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경찰 조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이 적힌 약식명령서가 도착합니다. 재판 한 번 없이 벌금이라니, 그냥 내면 끝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약식명령도 확정되면 유죄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이 있고, 벌금형은 전과기록으로 남습니다. 다투려면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때 벌금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Q. 약식기소로 받은 벌금도 전과인가요?
네.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법정에서 선고받은 벌금형과 똑같은 '벌금형 전과'가 됩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정식 공판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벌금형을 청구하는 절차이고,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벌금·과료 또는 몰수를 부과합니다. 법정에 가지 않으니 가볍게 느껴지지만, 정식재판 청구기간이 지나면 약식명령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법은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를 범죄경력자료, 즉 전과기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벌금 100만 원짜리 약식명령도 확정되는 순간 유죄 확정 기록이 되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약식명령의 효력) — 약식명령은 정식재판의 청구기간이 경과하거나 그 청구의 취하 또는 청구기각의 결정이 확정한 때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 5. "범죄경력자료"란 수사자료표 중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를 말한다. 가. 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 면제 및 선고유예 (중략) 7. "전과기록"이란 수형인명부, 수형인명표 및 범죄경력자료를 말한다.
Q. 벌금을 내고 시간이 지나면 기록이 사라지지 않나요?
형의 '효력'은 사라져도 기록 자체가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벌금형은 자격정지 이상의 형만 기재되는 수형인명부에는 오르지 않고, 벌금을 완납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형이 실효되어 형 선고의 법률상 효력은 없어집니다(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제3호). 그러나 수사기관이 관리하는 수사자료표의 기록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이후 다른 사건에 연루되면 '벌금형 전력이 있는 피의자'로 취급되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2년 지나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약식기소되면 무조건 벌금으로 끝나나요?
아닙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공판에 회부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수사기록을 검토해 약식명령으로 처리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공판절차에 넘길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0조). 이 경우 법정 출석이 필요한 정식재판으로 진행됩니다. 검사의 약식기소가 곧 '벌금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약식명령을 할 수 있는 사건) 제1항 —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
Q. 억울한 벌금, 어떻게 다투나요?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7일이 지나면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되고, 이후에는 다툴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약식명령서를 받았다면 벌금을 낼지 다툴지를 이 짧은 기간 안에 결정해야 하므로, 송달받은 날짜부터 정확히 세어 두시기 바랍니다.
형사소송법 제453조(정식재판의 청구) — ①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다. ② 정식재판의 청구는 약식명령을 한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
Q.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처벌이 더 무거워질 수도 있나요?
징역형으로 바뀌지는 않지만, 벌금 액수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무거운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합니다(형종 상향 금지). 그러나 같은 벌금형 안에서 액수가 늘어나는 것은 가능해서, 벌금 300만 원에 불복했다가 500만 원을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죄를 다툴 증거가 있는 경우, 벌금액이 동종 사건에 비해 과도한 경우, 수사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섣부른 청구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사건 기록을 봐야 판단할 수 있으므로 7일 안에 신속히 검토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형종 상향의 금지 등) — 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②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
Q. 전과를 안 남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골든타임은 약식명령서가 오기 전, 수사 단계입니다. 검사는 범행 동기나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기소편의주의). 기소유예로 사건이 끝나면 벌금형 전과가 남지 않습니다. 범죄사실 자체를 다투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수사 단계에서 진지한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을 보이고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합의와 처벌불원 의사를 확보해 기소유예를 끌어내는 것이 전과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길입니다. 반대로 이미 약식명령이 나왔고 벌금액도 통상 수준이라면, 무리한 정식재판 청구보다 약식명령으로 마무리하는 쪽이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꼭 기억하세요
'재판 없이 벌금만 내면 끝'이라는 생각이 가장 큰 오해입니다. 약식명령도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고(형사소송법 제457조), 벌금형은 범죄경력자료, 즉 전과로 남습니다. 다투려면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서면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고, 징역형으로 바뀔 걱정은 없지만 벌금이 늘어날 위험은 있습니다. 전과를 막을 가장 좋은 기회는 기소 전 수사 단계라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런 분은 상담이 필요합니다
약식명령서를 받고 7일 안에 벌금 납부와 정식재판 청구 사이에서 판단이 필요한 분
범죄사실을 다툴 증거가 있거나 벌금액이 부당하게 높다고 생각되는 분
아직 수사 단계라서 기소유예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은 분
※ 위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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