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부풀린 대출에 연루됐다면 — 공모 부인과 심사 소명
사건 개요
은행이나 저축은행, 캐피탈의 여신 창구에서 일하던 직원이 어느 날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는 말을 듣지만, 조사실에 앉는 순간 질문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대출 브로커가 먼저 검거되어 그가 손댄 건들이 거꾸로 훑어지는 중이고, 그 브로커가 물어 온 대출이 유독 그 직원의 결재선에 몰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담보로 잡힌 부동산의 감정가가 실제 시세보다 한참 높게 나왔고, 대출은 그 감정가를 기준으로 실행됐습니다.
직원의 입장은 대개 같습니다. 감정평가는 외부 감정평가법인이 한 것이고, 자신은 그 평가서와 서류를 규정대로 검토해 올렸을 뿐이며, 브로커와는 업무상 알게 된 사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던지는 물음은 다릅니다. "왜 하필 그 건들이 당신에게 몰렸느냐", "시세와 그렇게 벌어진 감정가를 정말 몰랐느냐"는 질문 앞에서, 성실하게 일했다는 해명은 좀처럼 힘을 갖지 못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감정가가 부풀려졌다는 사실만으로 담당 직원이 곧바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것은 감정가의 높낮이가 아니라 그 직원에게 공모의 의사가 있었는지, 그리고 여신 심사자로서의 임무를 저버렸는지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자백이 없는 한 정황으로 추인됩니다. 그래서 방어의 본질은 "나는 몰랐다"는 진술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추인의 재료가 된 정황들을 하나씩 다른 사실로 대체하는 일입니다.
핵심 쟁점
이런 사건에서 실제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직원에게 브로커와의 공모의사가 있었는지입니다.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순히 브로커를 알고 지냈다거나 그가 가져온 건을 처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공모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둘째, 여신 심사 임무의 위배가 있었는지입니다. 셋째,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입니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하여 금품을 받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수재죄가 따로 성립하고, 이는 배임과 별개로 무겁게 다루어집니다. 넷째, 손해액과 이득액의 규모입니다.
이 네 가지는 형량 구조와 직결됩니다. 업무상배임은 형법 제356조로 10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로 넘어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됩니다. 즉 공모 인식을 다투는 축과 금액을 다투는 축이 함께 움직여야 결과가 달라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1]: 공모의 인식을 '정황' 아닌 '사실'로 깨기
가장 먼저 무너뜨려야 할 것은 "그 자리에 있었으니 알았을 것"이라는 추론입니다. 이 추론은 조사 초기에 형성되어 이후 모든 질문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늦게 반박할수록 비용이 커집니다. 이런 사건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 순서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합니다.
1) 공모는 '접촉'이 아니라 '의사의 결합'임을 실제 처리 이력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않은 사람을 공동정범으로 삼으려면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지 않고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로커와 통화한 횟수보다 결정적인 것은, 그가 물어 온 건들을 그 직원이 어떻게 처리했는가입니다. 소개받은 건 가운데 보완 요구를 하거나 반려·부결한 건이 상당수 존재한다면, 이는 "짜여 있었다"는 그림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접수·심사 이력을 건별로 전량 뽑아 승인율과 반려 사유를 표로 정리하는 작업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2) 대가관계의 부존재를 먼저 열어 보입니다.
공모를 인정하게 만드는 가장 강한 정황은 돈입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5조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직무에 관해 금품을 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수수액이 커지면 형이 단계적으로 뛰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이면 7년 이상, 1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되며 수수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까지 병과됩니다. 그래서 수수 사실이 없다면 본인·배우자 명의 계좌 거래내역을 문제된 대출 시기 전후로 넉넉히 잡아 자진 제출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감출수록 자금 추적이 길어지고, 그 기간 자체가 의심의 근거로 쓰입니다.
3) '승인 당시 보였던 정보'로 인식 시점을 되돌립니다.
수사와 재판은 사후에 이루어지므로, 지금 보면 명백한 것도 그때는 보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배임의 고의는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지만, 그 인식은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승인 당시 전산에 올라와 있던 감정평가서·등기사항증명서·소득 증빙과, 같은 시기 인근 유사 물건의 감정가·실거래가를 나란히 놓습니다. 당시 감정가가 그 시점의 다른 평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지금 드러난 시세 괴리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나 브로커의 서류 조작 때문이지 직원의 인식 때문이 아니라는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김강희 변호사의 해결방법 [2]: 심사 절차의 정상성과 손해액을 함께 소명하기
공모가 부정되어도 임무위배가 남으면 업무상배임의 위험은 그대로입니다. 반대로 절차를 지켰다는 사실이 문서로 서면 공모 인식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이 단계에서 김강희 변호사는 다음을 챙깁니다.
1) 여신 규정을 따라간 흔적을 시스템 기록으로 복원합니다.
"규정대로 했다"는 말은 증거가 아닙니다. 감정평가법인을 누가 선정했는지(차주나 브로커가 지정한 곳인지, 금융회사 순번표에 따른 곳인지), 담보인정비율과 여신 한도를 내규대로 적용했는지, 결재선에 심사역과 상급자가 있었는지, 여신위원회 부의 대상이었는지를 내규·품의서·전산 로그로 하나씩 맞춥니다. 특히 감정평가법인 선정 권한이 직원에게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감정가 조작에 관여할 구조적 여지 자체가 좁아집니다.
2) '임무 위배'와 '판단 착오'를 가릅니다.
법원은 경영상 판단에 관하여,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대상 사업의 내용, 손실과 이익의 개연성 등을 종합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아래 이루어진 의도적 행위인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어의 축은 결과가 나빴는지가 아니라 내규가 요구한 검토를 실제로 거쳤는지입니다. 현장 확인, 임대차 조사, 상환능력 심사 기록이 남아 있다면 이는 착오였을 뿐 위배가 아니라는 주장의 토대가 됩니다.
3) 손해액과 이득액을 다투어 가중처벌 문턱을 관리합니다.
부실대출 사건에서 손해액은 자동으로 대출금 전액이 되지 않습니다. 물적 담보가 제공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대출금과 담보가치의 차액이 손해로 산정되고, 담보가 사실상 무의미하거나 회수 가능성이 없었다고 평가될 때 전액이 손해가 됩니다. 따라서 담보 부동산의 실제 처분가, 경매 배당액, 이미 상환된 원리금, 연대보증인의 자력을 모두 반영해 금액을 재계산해야 합니다. 이 작업으로 5억 원이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경계선 아래로 내려가면, 적용 법조와 형량 범위 자체가 바뀝니다.
결론
브로커가 검거되면 그가 취급한 대출은 예외 없이 역추적되고, 창구에 있던 직원은 가장 먼저 설명을 요구받는 자리에 서게 됩니다. 이때 "나는 규정대로 했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수사기관이 이미 확보한 통신·계좌 자료 위에서 그 진술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 어긋남 자체가 공모의 정황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의 결과를 가르는 것은 결백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처리 이력·자금 흐름·심사 기록이라는 세 갈래의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빠짐없이 갖추어 내놓았는가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첫 조사에서 어떤 진술이 조서에 남았는지에 따라 힘이 달라집니다. 지금 브로커 관련 대출 건으로 연락을 받으셨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어떤 순서로 설명해야 할지 한 번 점검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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