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아파트 단지의 보안요원과 경비원은 무단 전단지 부착, 외부인 출입, 주취 소란 등 크고 작은 질서위반 행위에 일상적으로 대응합니다. 문제는 그 대응 과정에서 상대방과 물리적 접촉이 발생하는 순간, 현장을 지키던 근로자가 하루아침에 폭행 사건의 피의자가 된다는 데 있습니다. 관리 현장에서는 '손끝 하나 대면 폭행죄'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정당한 제지조차 위축되는 실정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판결은 전단지 부착자를 바닥에 넘어뜨려 제압한 보안요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로서, 법원이 정당방위와 정당행위의 성립을 어떤 요소로 판단하는지, 그리고 관리 현장의 물리적 대응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창원 소재 아파트의 보안요원입니다. 상대방 여성과 일행은 아파트 단지 안에 전단지를 붙이다가 보안요원의 제지를 받고 전단지를 제거한 뒤 단지를 나가던 중이었습니다. 동료 보안요원이 CCTV 모니터링 과정에서 전단지 부착을 발견하여 이미 경찰에 신고한 상태였고, 상대방이 현장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 역시 상대방에게 다가가 가방을 잡아 이탈을 막으려 하였는데, 상대방은 이를 벗어나려고 주먹으로 피고인의 가슴과 팔을 수회 때리고 낭심 부위를 발로 찼습니다. 이에 피고인이 상대방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욕설을 하며 무릎으로 몸을 눌렀고, 검찰은 이 행위를 폭행죄로 기소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 유형력 행사는 인정되지만 위법성이 없다
법원은 우선 피고인의 법정 진술과 CCTV 영상 등에 의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유형력 행사, 즉 '폭행'의 외형 자체는 인정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무죄가 선고된 것은 위법성 단계의 판단 때문입니다. 법원이 주목한 사정은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피고인은 아파트 내 전단지에 관하여 입주민 민원을 받아 오던 보안요원으로서 직무상 대응 중이었다는 점. 둘째, 동료 요원이 이미 경찰에 신고하고 도주 방지를 위해 제지하고 있었다는 점. 셋째, 피고인이 가방을 잡아 현장 이탈을 막으려 하자 상대방이 먼저 가슴과 팔을 때리고 낭심을 걷어차는 폭행을 하였다는 점. 넷째, 피고인의 제압행위는 그 폭행을 '제지하기 위한' 대응이었다는 점. 다섯째, 결정적으로 CCTV 영상에서 피고인이 상대방을 넘어뜨릴 때 바닥에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잡아주고, 약 30초가량만 몸을 누르다가 진정되자 곧바로 풀어주는 모습이 확인된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사건의 경위, 피고인의 지위,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와 목적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상대방의 폭행을 방위하기 위한 정당방위 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평석 — '비례성'과 '기록'이 무죄를 만든다
이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곱씹어야 할 대목은 무죄의 근거가 된 다섯 번째 사정, 즉 유형력 행사의 '방식'입니다. 같은 제압이라도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상해를 방지하려는 배려가 있었는지, 제압의 강도와 시간이 저항을 진정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에 그쳤는지, 상대방이 진정된 뒤 즉시 유형력을 해제하였는지가 정당방위·정당행위 판단의 실질적 저울이 됩니다. 30초의 제압과 즉각적인 해제라는 사실이 CCTV로 객관적으로 확인되었기에 법원의 심증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필요 이상으로 길게 누르거나 진정 후에도 유형력을 계속하였다면 방위행위의 상당성을 넘었다는 이유로 유죄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욕설이 오간 사정에도 불구하고 무죄가 선고된 것은, 법원이 언어적 표현보다 물리력 행사의 비례성을 판단의 중심에 두었음을 보여줍니다.
관리 현장의 관점에서 이 판결은 두 가지 지침을 줍니다. 하나는 대응 프로토콜입니다. 질서위반자에 대한 대응은 경찰 신고를 선행시키고, 물리적 접촉은 상대방의 선제 폭행이 있을 때 이를 제지하는 수준으로 한정하며, 제압 후에는 즉시 해제하는 단계적 대응이 형사책임을 차단하는 안전선입니다. 다른 하나는 증거 확보입니다. 이 사건의 무죄는 사실상 CCTV가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지 내 CCTV의 사각지대 점검과 영상 보존기간 관리, 사건 발생 즉시의 영상 확보는 경비·보안 인력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입니다. 반대로 전단지 부착 등 경미한 위반자를 상대로 한 과도한 신체적 제지는 오히려 체포·감금이나 폭행의 책임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므로, 현장 이탈 저지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사전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마치며
경비원·보안요원의 물리적 대응을 둘러싼 형사 분쟁은 초동 단계의 사실관계 정리와 영상 증거 확보, 그리고 정당방위 법리에 입각한 변론 설계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관리 현장에서 폭행 시비에 휘말린 근로자나, 직원의 형사 문제로 고민하는 입주자대표회의·관리회사 모두, 이러한 문제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법무법인 랜드 신지수 변호사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관리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효적 대응을 조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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