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는 되고 강아지는 안 되는 이유
– 동물학대로 처벌되는 ‘동물’의 범위, 어디까지일까요
“이웃이 우리 강아지를 발로 찼는데 고소가 될까요?”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손질했는데, 누가 동물학대라며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가게에서 산낙지를 산 채로 썰어 파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동물학대 관련 상담을 받다 보면 위와 같은 질문을 자주 접합니다. 세 질문의 결론은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을 가르는 것은 ‘얼마나 잔인했는가’가 아니라, 놀랍게도 ‘그 대상이 동물보호법이 말하는 동물에 해당하는가’라는 아주 앞단의 문제입니다.
1. 동물학대 사건의 출발점은 ‘정의규정’입니다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유기하는 행위 등 각종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97조에 따라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가 제1항, 상해를 입힌 경우가 제2항에 해당하는 식으로 행위 유형에 따라 법정형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동물’은 일상용어와 같지 않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는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① 포유류, ② 조류, ③ 파충류·양서류·어류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단순한 용어 설명이 아닙니다. 학대죄의 구성요건 그 자체입니다. 대상이 법률상 ‘동물’이 아니라면, 행위가 아무리 참혹하더라도 동물보호법위반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이 조항을 먼저 짚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첫 번째 관문 – 척추가 있는가
현행법은 척추동물만을 보호대상으로 삼습니다. 그 결과 다음 동물들은 아무리 잔혹하게 다루어져도 동물보호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 문어, 오징어, 낙지 등 두족류
· 게, 바닷가재 등 갑각류
· 벌, 나비, 메뚜기 등 곤충류
그런데 자연과학의 연구 결과는 조금 다른 방향을 가리킵니다. 문어가 고통스러웠던 환경을 기억하고 그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연구, 갑각류와 십각류도 통증을 느낀다는 연구, 서양뒤영벌이 설탕물 농도가 낮더라도 열이 가해지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는 실험 결과 등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고통과 보상을 비교형량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아프리카의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척추가 있음에도 특정 자극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포유류도 존재합니다. ‘척추가 있다 = 고통을 느낀다’는 등식이 자연계에서 정확히 성립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 스위스, 인도, 독일 등은 보호대상 동물에 무척추동물을 일부라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3. 두 번째 관문 –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가
두 번째 걸림돌은 시행령에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시행령 제2조는 파충류·양서류·어류를 보호대상에 포함시키면서도, 단서에서 “식용(食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포유류·조류 : 식용 여부를 불문하고 보호대상 (소, 돼지, 닭도 포함)
· 파충류·양서류·어류 : 식용 목적이면 보호대상에서 제외
실무상 이 단서는 상당한 파급력을 갖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사례를 보면, 검찰은 시위 과정에서 살아있는 어류를 바닥에 내던져 죽게 한 사안에 대해 해당 어류가 식용 목적으로 관리·사용되던 것이라는 이유로 동물보호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고, 축제에서의 맨손잡기 행위 역시 ‘식용 목적의 행사’라는 이유로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이 판단기조에 따르면 식용 목적인지는 그 종(種) 전체가 아니라 문제된 개체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뒤집어 말하면, 원래 식용으로 잘 쓰이지 않는 파충류·양서류라도 취식할 목적으로 포획·사육되는 순간 동물보호법의 보호 밖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현재의 법문상 다른 해석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4. 사건에서는 이렇게 갈립니다
피해를 입어 고소를 준비하시는 경우
대상이 법률상 동물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어떤 학대 유형(제10조 제1항부터 제5항까지)에 포섭되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진료기록, 사체 부검, CCTV·휴대전화 영상 등 초기 증거 확보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보호법위반으로 조사를 받게 되신 경우
대상적격(법률상 동물인지), 고의,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의 존부, 학대 유형의 특정, 다른 죄와의 죄수관계 등 다툴 지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최근 동물학대 사건은 여론의 관심이 높아 초기 진술의 무게가 큽니다. 조사 전에 사실관계와 법리를 정리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이 주제를 연구해 온 변호사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동물보호법상 동물의 범위에 관한 일고」라는 논문으로 정리하여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논총』 제40집 제1호(2023)에 게재하였습니다. 논문에서는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와 시행령 제2조의 해석론을 전개한 뒤, 척추의 유무보다는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능력인 쾌고감수성(sentience)을 단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며, 세부적인 보호대상 범위는 시행령·시행규칙에 위임하되 이를 심의할 독립 기구를 두어야 한다는 입법론을 제시하였습니다.
동물학대 사건은 감정이 앞서기 쉬운 영역이지만, 형사절차에서는 결국 조문과 증거로 판가름납니다. 정의규정 한 줄이 기소와 불기소를 가르는 사건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고소를 준비하시든 조사를 앞두고 계시든, 사실관계를 먼저 정확히 정리하는 것에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베테랑 공동대표변호사 윤영석 (법학박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민사법 전문변호사 / 한국법무보호복지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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