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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합의 있는 계약, 소송 제기하면 각하되는 이유와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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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합의 있는 계약, 소송 제기하면 각하되는 이유와 대응법 

김상훈 변호사

계약서에 분쟁이 생기면 중재로 해결한다는 조항이 있는 걸 모른 채, 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곧바로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답변서 대신 "중재합의가 있으니 이 소는 각하되어야 한다"는 항변을 들고 나오면, 그제서야 계약서를 다시 펼쳐보게 됩니다. 소송을 준비하며 들인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날아가고, 처음부터 다시 중재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반대로 소송을 당한 입장이라면, 이 항변을 언제 어떻게 제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중재조항 있는 계약, 소송이 막히는 이유와 구조

중재합의란 계약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법원의 재판이 아니라 중재인의 판정으로 해결하기로 하는 당사자 간의 합의입니다(중재법 제3조). 독립된 별도 문서로 체결되기도 하지만, 실무에서는 매매계약서·용역계약서·주주간계약서 등의 말미에 "이 계약과 관련한 모든 분쟁은 중재로 해결한다"는 식의 중재조항으로 삽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계약 당사자 중 한쪽이 이 조항의 존재를 잊었거나 가볍게 보고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입니다. 상대방이 답변서에서 중재합의의 존재를 들어 방소항변을 하면, 법원은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를 각하해야 합니다. 이때 소송을 제기한 쪽은 인지대·송달료 등 소송비용은 물론, 그동안의 시간까지 다시 처음부터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반대로 중재합의가 있는데도 상대방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입장이라면, 이 항변을 아무 때나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항변 시기를 놓치면 중재합의가 분명히 있어도 법원이 그대로 본안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중재법 제9조 각하 요건과 항변 시기, 예외 사유

중재합의가 있는 분쟁에 소송이 제기됐을 때 법원이 이를 각하하는 근거는 중재법 제9조입니다. 이 조항은 "중재합의의 대상인 분쟁에 관하여 소가 제기된 경우에 피고가 중재합의가 있다는 항변을 하였을 때에는 법원은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법원이 직권으로 중재합의 유무를 조사해 각하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가 항변을 해야 비로소 각하 여부가 문제된다는 점입니다. 원고가 중재합의를 무시하고 소를 제기해도 피고가 이를 다투지 않고 그대로 응소하면, 법원은 중재합의를 이유로 소를 각하하지 않고 본안 심리를 진행합니다.

이 항변에는 시기 제한이 있습니다. 중재법 제9조 제2항은 이 항변을 본안에 관한 최초의 준비서면을 제출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답변서에 중재합의를 언급하지 않고 청구원인에 대한 인부나 본안 항변부터 먼저 적어 제출해 버리면, 그 뒤 뒤늦게 중재합의를 주장해도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응소관할과 비슷한 구조로, 중재합의라는 방어수단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취급되는 셈입니다.

다만 중재합의가 있다고 해서 항상 각하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 단서는 중재합의가 없거나, 무효이거나,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그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각하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서면 요건 미비 — 중재법 제8조는 중재합의를 서면으로 할 것을 요구합니다. 구두로만 합의했거나 계약서 초안 단계에서만 언급되고 최종 서명본에는 빠진 경우, 서면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중재기관·절차 특정 불능 — "분쟁은 중재로 해결한다"는 문구만 있을 뿐 중재기관이나 준거 규칙을 전혀 특정하지 않아 실제로 중재를 개시할 방법이 없는 경우, 이행이 불가능한 중재합의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 약관에 편입된 불공정 조항 — 소비자·가맹점주 등 협상력이 낮은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편입된 중재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로 다퉈질 여지가 있습니다.

  • 당사자·분쟁 범위 밖 —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거나, 중재조항이 정한 분쟁 범위를 벗어난 별개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등은 애초에 중재합의의 대상이 아니어서 각하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중재합의의 존부나 효력 자체를 누가 먼저 판단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재법 제17조는 중재판정부가 자신의 권한 및 중재합의의 존부·유효성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이른바 자기권한심사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소가 각하돼 중재로 넘어가더라도, 중재합의의 효력을 다시 다투고 싶다면 그 절차는 법원이 아니라 중재판정부 앞에서 진행됩니다.

중재합의가 있다고 해서 법원에 아무것도 신청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재법 제10조는 중재합의의 당사자가 중재절차 개시 전이나 진행 중에도 법원에 보전처분(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다면, 본안은 중재로 가더라도 가압류만큼은 법원에 별도로 신청해 재산을 미리 묶어둘 수 있습니다.

각하로 이어지면 손해는 시간과 비용으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소가가 큰 계약분쟁일수록 인지대·송달료 부담이 커지는데, 이 비용은 소가 각하되어도 돌려받지 못하고 처음부터 중재신청서를 새로 작성해 신청료를 다시 납부해야 합니다. 각하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까지 더하면, 애초에 계약서를 검토해 중재조항의 존재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중재조항 확인부터 항변, 보전처분, 집행결정까지

쟁점이 정리됐다면, 실제로는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계약서 중재조항부터 정밀 검토 — 소송이든 방어든 첫 단추는 계약서 확인입니다. 중재조항이 어느 문서에 있는지, 서면 요건을 갖췄는지, 중재기관과 준거 규칙이 특정돼 있는지, 분쟁 범위가 이번 사안을 포함하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이 단계에서 조항이 불명확하거나 서면 요건이 흠결됐다면 오히려 소송으로 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피고 입장이라면 항변 시기부터 확보 — 소송을 당했는데 중재합의가 있다면, 본안에 관한 최초 준비서면을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중재합의 항변을 명시해야 합니다. 답변서 단계에서부터 이 항변을 분명히 적어 제출하고, 본안 주장은 그 뒤로 미루거나 예비적으로만 진행해 항변권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 보전처분은 별도로 진행 — 상대방의 재산 은닉·처분이 우려되면 본안이 중재로 가더라도 가압류·가처분은 별도로 법원에 신청합니다. 중재절차 개시 전후를 가리지 않고 신청할 수 있으므로, 시간을 끌 이유가 없습니다.

  • 중재신청서 준비와 절차 진행 — 각하가 확정되거나 처음부터 중재로 가기로 했다면, 계약서에 정한 중재기관의 규칙에 따라 중재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중재인 선정 절차를 거칩니다. 소송과 달리 중재인 선정에 당사자 의사가 반영되는 만큼, 분쟁의 성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중재인 후보를 미리 검토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 중재판정 확보 후 집행결정까지 — 중재판정이 내려져도 그 자체로 강제집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재법 제37조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집행결정을 받아야 비로소 강제집행이 가능하므로, 중재판정을 받은 뒤에도 집행결정 신청까지 챙겨야 절차가 완결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항변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이유

중재합의가 있는 계약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계약서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소송부터 제기하거나, 반대로 소송을 당하고도 답변서 단계에서 별 생각 없이 본안 주장부터 적어 내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한 번 놓친 시기는 되돌릴 수 없고, 그 사이 들인 소송비용과 시간은 고스란히 손해로 남습니다.

계약 관련 분쟁이 생겼다면 소를 제기하기 전에, 또는 소장을 받은 직후에 계약서의 중재조항부터 먼저 점검하시고, 항변 시기와 보전처분까지 염두에 둔 대응 순서를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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