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법적 쟁점 중 하나는 단연 '스토킹처벌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법은 2021년 10월에 시행된 비교적 새로운 법률이지만, 법이 제정된 이후 법원에서는 스토킹 범죄의 성립 범위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한층 더 넓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무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그냥 전화 몇 통 한 것뿐인데 스토킹이 되나요?, 피해자가 무서워하지도 않았는데 처벌을 받나요?"라며 사안을 안일하게 보시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의 주요 판결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생각은 매우 위험한 오해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스토킹 범죄의 핵심 지표가 되는 대법원의 대표적인 두 가지 판결을 알기 쉽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피해자가 "안 무서워요"라고 해도 스토킹은 성립한다!
스토킹 범죄를 두고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스토커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실제로 공포심에 벌벌 떨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법원(2023도6411 판결)은 스토킹범죄가 '위험범(危險犯)'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위험범'이란, 실질적인 피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볼 때 그러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범죄를 뜻합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스토킹범죄는 행위자의 어떠한 행위를 매개로 이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킴으로써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자유 및 생활형성의 자유와 평온이 침해되는 것을 막고 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구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현실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일련의 스토킹행위가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가해자는 전 배우자였고 피해자는 "아이들 아빠라 익숙해서 무섭지 않았다"거나 "술 안 마셨을 때는 괜찮았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의 이러한 주관적 반응이나 '담대함'을 근거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내 아이들의 아버지니까 괜찮다"고 말하더라도, 법원은 그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면 범죄로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가해자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얼마나 위험한가'가 핵심이지, 피해자가 얼마나 강인하게 버텼는가는 본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인지 판단해야 하는데요. 대법원 판례는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의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지위·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 태양,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의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받지 않은 전화, 휴대전화 화면에 남은 '부재중' 표시도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
가해자들이 가장 안일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통화 성립 여부'입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았으니 아무런 정보도 전달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법원(2022모1830 결정)의 시각은 훨씬 냉철합니다.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수신(통화)' 행위가 아니라, 가해자가 보낸 정보가 피해자의 영역에 '도달'했는지 여부입니다. 가해자가 전화를 걸면 발신 정보는 기지국을 거쳐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나 '부재중 전화' 문구로 변형되어 나타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이미 법적으로는 정보를 '도달'하게 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즉, 전화벨이 울리는 그 0.1초의 순간에 범죄는 이미 완성되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행위자가 전화를 걸어... 정보의 전파가 기지국, 교환기 등을 거쳐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후 그러한 정보가 벨소리, 발신번호 표시, 부재중 전화 문구로 변형되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면...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은 개인의 가장 사적인 공간입니다. "안 받았으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기술적 무지이자 오만입니다. 가해자의 번호를 차단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부재중 전화' 기록이 남게되고, 이 자체로 피해자의 일상을 잠식하는 불안감, 공포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마치며 – 일상을 지키는 법의 패러다임 변화
최근의 대법원 판결들은 우리 사회 스토킹 처벌의 패러다임을 '사후 피해 구제'에서 '사전 위험 방지'로 완전히 전환시켰습니다. "내가 무심코 한 연락이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무너뜨리는 범죄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이 던진 이 엄중한 메시지는 가해자에게는 강력한 경고를, 피해자에게는 든든한 법적 테두리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킹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이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시행된 지 수년밖에 되지 않아 지금 이 순간에도 법원의 구체적인 해석과 새로운 중요한 법리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신 판례 흐름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전문가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추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잠정조치 신청 및 기간 만료 전 연장 청구 등 까다로운 보전 절차를 완벽히 관리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라면, 본인의 행위가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전후 맥락과 증거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논리적으로 소명하되, 섣부른 부인이나 감정적 대응은 오히려 중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토킹 범죄는 유죄 판결 시 실형뿐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 취업 제한 등 삶 전반에 치명적인 부수적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일상과 권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은 전문가와 함께 걷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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