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부동산에 원인무효 등기가 발견되면 공유자라면 누구나 나서서 말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3년 판결을 통해 이 원칙에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원인무효 등기로 인해 실제로 자신의 지분이 침해된 공유자만 보존행위로서 말소를 구할 수 있고, 침해되지 않은 다른 공유자는 나서서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구분을 모른 채 소송부터 제기하면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유물 보존행위의 의미부터 지분 침해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각 상황에서 실제로 누가 청구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공유물 보존행위란 — 협의 없이 단독으로 나설 수 있는 이유
민법 제265조는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한다. 그러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보존행위란 공유물의 멸실·훼손을 방지하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사실적·법률적 행위를 뜻합니다. 무단 점유자를 상대로 한 인도청구, 불법건축물 철거요구, 원인무효 등기의 말소청구 등이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보존행위를 다른 공유자와 협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할 수 있게 허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보존행위는 대체로 긴급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가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과반수 결의를 기다리다가 권리 자체가 소멸되거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법은 신속한 대응을 우선시한 것입니다. 다만 이 예외는 어디까지나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행위라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이 전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단독 청구권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 이번 판례의 핵심입니다.
보존행위를 공유자 단독으로 허용한 이유는 그것이 긴급하고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 이 전제가 깨지는 순간 단독 청구권도 함께 사라진다.
보존행위로 인정되는 범위는 판례를 통해 조금씩 구체화되어 왔습니다. 무단으로 공유물을 점유한 제3자에 대한 인도청구, 무허가 건축물의 철거요구, 등기부상 실체와 맞지 않는 부분의 정정 요구 등은 그 결과가 공유자 전원의 소유관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어서 폭넓게 보존행위로 인정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그 행위가 실질적으로 특정인 한 사람의 권리만을 회복시키는 결과로 귀결된다면, 형식은 공유물에 관한 것이라도 더는 '전원의 이익'이라는 전제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원인무효 등기의 말소청구를 둘러싼 최근 판례의 흐름은 바로 이 지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원인무효 등기, 공유자 1인이 전부 말소를 구할 수 있다는 전통적 법리
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52870 판결을 비롯한 다수의 판례는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원칙을 확립해 왔습니다. 부동산 공유자 중 1인은 그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 명의로 원인무효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는 경우,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제3자를 상대로 그 등기 전부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등기부상 공유물 전체가 제3자 앞으로 잘못 넘어간 경우라면, 그 등기는 공유자 전원의 지분을 함께 침해하는 것이어서 한 사람이 나서서 전체를 바로잡아도 다른 공유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오히려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법리는 실무에서 폭넓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상속재산 분할이 끝나기 전 공유 상태인 부동산에 위조서류로 제3자 명의 이전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상속인 중 1인만 나서서 전체 등기를 말소시키고 원상회복할 수 있어 절차가 간명했습니다. 다른 공유자를 일일이 원고로 세우거나 사전 동의를 받을 필요 없이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2023년 대법원 판결이 그은 선 — 지분이 침해된 공유자만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3다273206 판결은 이 원칙에 중요한 제한을 명확히 했습니다. 공유자가 다른 공유자의 지분권을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공유물의 보존행위에 속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소유지분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에 관하여 마쳐진 등기에 대해서는 보존행위로서 무효를 주장하며 말소를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즉 원인무효 등기가 공유물 전체가 아니라 특정 공유자의 지분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그 지분을 침해받은 당사자만 말소를 구할 수 있고 나머지 공유자는 청구할 자격 자체가 없습니다.
두 판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기준이 뚜렷해집니다. 등기의 무효가 공유물 전체, 즉 모든 공유자의 지분에 걸쳐 있다면 1993년 판결의 법리대로 누구든 전부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등기의 무효가 특정 공유자의 지분에만 국한된다면 2023년 판결의 법리대로 그 지분의 주인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등기가 몇 명의 지분을, 어느 범위까지 건드렸는가입니다.
이 판결은 실무에 구체적인 지침도 함께 남겼습니다. 원인무효 등기 전부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이라도 법원은 청구취지 그대로 전부를 인용하지 않고, 실제로 원고의 지분이 침해된 범위로 한정해 일부 인용·일부 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소장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지분 범위를 정확히 특정해 청구취지를 잡아야, 불필요한 일부 패소로 소송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등기의 무효가 공유물 전체에 걸쳐 있는지, 아니면 특정 공유자의 지분에만 한정되는지가 누가 말소를 구할 수 있는지를 가른다.
