 흔적으로 그 경계를 뒷받침합니다. 6개월의 시작점이 한 달만 뒤로 잡혀도 결론이 뒤집히는 사건이 실제로 있습니다.
2) 재발한 부정행위는 별개의 이혼사유임을 세웁니다.
부정행위는 개개의 행위마다 별개의 이혼사유가 됩니다. 따라서 작년의 외도를 용서했더라도 그 뒤 다시 있었던 만남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유이고, 기간도 그 새 행위를 기준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더 나아가 관계가 끊기지 않고 이혼청구 시점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기간 경과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대법원도 배우자가 부첩관계를 계속 유지해 그 상태가 이혼청구 당시까지 존속한 사안에서, 이혼청구권이 제척기간 경과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6므1434 판결). 그래서 각서 이후의 연락 재개, 계좌이체, 동선 겹침 같은 '현재진행'의 정황을 확보하는 것이 실무의 핵심 작업이 됩니다.
3) 과거에 참았던 일이 '용서'로 굳어지지 않도록 선을 긋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용서는 부정행위를 알면서도 혼인을 계속하겠다는 확정적·자발적 의사표시를 뜻합니다.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그 의사가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므로, 아이 때문에 일단 넘어갔다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집을 나가지 못한 정도를 곧바로 용서로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판례는 본처의 묵인이나 용서를 장래의 부첩행위에 대한 동의로까지 해석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각서가 있다면 문구가 결정적입니다. "재발 시 모든 책임을 진다"처럼 조건이 붙어 있는지, 아니면 일체의 청구를 포기한다는 취지인지에 따라 방향이 갈리므로 원본을 그대로 확보해 검토합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6개월이 지난 뒤에도 남아 있는 두 갈래 길
기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되는 사건이라도 상담을 그대로 끝내지는 않습니다. 제841조가 닫는 문은 하나뿐이고, 옆에 열려 있는 문이 두 개 더 있기 때문입니다.
1) 청구원인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옮깁니다.
제841조가 막는 것은 제840조 제1호(부정한 행위)를 원인으로 한 이혼청구일 뿐입니다. 용서 이후에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파탄에 이르렀다면 제840조 제6호를 원인으로 이혼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주장의 초점은 지난 외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의 사정으로 옮겨 갑니다. 각서를 어긴 정황, 상간자와의 연락 재개, 장기 별거, 생활비 중단, 반복된 폭언과 무시 같은 사실이 그것입니다. 지난 외도는 파탄의 출발점을 설명하는 배경으로 배치하고, 그 뒤 회복 시도가 무산된 경위를 시간순으로 세우는 방식입니다. 다만 제6호 사유에도 안 날로부터 6월, 사유 있은 날로부터 2년의 제척기간이 있으므로(민법 제842조), 파탄 상태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세워야 합니다.
2)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는 별개의 시계로 관리합니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해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한 것은 그 자체로 불법행위이고, 배우자와 제3자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부정행위'를 간통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아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포함시켰습니다. 이 청구는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가능하고,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입니다(민법 제766조). 즉 이혼청구의 6개월과는 아예 다른 시계가 돕니다. 배우자를 용서했다는 사정이 곧 상간자에 대한 청구권 포기가 되지는 않지만, 재결합 경위는 위자료 액수 산정에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간자 측은 "만남 당시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되어 있었다"고 다투는 것이 보통이므로 — 같은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미 회복할 수 없이 파탄된 뒤의 관계라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 그 무렵 동거 여부, 생활비 지급, 가족 행사 참석 같은 혼인이 유지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를 미리 갖춰 둡니다.
3) 두 청구의 순서와 시점을 하나의 일정표로 묶습니다.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청구권은 그 확정·평가 시점이 최종적인 이혼 시점이어서 시효도 혼인이 해소된 때부터 진행하는 반면, 상간자에 대한 청구는 안 날부터 이미 3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시계가 셋인데 시작점과 길이가 제각각인 셈입니다. 그래서 상간자 소송을 먼저 제기해 사실관계를 확정할지, 이혼 청구와 함께 진행할지, 별거를 언제부터 기록으로 남길지를 하나의 일정표에 올려놓고 역산해 결정합니다. 상대와의 대화로 해결해 보겠다며 시간을 보내다 가장 짧은 시계가 먼저 멈추는 경우가 실무에서 가장 흔한 손실입니다.
결론
한 번 용서했다는 사실이 이혼의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용서 이후를 어떻게 지냈는지가 남아 있는 길의 폭을 정합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견딘 시간은 나중에 '혼인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로만 읽히기 쉽습니다. 참았다는 사실과 용서했다는 사실은 법에서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데, 그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은 결국 그 시기에 남긴 기록입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확증을 잡은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각서나 대화에 어떤 문구가 남아 있는지, 그 이후 연락이 다시 이어진 정황은 없는지, 별거와 생활비 중단은 언제부터인지입니다. 기간이 지났다는 말을 듣고 단념하기 전에, 어느 청구가 아직 살아 있고 어느 시계가 먼저 멈추는지부터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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