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이나 시공을 마치고 원사업자에게 물건을 넘겼는데, "검토 중이다", "품질을 좀 더 봐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검사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사이 대금 지급도 함께 미뤄지다 보니,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검사가 안 끝났으니 대금도 못 준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은 이 검사결과 통지에 명확한 기한을 두고 있고, 그 기한을 넘기면 결과가 자동으로 정해지도록 못 박아 두었습니다. 원사업자가 "아직 검사 중"이라는 말로 시간을 끄는 사이, 법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검사 지연을 핑계로 대금 지급까지 미루는 하도급 현장의 전형적 패턴
제조·시공·용역 등 목적물을 납품받은 원사업자는 그것이 계약 내용대로 이행됐는지 검사할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가집니다. 문제는 이 검사 절차가 수급사업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입니다. 검사결과를 알려주지 않은 채 시간을 끌면서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아직 모른다"는 태도를 유지하면, 수급사업자는 대금 청구는커녕 재작업·보완 요구에 응해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에는 대개 계속적인 거래관계가 있고, 후속 발주를 앞둔 수급사업자로서는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이 몇 주씩 이어지는 사이, 정작 수급사업자가 받아야 할 대금과 지연이자는 계속 뒤로 밀립니다.
그런데 하도급법은 이런 무기한 지연을 막기 위해 검사결과 통지에 구체적인 기한과, 그 기한을 넘겼을 때의 효과를 법률로 정해 두었습니다. 원사업자가 아무 말이 없다고 해서 상황이 계속 불확정 상태로 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급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자동으로 확정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제9조 10일 통지의무와 합격 간주, 대금지급 기산점의 구조
하도급법 제9조 제1항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로부터 목적물등(물품 제조·수리, 건설, 용역 등 위탁의 결과물)을 수령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사 결과를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구두로 "일단 보류"라고 말하거나, 전화로 애매하게 언급하는 정도로는 이 통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서면이라는 형식 요건이 명시된 이상, 통지가 있었는지를 다툴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서면 자체가 존재하는지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제9조 제2항입니다. 원사업자가 이 10일의 기간 내에 검사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으면, 그 목적물등은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사업자의 실제 의사나 품질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법률이 강제로 결론을 확정시키는 간주 규정입니다. 즉 원사업자가 나중에 "사실은 하자가 있어서 불합격시키려 했다"고 주장해도, 10일 안에 서면 통지를 하지 못한 이상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검사권을 가진 원사업자가 거래상 우위를 이용해 검사 결과를 볼모로 대금 지급이나 후속 절차를 무기한 미루는 것을 막기 위한 강행규정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대금지급기일은 검사 완료 여부와 별개로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도급법 제13조 제1항은 하도급대금의 지급기일을 목적물등의 수령일부터 60일 이내의 가능한 짧은 기한으로 정하도록 하고, 지급기일을 정하지 않았거나 60일을 초과해 정한 경우에는 수령일부터 60일이 되는 날을 지급기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대금지급기일의 기산점은 어디까지나 목적물등의 수령일이지 검사 완료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검사가 안 끝나서 대금을 못 준다"는 항변은 대금지급기일 자체를 늦추는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검사 통지가 늦어질수록 원사업자에게 불리한 구조입니다 — 10일이 지나면 합격이 확정되는데, 대금지급기일은 별도로 수령일 기준 60일 규칙대로 그대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대금 지급이 실제로 지연되면 그 자체로도 추가 부담이 발생합니다. 하도급법 제13조 제8항에 따라 원사업자가 지급기일까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지급기일 다음 날부터 실제 지급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 지연이자율은 하도급법 시행령이 정하는 연 15.5%로, 시중 금리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대금 5,000만 원이 지급기일을 두 달 넘겨 지급됐다면, 그 두 달 동안의 지연이자만 약 130만 원 수준이 원금과 별도로 발생합니다. 검사결과 통지를 미루며 대금 지급까지 함께 늦추는 쪽이 오히려 원사업자에게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검사와 관련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며 물건을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0조는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목적물등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수령한 목적물등을 반품하는 부당반품을 금지합니다. 10일 안에 서면으로 검사결과를 통지하지 않아 이미 합격이 간주된 상태에서 뒤늦게 하자를 이유로 반품을 시도한다면, 이는 합격 간주 규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행위로 부당반품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이런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부과할 수 있고, 위반 사실이 벌점으로 누적되면 공공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불이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서면 통지 여부 확인부터 대금 청구와 신고까지 단계별 대응
법리가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고 대응합니다.
수령일과 서면 통지 여부부터 확인 — 인수증·납품확인서·검수확인서·거래명세표 등 목적물등을 넘긴 날짜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먼저 확보합니다. 그 날부터 10일이 지났는데도 서면 통지가 없었다면(또는 통지가 구두·문자 정도에 그쳤다면), 하도급법 제9조 제2항에 따른 합격 간주가 이미 성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으로 합격 간주와 대금지급을 명확히 요구 — 목적물 수령일, 경과일수, 제9조 제2항에 따라 검사에 합격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 제13조에 따른 지급기일과 청구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발송합니다. 이 문서는 이후 지연이자 기산점을 다툴 때도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지급기일 도과 시 대금 청구 절차 진행 — 임의 지급을 계속 거부하면 지급명령 신청 또는 하도급대금 청구소송으로 진행하며, 지급기일부터 실제 지급일까지의 지연이자(연 15.5%)를 원금과 함께 청구합니다.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는 사안이라면 지급명령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또는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조정 병행 검토 — 검사결과 미통지와 대금 지연이 반복되거나 거래상 지위 남용이 의심되는 경우, 소송과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통해 시정명령·과징금 등 행정조치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소송까지 가기 전 단계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뒤늦은 반품·감액 시도에 대비한 증거 확보 — 합격 간주가 성립된 이후 원사업자가 하자를 주장하며 반품하거나 대금을 깎으려 한다면, 인수 당시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검수기록·거래 관련 서면을 정리해 부당반품·부당감액 주장에 대응할 준비를 해 둡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10일이 지나면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습니다
원사업자의 "검사 중"이라는 말에 계속 끌려다니는 사이, 법은 이미 수령일로부터 10일이 지난 시점에 결론을 내려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서면 통지가 없었다면 합격 간주가 성립한 것이고, 대금지급기일도 검사와 무관하게 그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사결과 통지가 늦어지고 있다면, 목적물을 넘긴 날짜와 서면 통지 여부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합격 간주와 대금 청구를 함께 고려한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