왜 이런 제한을 두었나 — 보존행위 인정의 전제조건
앞서 살펴본 대로 보존행위를 단독으로 허용한 이유는 그것이 다른 공유자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인무효 등기가 공유자 A의 지분만 건드렸다면, 공유자 B·C가 나서서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해도 B·C 자신의 권리관계에는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B·C의 지분은 애초에 그 무효 등기와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B·C의 청구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행위'가 아니라 'A의 권리를 대신 주장하는 행위'가 되어버려, 보존행위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판례의 논리입니다.
실무적으로 이는 당사자적격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지분이 침해되지 않은 공유자가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원고에게 그 청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심사합니다.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등기가 실제로 무효인지에 대한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가 각하됩니다. 승소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어서, 소를 제기하기 전 지분 침해 범위부터 정확히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소가 각하되면 그동안 들인 인지대·송달료·감정비용은 돌려받지 못하고,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이 문제 되는 사안이라면 그 사이 시간이 흘러 정작 정당한 청구권자가 뒤늦게 소를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청구인 스스로 자신의 지분이 실제로 침해됐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사례로 구분하기 — 전체 침해형과 지분 한정형
예를 들어 형제자매 3인이 각 3분의 1씩 공유하는 부동산에 대해, 위조된 매매계약서로 부동산 전체가 제3자 명의로 이전등기된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는 3인의 지분이 모두 함께 침해된 것이므로 형제 중 누구 하나가 나서서 등기 전부의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3인 공유 부동산에서 그중 1인의 지분(3분의 1)만 상속등기 과정의 서류위조로 제3자 명의로 이전되고, 나머지 2인의 지분은 등기부상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지분을 침해당한 그 1인만 자신의 지분에 관한 등기 말소를 구할 수 있고, 나머지 2인은 그 청구에 나설 당사자적격이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등기부등본을 갑구·을구별로 상세히 대조해 어느 지분이, 어느 원인으로, 언제 이전되었는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등기원인이 매매인지 상속인지 증여인지에 따라서도 무효 사유의 성립요건이 달라지므로, 등기부상 기재된 등기원인 및 등기원인일자를 실제 사실관계와 대조하는 것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서류 위조에 의한 무단 이전등기 — 인감·계약서를 위조해 소유자 모르게 처분한 경우.
무권대리인에 의한 처분행위 — 대리권 없이 위임장을 위조해 등기를 넘긴 경우.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가장매매 — 채무 회피 등을 위해 짜고 명의만 옮긴 경우.
이미 사망한 자의 명의로 처리된 등기 — 상속 개시 후 실체관계와 맞지 않는 등기가 남아 있는 경우.
지분이 침해되지 않은 공유자가 할 수 있는 다른 대응
자신의 지분이 직접 침해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지분을 침해당한 공유자에게 사실관계를 알리고 함께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침해당한 공유자가 소를 제기할 때 나머지 공유자들이 원고로 함께 나설 수는 없지만, 사실관계 입증에 필요한 자료(과거 등기부·계약서 원본·인감 대조 자료 등)를 함께 수집하고 진술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효 등기로 인해 공유물 전체의 관리·처분에 실질적인 지장이 생긴 경우라면, 그 지장을 근거로 별도의 청구원인을 검토할 여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해배제청구나 공유물분할청구 등은 원인무효 등기의 말소청구와는 요건과 효과가 다른 별개의 청구원인이므로, 자신이 실제로 어떤 권리침해를 겪고 있는지에 따라 각각 따져봐야 합니다.
지분 침해 여부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습니다. 등기원인이 매매라고 기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서류가 위조됐다고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소송 전에 필적감정이나 인영감정을 통해 계약서·위임장에 찍힌 서명과 인영이 실제 소유자의 것인지 확인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감정 결과로 위조 사실이 뒷받침되면 소제기 단계에서부터 청구원인을 훨씬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고, 상대방의 다툼 여지도 줄어듭니다.
