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내리다 앞사람과 닿았을 뿐인데 붙잡혔다, 클럽에서 어울리다 신고를 당했다. 강제추행 사건 상담의 상당수가 이런 억울함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죄는 2023년에 대법원이 40년 넘게 유지하던 기준을 바꾸면서 성립 범위가 실질적으로 넓어졌기 때문에, 예전 기준으로 사건을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법정형부터 보면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고(형법 제298조),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장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의 추행은 별도 조항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성폭력처벌법 제11조). 어느 조항으로 의율되는지는 폭행·협박의 존부와 장소적 특성에 따라 정해집니다.
바뀐 기준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종래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이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고 보았지만, 전원합의체는 이 기준을 폐기하고,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폭행)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의 고지(협박)면 충분하다고 판례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웠는지를 따지던 시대가 끝났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이미 확립되어 있던 기습추행 법리, 즉 항거할 틈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신체 접촉은 그 접촉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고 힘의 크고 작음을 불문한다는 법리가 결합하면(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순간적인 접촉 사건 대부분이 법리적으로는 성립 범위 안에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다툴 것은 무엇일까요. 실무에서 쟁점은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접촉이 실제로 있었는가, 어느 부위에 어떤 태양으로 있었는가, 그것이 추행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고의가 있었는가입니다. 추행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관계,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 상황 등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17879 판결),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판례입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0도14918 판결). "성적인 의도가 아니었다", "장난이었다"는 항변이 그 자체로는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결국 혼잡한 지하철에서의 접촉 사건이라면 '우연한 밀착인가, 의도된 접촉인가'를 가르는 객관적 자료 — CCTV 동선, 열차의 혼잡도, 접촉의 반복 여부, 위치 이동 패턴 — 가 사건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확보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자료들이므로, 사건 직후 날짜·시간·위치·동선을 스스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상정보 등록에 관한 오해도 바로잡아 둡니다. "벌금형이면 등록이 안 된다"는 정보가 퍼져 있는데, 강제추행과 공중밀집장소추행에는 맞지 않습니다. 등록 제외 단서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 일부 조항의 벌금형에만 적용되고, 이 두 죄는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등록대상이 됩니다(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등록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정해지고(제45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며(제45조의2), 인터넷 공개·고지명령은 등록과 별개로 초범·경미 사안에서 면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분의 폭은 넓습니다. 접촉의 태양이 경미하고 초범이며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은 기소유예나 벌금 선에서 종결되는 사례가 많지만, 부위와 태양이 무겁거나 동종 전력이 있으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으로 올라가고, 그 순간 등록과 취업 문제가 현실이 됩니다. 이 사건 유형에서 초기 대응의 목표선이 어디인지는, 바로 이 경계 위에서 정해집니다.
함께 읽을 글 — 유죄가 인정되면 함께 선고되는 취업제한 명령은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