여러 공유자가 함께 침해됐다면 — 공동소송으로 진행하는 방법
원인무효 등기가 2인 이상의 지분을 함께 침해한 경우라면, 침해당한 공유자들이 각자 자신의 지분 범위에서 말소를 구하는 청구를 하나의 소송으로 병합해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함께 소송해야 하는 필수적 공동소송이 아니라 통상공동소송이므로, 침해당한 공유자 중 일부만 먼저 소를 제기하더라도 무방하고 나머지는 추후 별도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동소송으로 진행하면 등기부·인감·계약서 등 증거자료를 한 번에 정리해 제출할 수 있고, 소송비용도 분담할 수 있어 실무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 각자의 지분 침해 범위와 등기원인을 정확히 특정해 청구취지에 반영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각하나 일부 패소를 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인 중 2인의 지분이 함께 침해됐다면, 청구취지에는 "피고는 원고 甲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3분의 1 지분에 관하여, 원고 乙에게 같은 부동산 중 3분의 1 지분에 관하여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식으로 원고별 지분과 침해 범위를 개별적으로 특정해야, 법원이 각 청구를 지분 범위에 맞게 그대로 인용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유자 중 한 명이 원인무효 등기 전부를 말소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나요?
A. 등기가 공유물 전체에 걸쳐 무효인 경우라면 공유자 1인이 보존행위로 전부 말소를 구할 수 있지만, 등기가 특정 공유자의 지분만 침해한 경우라면 그 지분이 침해된 공유자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3다52870 판결과 2023다273206 판결이 각각 이 두 상황을 구분해 밝히고 있습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 등기부상 침해 범위가 공유물 전체인지 일부 지분인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Q. 제 지분은 등기부상 문제없는데 다른 공유자 지분에 문제가 생겼다면 제가 대신 소송할 수 있나요?
A. 대법원 2023다273206 판결에 따라 자신의 지분을 초과하는 부분, 즉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관한 등기의 무효를 보존행위로 주장하며 말소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지분이 침해된 당사자가 직접 청구해야 합니다. 다만 침해당한 공유자에게 사실관계를 알리고 증거자료 수집을 돕는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Q. 여러 명의 공유자 지분이 동시에 침해됐다면 한 명이 나머지를 대표해 소송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각자 자신의 지분 침해분에 대해서만 청구할 수 있어, 다른 공유자를 대표해 소송하려면 별도의 소송위임 등 근거가 필요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침해당한 공유자들이 공동원고로 함께 소를 제기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이 경우에도 청구취지에는 원고별 지분과 침해 범위를 각각 나누어 특정해야 법원이 각자의 청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Q. 소송을 제기했는데 지분 침해 범위를 잘못 판단했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당사자적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등기가 실제로 무효인지에 대한 판단까지 가지 못하고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소를 제기하기 전에 등기부등본과 지분비율을 먼저 확인해 청구가 보존행위로 인정되는 범위 안에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각하된 뒤 다시 소를 내려면 인지대·송달료가 이중으로 들고 시간도 그만큼 지체됩니다.
Q. 보존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면 다른 방법은 없나요?
A. 자신의 지분에 기초한 방해배제청구권이나 공유물분할청구 등 별도의 청구원인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각 청구마다 요건과 효과가 다르므로 실제 침해 상황에 맞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어떤 청구원인을 택하느냐에 따라 소송 상대방과 입증책임의 범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원인무효 등기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서류 위조에 의한 무단 이전등기, 무권대리인에 의한 처분,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가장매매 등이 대표적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그 등기로 인해 실제 지분이 침해됐는지가 청구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등기원인이 상속인데 사망자 명의로 처리된 경우처럼 실체관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경우도 원인무효에 해당합니다.
맺음말
공유물에 원인무효 등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서 아무 공유자나 나서서 말소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등기의 무효가 공유물 전체에 걸쳐 있는지, 아니면 특정 공유자의 지분에만 한정되는지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당사자가 달라지고, 이를 구분하지 않고 소를 제기하면 당사자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소송에 앞서 등기부등본과 지분 관계를 정확히 대조해 자신의 청구가 보존행위로 인정될 범위 안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광교를 비롯한 수원 지역은 공유 부동산 관련 분쟁이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등기부상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면 지분 침해 여부와 청구 자격을 함께 검토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010-3432-1451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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